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로츠성·광장·화학고 ‘세라믹 전시장’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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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츠성·광장·화학고 ‘세라믹 전시장’ 변신
남도도자, 엑스포로 미래를 빚자-독일도자박람회(下)
6만명 찾는 국제세라믹박람회 ‘40년 장수’
민·관·학·기업 지원 통해 박람회 ‘지속가능’
지자체 슐리츠성·광장 무상제공… 시상식도
  • 입력 : 2023. 11.02(목) 18:42
  •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
중세시대 올덴부르크 슐르츠성의 화약고로 사용되던 ‘풀버툼’은 1964년 올덴부르크시에 편입된 후 세라믹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덴부르크 시립미술관 제공
올덴부르크에 위치한 ‘풀버툼’에 관광객들이 입장하는 모습.
독일 북부의 작은 마을인 올덴부르크에서는 올해로 40년을 맞는 ‘국제세라믹박람회’가 열린다. 지금은 전세계 작가들이 참여하는 박람회지만 40년 전에는 광장 한켠에서 공예 도자를 판매하는 작은 마켓으로 출발했다. 작은 세라믹마켓이 6만명이 방문하는 ‘세라믹박람회’로 몸집을 키운 것은 지역사회와 학교, 세라믹 기업들이 합심한 결과물이었다.

올덴부르크의 예술학교인 비약슐레(Werkschule)는 지난 1984년에 설립됐다. 미술이나 실용적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지만 대부분의 커리큘럼은 ‘세라믹’에 집중돼 있다. 이곳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회·문화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재단이기도 하다. 비약슐레는 독일의 난민, 장애인, 노인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도자 교육을 펼치고 있다. 비약슐레가 도자 문화 확산과 도자 향유에 전념하는 교육에 집중하면서 올덴부르크의 도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세라믹’이 됐다.

비약슐레는 유럽의 세라믹 예술을 위한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다. 비약슐레는 전세계 유명 세라믹 작가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고, 해당 미술학교의 커리큘럼도 국제세라믹협회로부터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1100년께 지어진 유서깊은 건축물인 ‘슐로츠성’에서 세라믹박람회가 개최된 것은 올덴부르크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올덴부르크시는 세라믹박람회 개최를 위해 슐로츠성과 광장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슐로츠성은 독일의 중요 유적지 중 한곳이지만, 이곳은 박람회 동안 모두에게 개방된다. 특히 슐로츠성의 고풍스러운 메인홀은 박람회의 전통인 ‘올해의 세라믹 시상식’이 열린다.

시상식이 끝나면 슐로츠성 앞뜰에서 전세계 작가들이 조직위원회와 만찬을 즐기는 것도 박람회의 중요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덴부르크시는 슐로츠성과 슐로츠광장에 이어 인근 화약고도 세라믹박람회를 위해 제공했다. 올덴부르크시립미술관 소유인 해당 화약고는 ‘풀버툼(Pulverturm)’으로 슐로츠광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풀버톰은 나무와 흙,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건축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세시대 성의 화약고로 사용되다가, 이후 얼음저장고, 그리고 1964년 올덴부르크시에 공식 편입됐다. 올덴부르크시는 화약고의 사용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지속한 끝에 이곳을 ‘세라믹전시관’으로 활용하는데 동의했다. 풀버툼은 국제적으로 재능있는 신진 세라믹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가 되는 곳이다. 전시작은 올덴부르크시가 엄선하고, 전시 작가의 모든 홍보는 올덴부르크시와 미술관이 주관하고 있다. 해당 전시회를 통해 판매되는 수익금 모두는 해당 작가에게 돌아간다.

풀버툼은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다. 화약고로 사용되던 특성상,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지만, 내부에 강렬한 세라믹 작품들이 전시되면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세라믹박람회를 찾는 관광객들은 풀버툼이 간직한 공간적 특성과 세라믹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빼놓지 않고 방문했다.

세라믹박람회는 후원기업들 덕에 박람회를 지속가능하게 했다. 독일의 거대 가마 회사인 ‘로데(ROHDE)’는 유럽 최고의 가마 제조업체다. 로데는 세라믹과 유리용 가마를 제작하는 업체로 올덴부르크 세라믹박람회를 오랫동안 후원하고 있다. 로데는 디지털로 온도 조절이 되는 최첨단 가마로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국민브랜드다.

카린 바블록 현대도자협회 회원은 “비약슐레에선 세라믹 수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풀버툼 신진 작가 전시, 시립미술관의 세라믹 전시 등 올덴부르크 세라믹박람회 기간동안에 이곳에서 각종 전시와 행사가 열린다”며 “올덴부르크 세라믹박람회는 이곳 저곳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가족 같은’ 연결성이 있다. 이 박람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 이유도 다양성와 연결성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최대 가마업체 ‘로데’의 최고경영자가 올덴부르크 세라믹박람회에 참석해 관람객들에게 상품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