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창·제작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ACC재단 제공 |
2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은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을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영국 어셈블리 조지스퀘어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코리아시즌 공식 프로그램으로 초청받아 진행하는 이번 무대는 일회성이 아닌 장기 공연을 통해 많은 해외 관객에게 오월 광주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ACC가 지난 2018년 5·18 기념공연 사업으로 창·제작한 작품이다. 옛 전남도청과 그곳에 얽힌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5·18의 최후 항전지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섬세하고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연극은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오브제극으로 구현된다. 1960년, 1980년, 그리고 지금. 세 시대를 관통하는 파편화된 기억과 꿈, 역사와 현실이 무대 위에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극의 중심에는 극장 청소부 ‘문 씨’가 있다. 모두가 떠난 극장, 그곳에서 흰 종이와 하나의 사과를 계기로 그는 오래된 기억의 세계로 빠져든다. 종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인물들과 환상처럼 뒤섞인 기억들은 그를 점점 깊은 과거로 인도하고, 마침내 1980년 광주의 시간을 마주하게 한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가변형 극장인 전당 극장1에 맞춰 움직이는 객석 등 파격적인 무대를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22년에는 야외 공연용으로 선보였고, 지난해 서울 공연에서는 소규모 극장에 적합한 형태로 재제작하는 등 무대 환경에 맞춰 다채롭게 발전해 왔다. 또 지난 4월 서울 창작연극센터와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도 공연을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올해 영국 무대는 오브제극 형식으로, 무대 위 흰 종이를 캔버스 삼아 1960년대와 1980년대가 교차하면서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장면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꿈, 현실이 얽히고, 설키며 펼쳐지는 5·18의 기억을 ‘가족의 서사’를 통해 되살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규 ACC재단 사장은 “‘시간을 칠하는 사람’이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장기간 공연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ACC의 대표 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외 무대에 소개될 수 있도록 유통 플랫폼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어셈블리 조지스퀘어 스튜디오 3(Assembly George Square Studio 3)에서 진행한다. 자세한 공연 일정과 정보는 어셈블리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assembly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