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활제를 끝으로 5·18 40주년도 지나간다. 올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념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극우단체들은 5·18 폄하 집회를 열겠다며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40년 만에 마침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책임자 발굴에 착수했다.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 미완의 과제로 끝난 5·18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런가 하면 전두환씨가 5월을 앞두고 광주를 찾아 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
김진영 기자2020.05.27 14:59"죽음의 공평한 발걸음은 가난한 자의 오두막집과 임금의 궁궐을 모두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 호라티우스 로마시대 시인 호라티우스에게 죽음은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 죽음의 발걸음은 공평하지 않았다. 죽음은 늘 가난한 자의 집 앞에 일찍 도착했고, 가난한 자의 대문을 먼저 두드렸다. 지난 4일 광주 한 아파트 자택에서 택배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날 오전 6시께 잠을 자던 중 '악' 소리를 지르고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하루 평...
양가람 기자2020.05.12 13:13"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카뮈는 이 소설에 먼저 '구금된 사람들'이란 제목을 달고 '불안과 절망에 빠진 구금된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묘사했다. 1940년대 오랑시 사람들의 눈빛에서 2020년 대한민국 시민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다. 원래대로라면 개학이네 총선이네 가장 바빴을 시기건만 봄꽃의 향기조차 맘편히 맡을 수 없게 돼 버렸다.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세상은 역동성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고, 많은 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누군가는 불안 속에, 누군가는 재정비를 위해 조금은 느린 템포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자신을 돌보기는커녕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다. ...
양가람 기자2020.03.23 13:21한빛3호기 외벽에서 철근이 나왔다. 긴급회의까지 소집됐다. 그러나 정작 철근은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주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역주민들의 규탄은 한빛본부의 소통 방식에 집중됐다. 한빛3호기 외벽에서 철근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그새 지역주민과 한빛본부 사이에 실무회의가 7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한빛본부는 한 차례도 철근이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빛본부 관계자들은 "나중에 알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주민들은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빛본부의 불통 논란은 어제 오늘 문제가...
김진영 기자2020.03.19 14:09'띵동!' 배달 라이더 A(18)군은 휴대전화에 뜬 콜(주문)을 확인하자마자 오토바이 페달을 밟았다. 퇴근시간대라 도로는 꽉 막힌 상태였지만 쉬지 않고 질주한 덕에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객은 배달이 늦었다며 화를 냈고, A군은 별점을 낮게 받을까 두려워 죄송합니다,를 거듭 외쳤다. '띵동!' 콜 알람이 울리자 건물 밖으로 나온 A군은 숨돌릴 틈도 없이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고, 다시 도로 위를 달렸다. 잠시 후, 어플에 A군이 배달한 음식에 대한 리뷰가 올라왔다. "주문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음식을 받았어요. 면은 ...
양가람 기자2020.02.19 14:06지난 4일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지역 사회가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가짜 뉴스도 횡행하고 있다. 가짜 뉴스에 나오는 병원·마트 등은 "우린 바이러스 지역이 아니다"는 공지를 서둘러 띄웠다. 5일엔 추가 확진자도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졌고 바깥 출입을 삼가는 분위기다. 다가올 봄을 앞두고 다양한 개막 공연과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던 광주 문화계가 싸늘하게 식었다. 2월, '깜짝 겨울 잔치'를 노렸던 광주의 공연 업계들은 기획한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광주에서 확진자가 나온 ...
최황지 기자2020.02.05 16:26여야가 이달 안에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처리 안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제21대 총선을 불과 두 달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선거구 획정은 난망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선거구 늑장 획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16대 총선에선 선거 65일 전에 선거구를 획정했고, 17대는 37일 전, 19대 총선에서는 44일 전에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지난 20대 총선 역시 투표 42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됐다. 예비후보들은 어디까지 선거운동을 해야할지,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자가 내 지역구에...
곽지혜 기자2020.02.03 18:00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고 말했다. 니체에게 '고독 속을 걷는 존재'는 타인의 시선,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고귀한 인간이었다.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고독'(solitude)이란 단어에 실존적이고 다소 낭만적인 의미를 부여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고독은 무자비한 단어로 독해된다. 철학적 의미보다는 '외로움'(loneliness)에 차라리 더 가깝다. 고독사는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다. 생의 마지막을 홀로 맞기에 '...
양가람 기자2020.01.13 14:55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특혜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9개월만에 모든 수사를 마무리했다. 민간공원 사업 책임자인 정종제 행정부시장과 윤영렬 감사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담당 국장을 구속 기소했으며, 담당 부서 사무관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생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5명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그간 검찰은 광주시청을 비롯해 산하기관, 건설사 등을 수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수십 명이 넘는 관련자 조사가 이뤄졌다. 게다가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모든 수사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깜깜이 수사'를 이어온...
김진영 기자2020.01.09 17:19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씨는 해가 바뀌며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비가 내리는 요즘,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꽁꽁 얼어붙는 엄동설한이 시작된다. 날씨는 물론 사람들 마음까지도. 춥고 짓궂어진 날씨에 따순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사람들 마음처럼,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 역시 며칠째 제자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73일간 '희망2020 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집중 모금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모금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광주 ...
오선우 기자2020.01.07 14:2420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말한다)'는 문화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론 무대 아래 숨겨져 있던 '어두운 관행'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반면 문화계에서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는 긍정적 기류도 형성됐다. 그 덕분에 지난해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광주·전남지역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가치관과 열정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0년, 평범한 주부 5명이 만든 '광주여성영화제'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10년 동안 이어온 '장기영화제'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문화계가 광주여성영화제를 다시 주목 했다. 1회 때만해도 3일 간 20여편의 장·단편 영화를 상영했으나 작년엔 6일간 국내·외 장 단편 50편을 상영했다. 특히 지역과 여성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전남대를 졸업한 뒤 "광주에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열정으로 무장...
최황지 기자2020.01.01 17:473년 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보여준 세기의 대결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방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내놓는 수준으로만 넘겨짚었던 AI의 실체를 마주한 순간이었고, 공상영화 속 인류를 능가하는 AI의 출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게 한 계기가 돼서다. 당시 뜨거웠던 세간의 관심은 최근 NHN의 바둑 AI '한돌'과 이세돌 9단의 대결을 통해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승패를 떠나, '국산 AI'라는 수식을 달고 등장한 한돌은 국내 AI 기술력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김정대 기자2019.12.19 18:47"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찾아 전전한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 '자기만의 방'에서 인생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그림자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대변했다. 사회적 약자였던 당대 그리고 후대 여성들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즘의 상징이 됐다. 2019년 대한민국은 유독 페미니즘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무엇이 페미니즘인가'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지만,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 앞으로 ...
양가람 기자2019.12.10 14:55요양병원이 들썩인다. 암환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무전퇴원, 유전입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규칙 개정이 원인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가 진료비를 전부내면 심사 후 몇 달 뒤에나 돌려주겠다는 모진 제도 탓이다. 월 30만원씩 하던 항암 치료비가 하루아침에 600만원이 됐다. 돌려받는데 세달 씩이나 걸린다고 하니 1800여만원을 걸어둬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차라리 요양병원을 떠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돈 없는 암환자들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정책이 거꾸로 암환자들을 거리로 내...
김진영 기자2019.12.04 16:53지난 4월 '강원 산불'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산불 확산 원인으로 꼽히는 '양강지풍(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은 '불을 몰고 온다'고 해서 붙은 화풍(火風)이라는 별칭처럼 최대 순간풍속 초속 35.6m로 인근 야산을 순식간에 덮쳤다. 설상가상으로 불똥이 수백 m씩 날아가 옮겨붙는 비화(飛火) 현상까지 겹치면서, 신고 접수 10여 분 만에 진화 장비와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속초 도심과 해안으로까지 번졌고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정부와 지자체, 소방당국과 국민의 협...
오선우 기자2019.12.05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