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17일, 코로나19가 세상에 처음 나와 전 세계를 팬데믹 공포에 떨게 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는 지금껏 인간의 목숨과 건강을 위협해 온 수많은 질병과는 격이 달랐다. 사회를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라는 전무후무한 패러다임을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 인류로 하여금 '제어하느냐, 제어당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만든 범세계적 신드롬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모두가 백신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 박멸을 고대하는 인류의 염원에 응답하듯 발병 1년 ...
오선우 기자2020.12.07 14:51올해의 기업인에 부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기사도 여전히 그를 가리킨다. 별세 한 달 후, 그가 세상에 남긴 말, 별세 49재 한 사찰서 조용히…. 따위의 것들이다. 그가 저지른 과오는 어느새 없어지고 세상은 그의 어록을 새기라고 했다. 시간을 조금 더 되돌려 보자. 전 서울시장의 소식에 진보 정치인이 애도를 표했다. 자신에게 엄격한 오랜 친구가 애석하다느니, 그만한 남자사람 친구를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느니…. 따위의 것들이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도로 확장)에 착수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전 서...
도선인 기자2020.12.03 14:17지난해 3월 11일, '수습기자'라는 명찰을 붙이고 공식적으로 32년만에 광주를 찾았다는 전두환 씨를 광주지방법원에서 처음 마주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지 10개월 만에 전씨가 참여한 첫 재판이었다. 전씨가 차에서 내리던 순간 담장을 넘어 달려들던 한 남성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대답 대신 토하는 울분에 함께 울었다. 창문을 열고 법원을 향해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외치던 초등학생들의 모습에 같이 웃었고, 주저앉는 어머니들에 함께 분노했다. 인간벽을 세운 경찰,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 5·18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의 모습은 초...
곽지혜 기자2020.12.01 16:41'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생산설비를 완전히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실현 가능한 생산을 달성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한 빈곤을 '풍요 속 빈곤'이라 한다. 경제학에서 쓰는 용어인 이 말은 이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상대적으로 정서가 메마르고 빈곤한 세태를 지칭하는 말이 되고 있다. 혹자는 현시대를 '풍요 속 빈곤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뒤바꾼 이후, 풍요로운 시대는 저물었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올 경제 충격과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하기...
김은지 기자2020.11.25 16:23"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참 씁쓸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죠. 장애인 복지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이 업무는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한 장애인협회장의 설움 섞인 하소연이자 지적이었다. 지난 1월 31일까지 시설주가 공공기관이면 장애인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하거나 시설 이용·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높이 차이가 있는 무대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설치를 완료해야 했다. 이는 2018년 1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시행됨...
김해나 기자2020.11.23 13:16# "저희 군 확인 결과 현재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수목원으로 4000본의 핑크뮬리가 식재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 "저희 수목원에는 핑크뮬리가 총 1200본 식재 돼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핑크뮬리가 생태계 교란종 2급으로 지정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을 당시 핑크뮬리의 식재량 취재 과정에서 나눈 대화다. 관공서 답변과 수목원 주인의 답변이 서로 달랐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추가적인 핑크뮬리 취재를 진행 중 정확한 온도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문의했으나 갈수록 가관이었다. 더 확인 차 환경부에 전화를 돌렸다. 이젠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도와 핑크뮬리 생존 연관성 자료에 따르면 핑크뮬리가 추운 온도에 취약해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입니다. 환경부 자체적 회의 결과 정확한 온도 수치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전남지역에 식재된 핑크뮬리 현황은 순...
조진용 기자2020.11.17 13:19'서진(西進) 전략', '호남 끌어안기', '호남 구애', '호남 동행' 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돌입한 '작전명'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선 호남 출신 인구 비율이 15%에 육박하는 서울권 일부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자 호남지역에 단 한 석도 국회의원 수를 챙기지 못한 위기의식이 기저에 있다. 국민의힘은 8월 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사죄했으며 11월엔 '호남 동행'이란 이름으로 광주·전남지역 기초단체장과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 심장부인 시청 앞에는 "...
최황지 기자2020.11.11 16:12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여주인공 샤오위는 천식을 앓다 세상을 떠난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대만 영화만의 감성 덕에 샤오위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대중에 기억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현실에서 천식 환자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잦은 기침이라도 내뱉으면 "코로나19 감염자 아니야?"라는 의심부터 받고,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 곤란을 겪기도 한다. 천식(asthma)은 그리스어의 '날카로운 호흡'에서 유래했다. 기도 폐쇄로 호흡 곤란, 기침 등이 발생하며, 공기가 차고 건조한 겨울에 증상이 더 ...
양가람 기자2020.11.09 13:44야당의 행보가 심상찮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또 전남을 찾았다. 지난 8월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사과'를 한 지 두 달 만이다. 당시 그는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김 위원장은 또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 발언에 우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야당 파격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10월 27일 호남 예산을 챙기겠다며 주호영 원...
김진영 기자2020.11.08 17:07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중대하든 하지 않든 간에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바랜다.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이나 심리·상담을 공부한 적이 있다면 한 번쯤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억·학습 연구의 선구자로서, '망각(忘却)'이라는 단어가 학문적·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만든 학자이다. 대표적인 연구 업적으로는 '망각곡선'을 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의 망각 정도를 그래프...
오선우 기자2020.11.03 17:0412시간 넘게 배달을 하느라 함께 놀아주지 못한 자식을 늘 안타까워 하는 택배 노동자. 지난 밤 쌓인 오물을 치우며 새벽을 여는 청소 노동자. 코로나와 폭우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냈지만 빚만 쌓인 영세 자영업자. 예기치 못한 화마를 당해 보금자리를 잃은 가족. 2~3개의 알바자리를 넘나들며 꿈을 찾아 헤매는 청년. 지난 9월 사회부 기자로 발령을 받고 나서 두달여동안 기자가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가슴 먹먹한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취재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사연을 묻고 또 기록했다. 그냥 만났다면 절대로 묻지 않았을...
도선인 기자2020.10.28 14:25얼마 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지역센터 통폐합 문제에 대해 취재한 내용 중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연된 자살'이다. '지연된 자살'은 국가적 재난 상황 초반에는 생존 본능과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감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살률이 감소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증가세를 보이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쉽게 말해 당장 수십억원의 빚이 생기거나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되는 등 극한의 순간에서 생을 마감하기보다는 그 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심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위기 상...
곽지혜 기자2020.10.26 16:21"은지야, 카메라에 가져다 대면 꽃 이름 알려주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독립한지 수년째, 1-2주에 한번 볼까 말까 한 딸을 마주한 기자의 어머니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질문을 쉴 틈 없이 던진다. 벌써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8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능에 적응하기란 여전히 난제인듯 하다. 함께 한식당에 방문한 날에는 QR코드 입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쥐고 인증을 받아 식당 직원에게 건넨 사람은 나였다. 어머니는 "QR코드 말고 직접 명부 작성하는 게 더 편하더라"며 민망함을 덜었...
김은지 기자2020.10.21 14:24기자의 할머니는 향년 98세를 일기로 지난 2018년 1월 눈을 감으셨다. "큰 지병도 없이 저 연세까지 살다 가신 건 진짜 호상(好喪)이죠."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이 조문객들에게 한 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세상에 좋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기자 역시 할머니가 호상이라고 생각한다. "해나 왔냐? 가시내, 앞머리가 그게 뭐여. 저번이 이쁘드만. 눈썹 위까지 빠짝 잘라브러." 할머니는 허리도 거의 굽지 않았었다. 앉거나 일어설 때 다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손녀와 눈을 마주치고, 손녀의 이름을 불러줬다. 손녀의 ...
김해나 기자2020.10.20 10:41'상온 노출'이 의심돼 한동안 중단되었던 독감백신 무료 접종이 지난 13일부터 재개됐다. 정부는 접종 중단 첫날,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접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현장 취재 당시 독감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들에게 "무료 백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무료대상자에 해당 돼지만, 두려워서 국가 백신을 맞을지는 고민해봐야겠다"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입에서는 '싼 게 비지떡',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등의 말도 흘...
최원우 기자2020.10.14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