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9-2> 침체일로 속 ‘뜨는 전통시장’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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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09-2> 침체일로 속 ‘뜨는 전통시장’ 이유 있었네
장흥, 주5일제 맞춰 ‘토요시장’ 개장
‘장흥삼합’ 등 먹거리·특화거리 인기
수백억 들여 현대화 사업 실효 ‘글쎄’
“지자체·상인회 등 자구노력 동반돼야”
  • 입력 : 2023. 09.17(일) 17:10
  •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
‘장흥삼합’ 등 특화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이 지난해 개장 17년을 기념해 토요시장 특설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장흥군 제공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은 2005년 7월 주 5일제 시행에 맞춰 개장한 전국 최초의 ‘주말 관광시장’이다. 개장 이후 장흥삼합(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을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개장 18년째인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은 연간 고객 30만명, 매출 4000억원 규모의 성공한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 했고, 여전히 변화를 꾀하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상당수의 전통시장은 매년 수백억원의 지원에도 불구,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장흥군에 따르면 장흥토요시장은 지난 2004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의 시설현대화사업 공모에 선정, 80억원(군비 등 포함)을 지원받아 재건축됐다.

시설현대화사업이 장흥 토요시장의 쾌적한 인프라 구축에 도움을 줬지만 성공을 거둔데는 고객을 끌어모을 다양한 콘텐츠와 전략이 한몫했다.

장흥군과 장흥 토요시장 상인회는 주 5일제 시행에 주말 관광객을 타깃으로 기존 5일시장을 ‘토요시장’으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컨셉에도 불구, 개장 초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 장흥군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한우거리 특화사업’을 활용, 토요시장을 한우거리로 조성했고, 그때 선보인 게 ‘장흥삼합’이다.

군은 장흥토요시장과 한우점포간 상생 전략으로 토요시장에서 지역특산품인 표고버섯과 키조개를 사서 한우 식당에서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상차림’세트를 만들었고, 초기 점포 활성화를 위해 토요일마다 공무원들이 토요시장에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장흥 삼합’은 장흥 토요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5개 점포 였던 장흥삼합을 판매하는 식당은 현재 30개 이상으로 늘었다.

큰 인기로 장흥 토요시장은 개장 10년만인 2015년 연 매출 450억원, 1일 고객수 1500명이었던 것이 2018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용객은 3000명에 달한다. 군은 현재는 연 고객 30만명, 매출 4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장흥 토요시장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매년 4~12월 사이 왁자지껄 토요무대, 노점 할머니로 구성된 ‘어머니 장터’, 장흥특산품 판매점 등의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다. 인기 축제인 ‘장흥 물 축제’와 연계되면서 축제기간 토요시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게 장흥군의 설명이다.

반면 광주·전남의 상당수의 전통시장은 매년 시설현대화사업 등을 통해 수백억원을 지원받고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지역 44개 전통시장(상점가 14개·골목형 상점가 6개 포함), 전남은 115곳의 전통시장이 존재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제 20조)을 근거로 매년 중기부는 공모를 통해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광주지역 전통시장은 2021년부터 3년간 시설 현대화·주차환경 개선 사업으로 무려 238억2200만원을 쏟아 부었다. 전남도 2020년부터 74개 시장에 473억원을 지원했다. 또 중기부는 공모로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을 위해 해마다 지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10~2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과 대비, 고객을 위한 시설 편의 확충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차원이지만 전통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자구노력과 시장만의 특색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요리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추진한 충남 예산군의 예산상설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예산시장은 장날에도 200여명 남짓의 손님이 찾았으나, 지난 1월 백 대표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음식점 5곳을 연 뒤로 평일 하루 5000여명, 주말 1만 5000여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급부상했다.

지역 지자체들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고흥군은 지난 3월 ‘전통시장 시끌벅적 프로젝트’ 용역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까지 예산 2억원을 투입해 고흥군 남계리 고흥전통시장 내에 ‘숯불생선구이’ 샘플 부스와 전문식당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완도군도 사업비 1300만원을 투입해 완도군 전통시장 활성화 추진계획 수립용역을 진행한다. 군은 이번 용역을 바탕으로 오는 2026년까지 전통시장 활성화 및 시설현대화 4개년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광주 서구청과 광주경제고용진흥원은 양동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제1회 양동통맥축제’를 개최, 양동시장만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고객 끌어모으기에 앞장서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을 기획했던 장흥군 관계자는 “장흥 토요시장이 개장해 성공하자, 타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사한 토요시장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먹거리, 볼거리 등과 함께 상인회와 지역사회의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