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예산 싹둑’ 국립트라우마센터, 상반기 출범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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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예산 싹둑’ 국립트라우마센터, 상반기 출범 적신호
정부, 광주시에 운영비 떠넘겨
치유센터 예산 4분의 1로 축소
출범 미뤄지고 인력 확보 안돼
“예산부족에 운영 차질 우려도”
  • 입력 : 2024. 03.21(목) 18:16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가 올해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일원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 공사 중이다. 정상아 기자
올 상반기 출범을 앞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국립트라우마센터)가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개관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삭감에 이어 운영비 부담을 자치단체에 떠넘기면서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2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법인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올해 상반기 광주에 설립될 예정이다.

국립트라우마센터는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을 치유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 시설로, 광주 본원과 제주 분원으로 나눠 운영된다.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국가폭력 치유 방안은 지난 2021년 11월 양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22년 6월 시행령이 마련됐다.

현재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일원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 공사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93%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범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운영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18년 행안부 기본계획수립용역조사에 따르면 트라우마센터 설립 후 예상되는 치유 대상자는 1년 이내에 6300명, 3년 이내에 1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광주 본원의 적정 인원은 60명, 연간 운영 비용은 61억원 이상을 편성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기재부는 조직 규모를 13명으로 줄이고 운영예산을 16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심지어 기재부는 전액 국비 지원 예정이었던 운영예산을 지자체로 전가했다.

시설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부담할 책임이 있다는 관련 법 조항을 토대로 센터 운영예산 비용을 국비와 지방비 5:5로 부담할 것을 요구한 것.

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 법률에 따르면 시설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광주시는 지방자치법에서는 국가의 부담을 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운영비와 관련해서 자치단체의 자발적 참여는 가능하지만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며 “기존에 계획됐던 대로 운영비 전액을 국비로 마련하기 위해 행안부, 제주도와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운영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관 이후에 정상적인 센터 운영이 가능한지 우려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범운영으로 지난 2012년 문을 연 광주트라우마센터에는 현재 등록자 1218명이 센터 이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달 26일 차호준 전 부마민주항쟁보상지원단장을 국립트라우마센터 원장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센터 운영진 구성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 센터에서 함께 활동할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 마련이 늦어지면서 출범일도 기존 목표였던 5월에서 상반기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국가폭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은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공간인 만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팀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권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필요한 비용까지 삭감돼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며 “피해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폭력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며 “약물로만 치료할 일도 아니고 한두 번으로 트라우마가 없어지지 않는다. 서둘러 센터에서 활동할 인력 확보와 팀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3월 말부터 채용을 시작해 활동 팀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현재 운영비 절반은 국비로 마련된 상황이라 개관일까지 운영비 전액이 모아지지 않으면 규모를 축소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