[전남일보]서석대> 앵콜! 달거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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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앵콜! 달거리 공연
최도철 미디어국장
  • 입력 : 2023. 07.30(일) 14:11
최도철 국장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추운줄도 잊어버리고 팽이놀이하는 동네의 골목에서 노니는 아이들 소리~”

7080세대 광주사람이라면 한 두 가지 사연은 있음직한 ‘사직동 통기타거리’는 더 이상 수사(修辭)가 필요치 않은 광주 포크 음악의 중심지다.

한국 포크음악사에 ‘광주음악’이라는 흐름을 형성했던 이 곳에서 활동했던 전국구 가수들도 여럿 있다.

‘이름 모를 소녀’와 ‘하얀 나비’로 히트쳤던 천재 음악가 김정호는 사직동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이외에도 1978년 광주 전일방송이 주최한 대학가요제에서 ‘모모’를 불러 대상을 받은 김만준, ‘빙빙빙’의 하성관과 ‘저녁무렵’의 소리모아는 광주 사직동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이다.

광주 포크문화의 발신지인 사직골은 5·18의 아픔을 달래던 1982~83년에 태어났다. 1호 업소는 한 할머니가 차렸던 호프하우스 사직골이다. 이후 10여 개가 넘는 업소가 생기면서 노래 샘터로 자리잡았다. 학교나 직장을 파한 대학생, 직장인들이 참새방앗간처럼 즐겨 들렀던 곳이다.

암울한 시대에 노래로 항거했던 빛고을 민중가수 김원중도 사직골 멤버다. 김원중은 ‘직녀에게’, ‘바다가 보이는 찻집’ 등 여러 곡을 불렀다. 하지만 김원중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역시 ‘바위섬’이다. 5·18민중항쟁 당시 철저히 고립됐던 광주를 상징한 곡이다.

80년 5월 광주, 그 참혹했던 시절. 전남대 앞 계엄군을 향해 짱돌을 던졌던 김원중은 군 제대 후 사직공원 라이브 카페 크라운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바위섬’을 작사 작곡한 조선대 4학년 배창희를 만났다.

노래 ‘바위섬’은 배창희가 소록도를 찾았다가 영감을 얻어 완성했다. 고립무원같은 소록도가 마치 5·18 당시의 광주처럼 느껴져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노래부르는 사람으로 30년을 보낸 김원중은 80년대 중반 잠시 대중가수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노래 인생 대부분을 민중가수로 활동했다. 그는 광주학살이 지나간 금남로에서 전국의 음악인들과 함께 오월 광주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오월거리 음악제’를 열기도 했다.

김원중은 매달 한 차례 북한 아이들을 위한 ‘빵 만드는 공연’을 연다. 2003년 시작된 ‘김원중의 달거리’이다. 지역의 아티스트와 청년음악인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무대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상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예술로 풀어내는 공연이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평화콘서트 달거리 공연이 올해를 끝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나선다. 지난 15년간의 공연을 일단락하고 새로운 형태로 평화, 인권, 자유를 표현하기 위한 잠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달거리 공연 시즌2를 속히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