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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채은지>같이 가면 길이 된다
채은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3. 11.30(목) 14:06
채은지 광주시의원
최근 2023년 행정사무감사를 마쳤다. 임기 이후 두 차례의 행정사무감사, 여섯 차례의 5분 발언, 그리고 한 달 전 진행했던 시정질문까지 쉼 없이 달려오는 동안 필자는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 잡았는데, 흩어져 있는 이 문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는 바로 ‘상생’이라고 하겠다.

지난해 임기 시작과 함께 처음 진행한 5분 발언의 주제는 “광주형일자리, 희생이 아닌 상생의 일자리로 바로서야”였다. 광주형 일자리(GGM)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정치형 일자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광주시에 약속 이행을 촉구했는데, 이 5분 발언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처음 화두로 던졌기에 발언 내용을 옮겨본다. “ 상생(相生)이라는 단어는 ‘서로를 살려준다. 서로를 위해준다.’라는 뜻입니다. GGM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탄생한 국내 최초의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만큼 상생의 의미를 기억하고, 상생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이후 진행했던 22년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뤘다. 광주시 산하 기관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공론화하여,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던 피해자를 대변하고 가해자였던 해당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다음 5분 발언에서는 광주 시청의 직장갑질 문제를 짚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는 시청 공무원은 56.1%로 절반 이상이며, 최근 3년간 광주시 산하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총 32건에 달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전했다. 이는 다양한 부서에서 진행되던 직장갑질 업무를 일원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원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고, 필자는 조례 개정을 통해 피해자 보호 강화 조항을 신설했다.

가슴 아픈 평동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에는 산업 재해에 대한 광주시의 안전망 구축을 제안했다. 민간 영역이더라도 공공의 책무를 져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는데, 이후 광주시는 민간 기업을 위한 위험성평가시스템 구축 사업과 함께 3대 사망사고(자살,산재,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보육대체교사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상생’은 주요 쟁점이었다. 첨예한 대립을 딛고 양측이 합의한 것은 결국 서로를 위하는 상생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는 시청 로비를 점거한 채로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사정에 공감했고, 노동자들은 재정 여건과 시스템상 한계 등을 이유로 요구 사항을 수용할 수 없는 시의 입장을 이해했다. 225일 동안의 시청 1층 로비 농성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올여름 예산안 추가경정안 심사에서는 ‘시내버스준공영제’의 행정 절차상 위반을 밝혀내 예산을 삭감했다. 교통약자와의 상생을 위한 복지제도로서 도입된 시내버스준공영제는 오늘날, 한 해 1,5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세금 먹는 하마가 돼 버렸고, 필자는 소관부서와 꾸준한 협의를 통해 시내버스준공영제 정상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한 시정질문에서도 ‘상생’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광주~나주 광역철도 노선 변경 건에 대해 점검하며 광주와 전남도의 협치를 촉구했고, 경제진흥원에 흡수된 노사상생일자리재단이 과연 노사상생의 교두보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 강기정 시장에게는 목적지에만 빠르게 도착하는 지름길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는 ‘광주 다운 길’을 가자고 청했다.

23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광주시 금고의 전국 최저 수준 협력 사업비 현황을 고발하고 지역 상생을 주문했으며,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로운노동특별위원회는 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및 140여 개 기업과 함께 대유위니아 그룹 지원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사상생, 광주시 및 기업과 시민들과의 상생, 광주와 전남도의 상생….

‘상생’의 키워드 아래 고군분투했던 일 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돌아보았다. 필자의 미진한 노력으로 우리는 조금이나마 서로를 살려주고, 서로를 위해주게 되었을까.

칼럼 제목으로 사용된 문장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최근 읽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 루쉰의 유명 구절을 인용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어느덧 2024년도 본예산 심사를 앞두고 있다.

광주시와 시의회가 시민들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같이 걸어가길 소망한다.

필자가 앞장서서 덤불도 걷어내고, 돌부리도 치우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춥고 어려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올겨울, 같이 가면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