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당명(黨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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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당명(黨名)
최도철 미디어국장
  • 입력 : 2024. 03.11(월) 15:30
최도철 국장
 당파(黨派)는 주의나 주장,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뭉쳐 이룬 단체나 모임을 말한다. 또 정치세력 결집단체였던 붕당(朋黨)안에서 입장에 따라 다시 나뉜 파벌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부침이 있었지만 옛 문헌을 살펴보면 당파는 조선 초기에서 후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등장한다.

 조선시대의 당파이름은 지금처럼 정치적인 사상이 같은 사람이 모여 스스로 당 이름을 짓고 표방하는 게 아니었다. 다른 세력들과 분별을 위해 술청이나 저잣거리에서 오르내리던 항담이 당명으로 굳어진 게 일반이다.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때에는 형당과 제당이 있었다. 정도전 등 태조의 뜻에 따라 이방석을 왕위에 앉히려는 사람들을 제당(弟黨)이라 했고, 하륜과 같이 이방원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형당(兄黨)이라 불렀다. 알려진 것처럼 방원과 방석은 이복형제이다.

 숙부와 조카를 이르는 숙질(叔姪)간의 당쟁도 있었다. 수양이 계유정난으로 조카를 내치고 왕위를 찬탈할 때 앞장섰던 한명회 무리를 숙당(叔黨)이라 불렀고, 단종의 복위를 염원했던 사육신, 생육신 등을 질당(姪黨)이라 했다.

 명종이 즉위하면서 벌어졌던 을사년 사화도 숙질간인 대윤 윤임과 소윤 윤원형의 피비린내나는 당파싸움이었다.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던 조선왕조의 붕당정치 폐해는 선조 이후 본격화 된다. 이른바 사색당파(四色黨派)가 등장하면서다.

 사색의 이름은 그 정파의 영수들이 기거했던 지역을 두고 붙여졌다. 왕도정치를 표방한 김효원이 한양 동편에서 살아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동인이라 했고, 선조의 외척 심의겸의 거처가 서쪽에 있어 그의 추종자들을 서인이라 불렀다. 동인은 다시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면서 북인과 남인으로 칭했다. 이후에도 사색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화되고, 시파와 벽파로 나뉜다.

 이렇듯 혈연이나 친족 또는 정파 주도자의 거주지역에 따라 붙여졌던 당명은 개화기 이후부터 다른 형식을 취한다. 정당을 만들고 민주나 자유, 공화 등 주장이나 이념을 담은 이름을 스스로 지어 공표한 것이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신당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조국신당 등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제3지대의 정당들이다. 과연 아귀도들의 다툼과 같은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 장삼이사들이 새로운 당에 인주를 묻힐 것인가. 이들의 성적표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