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오영진>고향사랑기부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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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오영진>고향사랑기부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오영진 위즈온 협동조합 이사
  • 입력 : 2023. 12.18(월) 13:28
오영진 이사
필자가 설립한 ‘위즈온 협동조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자를 목표로 직원 중 절반 이상을 장애인을 채용해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필자 역시 근육세포가 자라지 않고 파괴되는 근이영양증이라는 중증 장애를 앓고 있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렵게 IT 기업에 경력직 개발자로 입사했으나 갑작스럽게 어느 날 상사로부터 회사의 경영난으로 구조조정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물론 그 당시 상사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구조조정 대상자 1순위’라는 것쯤은 직장 동료들과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수차례 해왔던 터라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구조조정 대상자 통보를 받고 회사에서 책상을 정리하면서 문득 어떠한 항변도 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는 현실이 억울했다. 유년시절부터 장애를 가지고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모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교육받아 왔지만 개인이 모든 어려움을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듬해 한번더 용기를 내기로 했다. IT 경력직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청년들이 모여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고 창업을 했다. 그게 현재 ‘위즈온 협동조합’이다.

필자와 장애인들에 필요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전을 갖고 장애인 편의시설 지도와 입·간판 경사로, 저상버스 탑승요청 앱(APP) 서비스 등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돌이켜보면 지역 내에서 응원을 받아왔기에 창업한 지 12년 동안 탄탄하게 기업을 운영해 올 수 있었다.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위기브’라는 공식 누리집을 통해 광주 동구에서 추진 중인 고향사랑 기금사업 중 발달장애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E.T 야구단’의 존폐위기 소식을 접하게 됐다. 지역은 다르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좌절을 경험했던 과거의 내가 겹쳐 보였다. 당시 함께해 준 사람들이 많았고 응원 속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고향사랑 기금사업인 ‘발달장애인 청소년 E.T 야구단’ 존폐위기는 개인들이 감내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누군가는 함께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광주 동구가 고향사랑 기금사업을 통해 지정기부를 알리고 E.T 야구단의 운영과 발달장애인 야구 선수들의 꿈을 응원하겠다는 마음이 고마웠다. 지정기부의 최고액은 500만원이었다. 선뜻 기부하기에는 작은 액수는 아니지만 흔쾌히 지정기부를 결정했다. 필자의 마음과 메시지가 닿은 것일까. 임택 광주 동구청장과 고향사랑기부제 담당부서 측에서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고 ‘한번 만나보고 응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광주를 방문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일상적으로 장애인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장애인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많은 사람들이 알기도 쉽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좋은 방법은 일상에서 함께 생활하거나 장애인을 쉽게 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발달장애인 E.T 야구단’은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중요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힘이 된다. E.T 야구단이 지속 가능한 운영을 통해 광주 동구와 같이 다른 지자체도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제2·3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단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되고 3만원 상당 무료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필자가 광주 동구에 최고 액수인 500만 원을 기부하니 150만원 상당의 무료 답례품을 받을 수 있었다. 수십여 가지 이색 답례품 중 소고기로 받으니 지인들에게 인심을 후하게 쓸 수 있었다. 고향사랑기부제 정착과 광주 동구 고향사랑 기금사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