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일한 마지막 변호사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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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일한 마지막 변호사로 남다
어쩌다 청와대 공무원
이병군 | 갈마바람 | 1만8000원
  • 입력 : 2023. 08.24(목) 11:0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어쩌다 청와대 공무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공직기강비서관 이병군 변호사가 청와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와대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행정관과 선임행정관, 비서관으로 일하며 보고 듣고 경험한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했다. 저자는 지난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대선 승리 이후 행정관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소위 ‘어공’이 된 평범한 변호사가 청와대에서 경험한 것들을 기록한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추억담을 적은 글이 아니다. 국가의 최고 정책 기구 청와대가 운영됐던 방식과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가치를 이해하고 청와대의 세세한 일상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사료다.

청와대에서도 은밀한 공간인 사이버안보비서관실 지하벙커의 모습. 민정수석실에서의 특별감찰이나 반부패정책협의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 얽힌 에피소드, 그리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경험한 기밀 사건이나 인사 검증에 대한 일화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무겁고 특별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느 직장과 같이 직장인들의 애환도 있는 곳이다. 사춘기 자녀들을 키우면서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는 아빠들, 대통령 1호기를 탈 때는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는 거짓말로 동료를 놀리면서도 MZ세대 직원과 세대 차이를 느끼는 상사들. 구대 식당의 맛있는 메뉴와 구내 이발소의 풍경을 이 책에 담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과오가 있었고 비판의 대상이 될만한 일도 있다. 하지만 절차와 시스템을 지키며 일하는 정부였고, 권력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일하기 위해 노력한 정부였다는 것을 저자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정권은 바뀌었고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에 자리를 잡았다. 장소가 어디든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으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임무는 동일하다. 한때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에 몸을 담았던 저자는 여러 소회를 느낀다. 특히 현 정권은 모든 사안마다 전 정부의 잘못에 그 원인을 찾으려 하고 그때마다 여야는 격돌한다. 저자는 생각한다. 서로의 공격해 쓰러뜨리는 데에만 혈안이 된 야만의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책은 국민을 위한 건전한 국정 운영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