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해방 조선의 아들·딸들아 힘껏 뛰고 맘껏 달려라.” 1948년 6월 21일,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68명을 위한 환영식이 열린 서울역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2달여 앞둔 혼돈의 시기. 돈도 없고 나라마저 없었던 국민들에게 사상 처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의 모습은 감격이었다. 선수단의 각오도 뜨거웠다. 연단에 선 이병학 총감독은 ‘체육정신으로 민족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12년 전인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손...
2024.07.25 17:33지난 23일 한동훈 대표 선출로 막을 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과거사 폭로 싸움’이었다. 후보들은 경쟁자를 흠집 내기 위해 자해성 폭로도 서슴지 않았다. 한동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로부터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한 후보가 언급한 ‘패스트 트랙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국회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러 쟁점법안을 패스트 트랙 지정 처리할 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
2024.07.24 16:45‘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70~80년대 저항가로 상징되는 노래 ‘아침이슬’. 극단 ‘학전’ 故 김민기가 서울대 회화과 학생시절 서울 우이동 반 지하에서 그림 그리던 밤, 만든 노래다. 원래 ‘아침이슬’이라는 곡을 구상 당시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시련일지라’라는 가사에서 멈춰 있다가 가사의 ‘그’를 ‘나’로 바꾼 뒤 가사가 잘 써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훨씬 더 감정의 이입이 잘 되고, 당시의 시대상을 마주한 ‘나’의 기분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민기는 1970년 ‘아침이슬’을 세상에 ...
2024.07.25 14:56김민기가 세상을 떠났다. 내 또래는 그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그리 멀지는 않는다. 그가 만든 노래가 충분히 우리 세대의 토양을 적셔왔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던 ‘아침이슬’은 지금 이 나이가 되도 가끔씩 흥얼거린다. ‘친구’라는 노래도 그러하다.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도 이래저래 흘러가는 바람 속에서 들었기에 결코 '범상치 않은 이'라는 것만은 뚜렷이 기억한다. 어쩌면 불행했고, 어쩌면 행복했을 터다. 청춘을 맞이한 시대가 군부독재의 엄혹한 시대였다는 점에서 그는 불행했고, 맞서 싸우면서 ...
2024.07.22 18:11“일본어를 못 해도 이주할 수 있을까요?” 이달 초, 지방소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훗카이도로 향해 지방소멸 극복에 성공한 니세코와 히가시카와정을 방문했다. 두 마을 다 각자의 특색이 있었으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다름아닌 히가시카와정이었다. 옛 초등학교를 활용한 외국인 공립 일본어 학교와 이어져 마을 사람들의 도서관이자 카페, 쉼터이자 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센토피아2와 그 앞으로 조성된 잔디밭에서 축구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자 나도 모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취재를 위한 안내를 도와준 이도...
2024.07.21 18:09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 대한 ‘댓글팀’운용 의혹이 제기됐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후보 여론조작팀으로 의심되는 네이버 계정 24개와 댓글 6만개를 확인했다는 폭로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과 맞먹는 대형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댓글팀 의혹’에 한 후보는 일절 관여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내 경쟁자(당대표 후보)들과 야권까지 합세해 떳떳하면 특검을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댓글팀’ 용어가 ...
2024.07.18 17:28남도의 대표 여름축제인 무안연꽃축제가 다음 주말에 열린다는 짤막뉴스가 지면에 실렸다. 초록빛 연잎 사이로 맑은 자태를 드러내며 꽃망울을 틔우는 회산 백련을 기억에서 소환하니, 가까이 지내는 암주 스님과 몇 해 전 나눴던 연꽃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하여 화지군자(花之君子)라 이른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유래했다. 주돈이는 연꽃을 두고 이렇게 묘사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 청결하되 요염하...
최도철 미디어국장2024.07.17 15:221995년 8월 어느 날, 무라카미 쓰네오 수은 강항 선생 일본연구회장이 선잠 결에 이상한 꿈을 꿨다. 수십여 년 강항 선생을 연구했지만 단 한번 꿈에서조차 만나보지 못했던 강항 선생이 그에게 뭔가를 건네주는 꿈이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한국인 한 사람이 무라카미를 찾아와 편액 하나를 내밀었다. 1597년부터 1600년까지 3년여 간 일본에서의 포로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강항 선생이 1618년까지 영광에 살면서 누군가에게 써준 것이었다. ‘어느 무엇보다 소중한 인연이었다’는 게 무라카미의 회상이다. 편액에 쓰인 글귀는 종오소호...
2024.07.16 16:39눈을 떴는데 벌레가 됐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졌다. 어느 날 아침 여행 판매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르 잠자는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한 것을 발견한다. 흡사 바퀴벌레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팔다리는 8개로 늘어났고, 머리 위로는 길다란 더듬이가 뻗어났다. 준수했던 그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징그러운 그야말로 ‘벌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이 변한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여전히 일터로 향했다. 초반에 정성껏 돌봐주던 가족들도 어느새 그를 가장 부담...
2024.07.15 17:52특정 생물을 죽이거나 먹이로 삼는 생물을 ‘천적’이라고 한다. 생태세계에서는 각 생물들이 자연의 원칙에 따라 먹고 먹히는 천적 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먹이사슬’이라고 부른다. 스포츠계에도 때로는 전력차를 뛰어 넘는 천적관계가 형성된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올시즌 프로야구와 프로축구판에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야구 시즌 개막 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KIA타이거즈는 SSG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만 만나면 유독 기를 펴지 못한다. KIA는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와 9~11일 LG 트윈스...
2024.07.14 17:38현대 사회에서 영화산업은 자본의 경연장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웨이 오브 워터’는 제작비만 우리 돈으로 6359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3시간인 아바타의 상영시간을 감안하면 1초 분량의 화면을 위해 5억 8879만 원을 쓴 셈이다. 복잡한 특수 효과로 유명한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도 5239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53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제작비를 기록했다. 영화 제작이 많은 이들에게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2024.07.11 16:53며칠 사이 흐렸던 하늘이 점점 개는 듯 하다. 시나브로 장마가 끝나가는 모양이다. 올해도 기록적 폭우로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기고 집과 산이 무너져 목숨을 잃는 등 사건사고 소식에 심란한 마음이 잠기다가, 문득 윤흥길의 소설 ‘장마’를 생각한다. 소설 장마는 6·25전쟁 당시 이념으로 엇갈린 한 집안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한(恨)으로 응어리진 ‘분단의 비극과 갈등’이 지난한 장마로 비유되는 것이, 꼭 여전히 이분법적 남녀갈등, 진영갈등으로 점철된 한국사회 일상과도 여태껏 맞물리는 듯하다. 소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2024.07.10 18:23“민주주의는 유대인의 음모다. 아리아인처럼 위대한 민족에게 평등 같은 것은 필요 없는데, 유대인들이 자꾸 민주주의나 평등 같은 쓸데없는 사상을 퍼뜨려 아리아인을 쇠퇴시키려 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인 ‘나의 투쟁’의 일부다. 히틀러는 1923년 뮌헨 폭동 실패 뒤 교도소에서 ‘나의 투쟁‘을 출간했다. 책은 히틀러가 반유대주의자가 된 과정을 묘사하며 그의 정치 사상 및 미래 독일을 위한 계획의 윤곽을 보여 준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을 통해 철저한 반유대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2차 세계대전을 ...
2024.07.09 17:15현대는 하나의 공간에 여러 세대가 뒤섞여 살아가고 있고 있다. 이른바 ‘멀티 제너레이션’ 시대다. 의학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세대가 동시대를 구성하고 있다. 각 세대는 연령으로 구분되지만, 서로 구별되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세대별 욕망이 다르고, 생산과 소비 패턴, 선택과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 지난 5월 출간된 ‘세대욕망’(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이란 책에는 올해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를 5가지로 구분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1970년대 출생자를 아우르는 X세대,...
2024.07.08 18:10“평화를 빕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 전례 중 인사를 나누면서 이웃에게 평화를 빌어준다. 내 옆의 이웃이 누구든 상관없이 평화를 빈다. 누군가의 평화를 비는 일에 조건은 없다.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바라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순탄치 않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열흘 만인 지난 4일 화성시청 분향소에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놓였다. 그리고 지난 1일 서울 시청역에서는 인도로 ...
2024.07.07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