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아타이거즈>“거짓말 같은 기적…올해도 일으켜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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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아타이거즈>“거짓말 같은 기적…올해도 일으켜 봐야죠”
●광주·전남 용띠 선수에 듣는다-KIA타이거즈 김건국
1년 공백에도 현역 복귀 꿈
퓨처스 팀 정신적 지주 자처
복귀 5개월 만의 정식 등록
0승 0홀드에도 빛난 베테랑
“가족들에 자랑스럽고 싶어”
  • 입력 : 2024. 01.16(화) 14:47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투수 김건국이 지난해 6월20일 함평-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퓨처스리그 롯데자이언츠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029번에서 43번으로, 등번호에서 0을 떼기 위해 걸린 2개월이 2년 같았죠. 아내가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울었는데 올해는 아들인 리노와 리안이까지 가족들에 자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요.”

KIA타이거즈 투수진의 최고참 김건국(35)이 품은 새 시즌 목표다. 지난해 1월 육성 선수로 KIA에 입단하며 재기를 꿈꿨던 그는 개막 3개월 만인 6월에는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7월 658일 만의 1군 등판을 이뤄낸 뒤 올해 또 하나의 방출생 신화를 꿈꾸고 있다.

김건국은 “KIA에서 육성 선수로 야구를 다시 시작해 정식 선수가 됐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다”며 “1군 등록은 2년 만이었고, 1군 선발은 4년 만이었다. 긴 공백에도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지난 시즌을 복기했다.

그는 스스로 지난 시즌을 100점 만점에 80점으로 평가했다. 2022시즌 말 롯데자이언츠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1년의 공백에도 몸 상태를 잘 만들었고, KIA에서는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선배로 자리매김했다.

김건국은 “시도대항 야구대회에 부산 대표로 출전하게 됐는데 야구를 그만둔 지 오래된 후배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도 어설프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힘들어도 더 열심히 했는데 후배들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KIA타이거즈 투수 김건국이 지난해 7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후배들의 열정이 자극제가 된 것인데 이 대회에서 김건국의 활약은 입단 테스트까지 그를 이끌었다. 후배들을 가르치기 위해 몸을 만들던 그가 10~11월 열린 대회를 치른 뒤 곧장 KIA에 합류해 2개월 여의 점검 과정을 거쳤다.

김건국은 “내가 아직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같이 대회에 출전했던 후배들에게 덕분이라고 연락한다”며 “두 달 가까이 신인들과 합숙하며 운동을 했던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간절했다”고 말했다.

그의 합류 과정에서는 구단의 걱정도 있었다. 롯데에서 6000만원을 받던 그가 반토막 난 연봉에 육성 선수 신분으로 새 출발하는 것이 베테랑으로서 자존심에 손상이 될 수도 있었다.

김건국은 “연봉과 신분은 문제가 안 됐다. 경기만 나가게 해달라고 대답을 했다”며 “후배들에게 항상 아침에 눈 떴을 때 갈 곳이 없다는 허무함이 무섭다고 얘기해 준다. 매일 조금 씩의 목표라도 갖고 뭐라도 열심히 하자고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스스로를 꼰대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김건국은 베테랑으로서 솔선수범했다. 1군과 2군을 통틀어 투수조 최고참인 그가 스프링 캠프와 시즌 초반 함평에서 퓨처스 선수단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그는 “먼저 나서니까 후배들도 따라온다. 분위기가 처져도 신나는 노래 틀고 춤추고 엉덩이 두드려 주고 하면 분위기가 올라간다”며 “힘들어 보이면 코치들한테 슬쩍 던져주기도 한다. (장)현식이가 호랑이 가족 한마당에서 춤 시켰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KIA타이거즈 투수 김건국이 지난해 7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코칭스태프들에게도 눈에 띄었다. 029번으로 시즌을 출발한 지 3개월 만에 정식 선수로 전환돼 43번을 받았고, 곧이어 1군에 콜업돼 대체 선발로 투입됐다.

김건국은 “시즌 초반에 몸 상태가 좋은데도 구속이나 기록이 안 나오다 보니 오만과 욕심이었나 싶어 반성도 하고 은퇴를 할까 고민도 했다”면서도 “손승락 감독과 이상화, 이정호 코치가 부담 갖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여기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신기하게 결과가 좋아졌다”고 회상했다.

2년 만의 1군 무대 등판이 가족들에게는 다시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로 거듭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 창원 NC전에서 페디의 20승 도전을 막아선 뒤에는 가족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건국은 “함평에서 정식 등록 소식을 들었는데 아내가 정말 많이 울었다. 아들들이 공 던지는 거 보고 싶다고 야구장 데려가 달라 했던 생각도 나서 더 뭉클했다”며 “꼭 데리고 간다는 약속이 거짓말이었는데 못 지킬 약속이 현실이 된 게 꿈만 같았다. 그 순간에 관중석에서 아내랑 아들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새 시즌 목표는 가족들에게 더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1군 투수로 일어선 만큼 새 시즌에는 기록에서도 새로운 숫자를 쓰고 싶은 마음이다.

김건국은 “롯데 시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42번보다 하나 높은 43번을 선택했다”며 “잃을 것 없는 놈이 더 세다는 생각으로 1년을 버텼다. 2023년 2군에서 66이닝을 던졌는데 올해는 1군에서 그만큼 던지겠다. 승리와 홀드, 세이브 어떤 기록이든 0을 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