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한국적인 피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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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한국적인 피서법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8.07(월) 13:48
김선욱 부국장
이동성 민족인 서양 사람들은 더우면 더위를 피해 이동했다. 보통 여름 휴가가 2주에서 한달 가량이다. 반면 정착성 민족인 우리는 이동하지 않고 더위를 피해야 했다. 그래서 피서 방법이 남달랐다. 의식주 생활 속에 통풍 구조가 스며들었다. 옷과 피부 사이에 가장 통풍량이 많은 옷이 한복이다. ‘옷이 몸에 붙으면 복 들어갈 틈이 없다’는 속담처럼 한복의 넉넉한 여유는 복과 바람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무더운 여름철, 잠 잘때는 죽부인이라고 해 ‘바람 각시’를 안고 잤다. 대나무로 만들어 통풍 기능을 갖춘 침구류인 이 ‘죽인형’을 더러 ‘죽공주’라고 부르기도 했고, 마님들이 안고 자는 죽부인은 ‘죽노’라고 속칭했다. 사내는 공주를 끼어 안고 자고, 마님은 젊은 종을 안고 자는 환상(?)이 또 다른 이름이 된 셈이다. 시원한 바람을 안고 잔다는 것도 대단히 철학적인데, 지은 이름 또한 재미있다.

가옥 구조 역시 통풍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앞 뒷문 열어 놓으면 맞틔어 통풍 공간이 최대한 보장된다. 집 안에 ‘바람 길’을 만든 것이다. 또 하나의 피서법은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복중의 행사로 서울의 풍속에 남산과 북악의 계곡에서 탁족 놀이가 있다고 전해진다. 생활 속에 녹아든 한국적인 피서법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5일까지 누적 내원환자 수는 4455명에 달했다. 피부병변과 벌레물림, 온열손상, 일광화상 등이다. 정부는 영내 프로그램 대부분의 운영을 중지한 상태다. 대신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더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관광 및 영외 문화체험을 하고 있다. 충남 보령 머드 축제, 충북 청주 청남대 방문, 경북 안동 도산서원 유고문화 체험, 한국 전통사찰 템플스테이, 최첨단 산업현장 방문 등이다.

대회가 끝나는 12일까지, 남은기간 동안 한국적인 피서법도 소개하고, 깊은 산 속의 사찰과 시원한 계곡, 바다에서 우리의 자연과 문화도 체험했으면 좋겠다. 정부와 시·도는 물론, 기업, 종교단체들도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을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무쪼록 한국을 찾은 전세계 청소년들이 좋은 기억만 안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