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일상속 스며든 '구조적 차별·혐오' 조목조목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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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일상속 스며든 '구조적 차별·혐오' 조목조목 반박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박신영 | 바틀비 | 1만5000원
  • 입력 : 2024. 01.04(목) 14:3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쟤 폐미 아니야?/숏컷 하면 다 페미임./여자 숏컷은 걸러야 됨 ㅋㅋㅋ 그래도 국대니깐 봐줌.

쇼트커트를 한 여성은 페미니스트이고 페미니스트는 나쁜 여성이라는 뜻의 실제 댓글이다. 여성을 혐오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에세이스트인 박신영 작가는 직장 내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소송 끝에 승소한 경험을 담은 미투 에세이 ‘제가 왜 참아야 하죠?’에 이어 여성을 향한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혐오에 대해 여러 생각을 적은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를 펴냈다.

우리는 여전히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남성들을 마주하곤 한다. 뉴스에서는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거나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다며 아내나 어머니를 때려죽이는 남자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직장에서도 동료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 남성들이 많다.

21세기에도 동료 여성에 성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여성에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부장, 지인의 개업식에 회식이라고 데려가는 중사,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추자며 껴안는 과장, 사귀자며 성폭행하는 사장이 그렇게나 많다.

자신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고 그중 만만하고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에 칼끝을 겨누는 소위 ‘묻지 마’ 범죄 역시 여성 혐오의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과거 잘못된 망탈리테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구조적 차별의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은 위험하다.

차별의 ‘구조’를 지적하는 여성들을 인성이나 성격적 결함을 지닌 ‘개인’으로 몰아가고 반만년에 걸쳐 역사적으로, 사회 구조적으로 끊임없이 세뇌당한 끝에 성차별 원인을 여성 개개인에서 찾으려 드는 한 사회적 문제는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되면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법적, 제도적 성차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성차별은 현실에서 일어난다. 차별은 사회 성원의 참여와 묵인하에 이뤄진다. 일상에서 사람들을 은은하게 세뇌해 성차별을 문화로 만들어 그 문화에 젖어들게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는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일이다.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이 구급 처방약이 되길 원하는 이유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