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쓰레기 제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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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쓰레기 제로’의 바다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8.17(목) 17:14
이용환 논설실장
바다거북을 연구하며 전 세계 해변을 탐사하던 해양생물학자 마이클 스타코위치. 바다거북을 찾아 대한민국부터 튀르키예, 과들루프, 남극까지 전 세계의 바다를 돌아 다녔지만 정작 그가 목격한 것은 바다거북이 아니고 바다를 가득 메운 해양쓰레기였다. 타이어부터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일회용품, 심지어 산탄총 탄피까지 종류도 엄청났다. 충격을 받은 그는 지구가 처한 바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바다거북을 뒤로하고 펜과 카메라를 들었다. “인간이 더 깔끔하고 청결해질수록, 바다와 자연환경은 더 오염되고 지저분해진다.” (스타코위치 저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어느 때부턴가 해양쓰레기는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됐다. 얼마 전에는 태평양에 대한민국 면적의 16배가 되는 ‘쓰레기 섬’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된 뒤 원형순환하는 해류의 영향으로 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인식되는 플라스틱은 바다생물에 축적돼 그들의 생명은 물론 인류마저 위협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종류가 무엇이든 분해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해양쓰레기는 지금도 매년 1000만 톤 넘는 양이 해양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오는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폐해도 크다. 바다로 흘러간 해양 쓰레기는 바다생명에 직·간접의 위협을 주고 항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훼손시키고 미래 먹거리인 수산자원을 파괴한다는 것도 문제다. 인간이 해야 할 잠깐의 수고를 외면한 것 치고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최근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플라스틱 수거·분쇄 초고층 건물’이 세계적인 건축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태평양에 떠도는 쓰레기가 가장 많이 모이는 지점을 ‘섬’으로 설정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기계 설비를 갖춘 초고층건물을 짓자는 내용이다. 산호가 숲을 이루고 고래가 헤엄칠 수 있는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김지효 씨의 이야기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이 미생물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플라스틱권(plastisphere)’의 시대, ‘쓰레기 제로’의 바다를 꿈꾸는 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