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흥사를 만나고 나오는 길이다. 두륜산 대흥사는 한반도에서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절집으로 오가는 ‘십리숲길’이 아직껏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도 만추의 서정을 선사한다. 여행의 절반은 먹을거리에 있다고 했던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다. 대흥사로 오가는 길에 닭 코스 요릿집이 줄지어 있다. 대흥사와 해남읍 사이, 이른바 ‘돌고개’ 주변이다. 오래 전 돌고개엔 주막과 대장간이 있었다고 전한다. 많은 사...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3.11.16 13:34(줄여서 ‘민박’)은 송석하(1904~1948)에 의해 설립된 (1945. 11. 8)을 효시로 삼는다. 임재해는 「조선민속학회 창립의 산파 송석하와 한국 민속학의 길」(한국민속학 57, 2013)이란 글에서 송석하의 업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와 같은 맥락에서 를 설립하는데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 사재를 털어 학회지 『조선민속학』을 간행한 업적 등을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학자들과 어울렸다는 점을 들어 식민주의 공범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민속학 및 인류학 전공의 여러 학자들이 가열찬 논쟁을 ...
2023.11.16 13:18여기 저기 들어서는 게 아파트 건물 일색이다. 그것도 밀집된 초고층으로. 편리성을 따져 너도나도 선호한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맨손으로 들어가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는 의미의 ‘맨션’이란 말로 유혹해 가진 자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보편화 되어 이 아파트 아니면 갈 곳이 없다. 어쩌다 하나씩 남아있는 단독주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모두 고층 아파트 숲에 포위되어 숨죽이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것도 세태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자생적인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
누가 누구를, 또는 무엇을 지켜내는지 모를 일이다.2023.11.16 12:572022년 뉴욕타임스에서는 ‘K-팝과 하이패션’, ‘경제와 예술 강국’의 현재와 , ‘한국 전쟁과 독재’의 과거를 대비하며 한국 예술가 김구림의 아방가르드 예술에 주목하게 된다.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 작가(1936~ )는 70년 전 내전(civil war)의 수렁에 빠진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경제·예술 강국으로 전환의 변화 물결을 타며 1960~1970년대 아방가르드 운동의 중심인물로 주목하며, 이승택, 곽덕준 작가와 함께 한국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국 미술의 새로운 시도와 비전을 보여주었다. 군사 독재 정권이 30년 이...
2023.11.12 14:14세계를 호령하는 도시에 가면 반드시 있다는 오페라 극장은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방문 코스이다. 짧은 역사를 갖지만, 시드니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 지중해 해변에 자리한 ‘나폴리의 산 카를로 오페라 극장’,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들이 이에 속한다. 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순수 공연 예술 중 가장 대형 프로젝트이며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오페라는 한 도시의 문화 척도를 바라보는데 대표적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유럽을 가면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
2023.11.09 14:39“상여가 나갈 때 북을 치고 앞에서 인도하고 큰 소리로 울며 뒤에서 따라가는 것은, 결코 오랑캐의 풍속이다. 의관을 갖춘 집안에서 어찌 차마 이런 풍습을 본받겠는가. 반드시 요령(搖鈴) 하나를 준비하여 북을 대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애경사와 관계된 일은 더더욱 반상(班常)의 구별이 있어야 마땅하다.” 진도에 유배 왔던 유와 김이익이 그의 저술 『순칭록(循稱錄)』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진도의 풍속을 힐난하고 나무라는 언행은 더 이어진다. “우리 성상께서 등극하여 5년이 된 을축년(1805)은 내가 벌을 받고 이곳으로 유배 ...
2023.11.09 12:54꽃이 산과 들에 예쁘게 피었다.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는 물결을 이뤄 한들거린다.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는 은은한 향기를 선사한다. 해바라기는 노랗게, 구절초는 하얗게 산자락에 흐드러졌다.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이 산골의 고인돌과 어우러져 더 정겹다. 가을꽃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나온 여행객들이 탄성을 연발한다. 얼굴엔 저마다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여행객들의 몸도, 마음도 가을꽃처럼 가붓가붓 산들거린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바람결은 덤이다. 가을꽃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화순 고인돌 유적지다. 청동기 시대의 무덤인 고인돌은 ...
2023.11.02 16:21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공동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전쟁은 2013~2014년에 있었던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마이단) 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사건은 국가 권력 변화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의 촉매제가 되었다. 분명히 2013~2014년에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고려하지 않고는 왜 2014년에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되었고 돈바스 전쟁이 일어났는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2013년...
2023.11.02 13:17판소리 중 어미 잃은 심청이를 안고 동냥젖 얻어 먹이는 장면에 지팡이가 등장한다. 영화나 연극 따위의 풍경을 고려한다면, 지팡이 짚고 더듬거리는 이 장면이야말로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누군가 심청가를 영화나 음악으로 재구성할 때는 참고해도 좋겠다. 서사의 얼개로 본다면 심청이가 첫 이레를 지나지 않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문에 걸어둔 금줄을 세이레 지나고 나서야 걷어내는 이유가 있다. 모친의 죽음과 심청의 출생은 ‘죽고 살고’라는 사건의 배치라는 점에서 내가 늘 주목하는 방식이고 장면이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심학규는 늘 지팡이...
2023.11.02 12:59촛불을 들었다 그날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버릇처럼 촛불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에 나갔고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어린 자식들 손길에 이끌리듯 하나 둘 촛불을 들고 모여들었다 누구를 타도하기 위해서인가 나라를 걱정해서인가 아니면 하늘이라도 원망하기 위해서인가 이제 좀 나아지는가 이제 좀 살만한 세상 오는가 싶었고 이제 골목길에서도 술맛 나는 세상 오는가 싶었지만 악귀의 무리들은 소나기를 피해갔고 역시 믿을 놈은 없었으며 어리석은 민중은 또 ...
2023.11.02 12:423000년 전에 세워진 도시 이탈리아의 로마는 고대, 중세 세상의 중심이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곳은 유럽의 정치·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세계 최고의 건축물과 문화유산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아름다운 야경으로 사랑을 받는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 Castel Sant’Angelo)은 푸치니의 오페라 의 3막에서 여주인공이 뛰어내리는 성벽이 배경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는 단 하루 사이에 로마에서 펼쳐진 치정과 격정의 드라마이다. 1800년 6월 17일부터 다음 날 새벽 ...
2023.10.26 14:10병신춤이라 부르지 마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 장애자들/ 내 동생/ 어린 곱사 조카딸의 혼이/ 나에게 달라붙어요/ 오장 육부가 흔들어 대는 대로/ 나오는 춤을 추요 역설적이다. ‘병신춤’으로 유명해졌고 우리 사회와 교감했으며 'ᄆᆞᆷ'(몸과 마음의 합성어로 내가 사용하는 용어) 비틀어 한 시대의 역사를 써 내려간 분인데, 정작 ‘병신춤’을 입에 올리기라도 하면 화부터 냈다. 왜 그랬을까? 백승남이 진솔하게 집필한 단행본 제목에 그 이유가 들어있다. 『춤은 몸으로 추는 게 아니랑께』(주/우리교육,...
2023.10.26 13:08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박혀 있는 다랑이가 정겹다. 좁고 긴 논배미가 누렇게 물들었다. 벼를 거둘 때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한다. 마을 안길을 돌아 산자락으로 들어서니 길이 가팔라진다. 자동차도 숨을 몰아쉰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산등성이가 높다. 지리산의 형제봉과 왕시루봉이 섬진강 쪽으로 뻗은 능선이다. 노고단은 먼발치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동쪽과 서쪽, 북쪽이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골과 골 사이도 깊다. 맑고 깨끗한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른다. 계곡이 10㎞가량 된다. 용소폭포도 비경이다. 산...
2023.10.19 14:53올해 글쓰기의 시작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40주년 기념 기조발표로 시작했다. 우리나라 작은 섬들의 이름을 ‘한국의 지명총람’에 기대어 분석하여 씨줄 날줄로 엮어본 것이다. 안섬과 바깥섬의 ‘토폴로지(topology)라 표현했다. 본래 수학적 개념이지만 인문지형의 형질이나 지세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차용한 것이다. 길고 짧고 크고 작고 높고 낮거나 위아래 오른쪽 왼쪽의 대칭을 들어, 섬 이름을 정하고 마치 음양(陰陽)이나 천지(天地)처럼 쌍으로 겹으로 혹은 흥부네 아이들처럼 순서를 지어 명명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편의 발표로는 ...
2023.10.19 14:14요즘 지구가 너무 빨리 돌아서인가. 중심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지러운 것 같지는 않지만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아침과 저녁 생각도 달라지니 무엇 하나 내 것이고, 우리 것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때 우리가 말하는 한국의 美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조화를 중요시하며, 여백과 운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다. 또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
2023.10.19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