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문화향기·이미경>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원장 부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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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문화향기·이미경>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원장 부임에 부쳐
이미경 사)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원장·도시속참사랑학교 교장
  • 입력 : 2024. 02.27(화) 13:33
이미경 원장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장을 맡게 됐다. 어깨가 무겁다. 그럼에도 혼신을 다해 이끌어볼 작정이다.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함께 했던 동지들이 살아남은자의 몫으로 청소년을 살리는 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30년 넘는 세월동안 십시일반 뜻을 같이 해주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국가도 관심을 두지 않던 때부터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미인가 대안학교를 만들어 꿈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필자는 지난 2005년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공부하면서 이강래 교수를 처음 만났던 날이 인생 전환점이 됐다. 해맑은 미소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으로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맥지에서 운영하던 여성중장기쉼터와 힐링센터, 도시속참사람학교에서 음악치료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2015년 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센터장과 도시속참사람학교라는 대안학교 교장을 맡게 됐다. 딱 3년만 최선을 다해주고 떠나려 했는데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아이들의 변화되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고 함께 울고 웃으면서 남은 인생을 아이들과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7년 넘게 있다가 잠시 2년을 떠났었고 다시 이사장의 간곡한 권유로 원장직을 맡게 됐다. 동구·서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도시속참사람학교, 여성중장기쉼터, 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등 기관들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지만 걱정보다는 희망이 앞섰다. 자립청년들을 지켜내는 ‘키퍼트리’ 단장은 나를 살맛나게 해줄 것이다. 그동안 나를 믿고 함께 도와줬던 사람들이 무한 신뢰와 함께 힘을 실어줬다. “당신만큼 아이들을 사랑하고 살려낼 사람이 없다”는 말에 힘을 얻고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코로나19이후 청소년들의 변화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학교밖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은둔형이 많아졌다. 자기주도적인 학생들을 제외하고 학력격차 또한 심화돼 일찍부터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3년 공백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너도 나도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눈에 띄는 청소년관련 정책이 없다. 청소년활동 관련 예산이 삭감돼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얼마전에 만난 자립청년의 이야기는 정신이 바짝 들게 하였다. 지지세력 없이 홀로 서야하는 세상에서 또 그런 이들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자신도 죽을 것 같다는 여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펴 주기를 바란다.

청소년단체는 청소년을 위한 정책제안을 받아 각 후보에 전달할 예정이다. 건강한 놀거리, 먹거리, 다양한 문화컨텐츠 활성화가 요구된다. 국회 입성을 꿈꾸는 사람들의 관심과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 청소년기본법에 의하면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익을 보장받음과 아울러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며 보다 나은 삶을 누리고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함’이다. 기본에 충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요한 시기에 막중한 자리에 가게되니 각오가 새롭다. 여러기관 운영이 잘 될 수 있게 법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게 해야겠다. 항상 아이들의 행복이 1번이고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선생님들의 행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우리를 통해 선을 베푸는 많은 후원자들에 가슴 따뜻한 뿌듯함을 가질 수 있게 내실 있는 경영과 체계적 관리로 보답해야겠다.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우고 건강하게 성장 할 수 있게 세심히 살피고 지원하겠다. 이 세상 가장 따뜻한 둥지, 세찬 비바람에도 견뎌낼 수 있는 둥지, 언제 어느때라도 편안한 안식처 같은 쉼터가 되도록 하겠다. 사랑을 듬뿍 받고 성장한 청소년들이 훗날 그 보다 더 큰 사랑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 날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