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발언대·김민석> 배곯는 부패, 배부른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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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발언대·김민석> 배곯는 부패, 배부른 청렴
김민석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 입력 : 2023. 12.25(월) 14:50
김민석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
모 정치인이 정치자금 관련해 구속,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시시비비는 사법부에서 가릴 일이나 청렴은 예나 지금이나 첫 번째로 꼽히는 공직자의 덕목이니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희나 맹사성 같은 명재상들이 오늘날까지 청백리로 추앙받는 것이 그 방증이다.

청렴은 사전에 의하면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다. 소극적 의미로 단순히 향응받지 않는 부패하지 않는 것에서 공정한 서비스 제공, 권한 남용 금지, 투명한 정보공개 등 적극 의미까지 확장 될수 있다. 국가권익위는 청렴을 지키기 위한 6가지 덕목으로 공정, 정직, 절제, 배려, 책임, 약속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청렴 정도는 어떨까. 지난해 대한민국은 OECD ‘정부신뢰도’에서 20개국 중 7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80개국 중 31위(OECD 38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두 지표 상승하는 긍정적인 모습이나 한국 투명성기구는 공직사회와 경제활동 지표가 악화됐다는 우려와 함께 반부패·청렴리더십 발휘, 이해충돌방지법·청탁금지법 등 관련 법의 엄격한 시행 등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청렴은 형이상학적 목표가 아닌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18년도 서울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CPI 10점 상승 시 경제성장률이 0.5% 이상 오른다. 긍정적인 상관관계는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PI에서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는 스웨덴은 높은 국민소득과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스웨덴은 ‘22년도 OECD 국가 중 CPI 5위, 1인당 GDP는 5만5800달러로 10위(대한민국 22위, 3만2510달러)를 기록했다.

스웨덴이 처음부터 투명하고 부유한 국가는 아니었다. 18세기 말 이전 봉건주의적 잔재가 남아있는 부패한 후진국이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1789년 러시아와 전쟁에서 패하며 당시 스웨덴 영토였던 핀란드를 잃는 국가존망 위기에서 대법원과 입헌군주제를 도입하고 관료제를 개혁하는 등 이른바 ‘빅뱅 개혁’을 단행했다. 반부패 실천의지는 시민 전체가 함께했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피카(fika)와 서로 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라곰(lagom) 문화를 기반으로 ‘담론’이 가능한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었다. 이 속에서 반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자리잡았다. 전 총리가 조카의 생필품(기저귀 등) 34만원 어치를 공공카드로 구입해 낙마한 사건은 유명하다.

청렴은 국가신뢰의 원동력이다. 신뢰가 기반되었을 때 정부정책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말발 서는 정부’가 될수 있다. 빗물 새는 집에 살며 소를 타고 출근하던 맹사성만이 청렴이 아니다. 현대의 적극적인 청렴은 모두가 배부를 수 있다. 부패는 소수만의 배부름이고 국가 전체로 봤을 땐 피지선이 막혀 생기는 낭종이다. 고름은 도려내야 한다. 청렴은 더 이상 배곯지 않는다. 정부의 반부패 리더십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됐을 때 스웨덴처럼 모두가 배부른 청렴이 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