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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매 문화관 다음 김창덕 제공 윤회매 문학관 다음 김창덕 제공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는 것일까. 권력 무상을 빗댄 언설이지만 성한 것이 반드시 쇠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낙엽 진 나무들이 봄에 싹을 틔우고 씨 속에 담겨있던 기운들이 언 땅을 비집고 나와 종국에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 쇠한 것이 다시 성하는 것인지. 이전 것이 사라지고 새로 생성되는 것인지. 본디의 것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을 가역(可逆)이라 하는데, 순환하는 이 생성은 가역적인 것인가 불가역적인 것인가? 불교에서는 윤회를 말한다. 수레바퀴처럼 삼계육도의 생사세계를 그치지 않고 돈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는 거듭남과 부활을 말한다. 전혀 다른 개념 같지만 맥락은 유사하다. 내가 십여 년 차를 만들면서 정했던 이름이 '아직은 보내지 않은 봄'이다. 나 마실 분량만 만드니 무슨...
편집에디터2021.04.29 14:50신안군 하의도 섬을 이르는 우스개 중 하나, '서 있다'고 해서 '섬'이라 한다. 농담으로 하는 말일까? 제주도 비양도에 흥미로운 설화가 있다. 임신한 해녀가 흘러 내려오는 섬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는데 한림 앞바다에 서게 되었다. 아마도 이 섬에 올라 소변을 보던 해녀 아니었으면 우주 어느 한 별까지 흘러가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하늘에 날아오른다는 뉘앙스의 비양(飛揚)이라 이름을 지었을까. 그래서인지 북쪽 해안의 파식대에 발달한 호니토를 애기 업은 돌, 부아석(負兒石)이라 한다. 호니토(hornito)는 용암이 공중에 튀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굳어버린 바위덩어리다. 2004년 천년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염습지 펄랑못 중앙에 정초 개의 날 제의를 하는 술일당(戌日堂)이 있는 이유도 이런 설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비양도 뿐...
편집에디터2021.04.22 15:34갈매기 짝짓기-이효웅 제공 "여린 풀 위로 솔솔바람 부는 기슭/ 높은 돛배 안에 홀로 잠 못 이루네/ 넓게 트인 들판엔 별빛 드리우고/ 달빛에 일렁일렁 양자강 흐르네/ 어찌 문장으로 이름을 드러내리/ 늙고 병들면 물러나야 하는 것을/ 이리 저리 바람에 정처 없이 날리니/ 천지간을 떠도는 난 한 마리 갈매기" 시의 성인(聖人)이라 불리는 두보(杜甫)의 '여야서회(旅夜書懷)'다. 평생을 가난과 병으로 고생하면서 결국 유랑하다 병사했다. 훗날 시성(詩聖)으로 추앙받게 되었지만 정작 고독하기만 했던 생전의 심사를 한 마리 갈매기로 드러냈다. 어디 두보뿐이겠는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양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갈매기를 노래하거나 그렸다.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다. 성상이 바리시니 너를 좇아 여기 왔다"로 시작하는 를 대표격으로 거론해도 좋으리라. 백구(白鷗)는 ...
편집에디터2021.04.15 14:11창극 명인의 봄 한 장면(승달우리소리고법연구보존회 제공) 우리 창극인들이나 고수 할 것 없이 제일 호사스러운 때가 언젤꼬? 그야 물론 원각사 시절이겠지요. 이동백이 묻고 한성준이 답하는 장면이다. 이동백이 말을 잇는다. 나도 그러이. 이전까지는 천시를 받아온 우리였지만, 고종의 총애를 받으면서 대우를 받았고, 그때는 소리하고 춤도 출 만 하였지. 순종을 한 대청에 모시고 놀기까지 했으니까....한성준이 받는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한인호가 두꺼비 재주를 넘다가 잘못하여 바로 순종의 무릎에 떨어졌을 때, 큰 벌이나 받게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순종께서 도리어 기쁘게 웃으시지 않았습니까? 그 당시 형님은 순종의 귀여움을 상당히 받았을 거요. 원각사에서 형님이 소리를 할 때면 순종께서 전화통 수화기를 귀에 대시고 듣기까지 하셨으니까요. 이동백이 다시 받는다. 그랬었...
편집에디터2021.04.08 14:18진도군 지산면 망뫼산 꿩밥난초, 2021년 봄 이윤선촬영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저 유명한 이병기의 시 난초 4연이다. 작은 티끌이나 먼지도 가까이 않는 고매함이란 어떤 것일까? 바람과 구름만을 벗하여 비와 이슬 받아먹고 사는 청빈함이란 어떤 것일까? 누가 알아주는 이 없어도, 공명을 앞세워 찾는 이 없어도 저 홀로 피어 청초하니 그 자태를 누가 흉내 낼 수 있겠는가. 대체로 고금의 식자들이 난초에 투사한 마음들이 그러하다. 세파에 시달리며 살고 있지만 초야에 묻혀 청정하게 살고 싶다는 로망의 표현일 것이다. 이병기는 앞서 3연을 이렇게 노래했다. "오늘은...
편집에디터2021.04.01 11:01'하얀나비' '이름모를 소녀' '작은새' 등 가장 한국적인 포크를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은 가수 김정호(1952~1985) "내가 가면 너도 갈래 저 멀리 푸른 하늘 아래로/ 내가 울면 너도 울고 따라 갈래 저 바람 속을/ 보이잖니 새파란 드넓은 하늘/ 떠오르는 둥근 해가 저 멀리서 반긴다./ 가야한다 너와 나는 푸른 하늘 아래로~" 세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곡, 김정호의 '푸른 하늘 아래로'이다. 사뭇 경쾌한 리듬, 통통 튀는 멜로디가 선율악기와 리듬악기들을 채근한다. 금방이라도 산노루 떼들이 나타날 듯한 분위기다. 마치 완숙한 봄날 더 이상 땅에 머무르지 못해 언 땅 박차고 오르는 새싹들 같다. 부지불식간에 창공으로 튀어 올라 계곡 가득해지는 안개와 같다. 봄비 한 번에 연록의 색으로 갈아입는 언덕과도 같다. 흑인음악의 계보로 따지면 셔플(Shuffle)에 가깝다. 이...
편집에디터2021.03.25 11:09"여기를 떠나가는 제비는/ 아, 혹시 바람 속에서 은둔처를 찾다가/ 길을 잃었나 아니면 은둔처를 찾지 못하나/ 내 침대 곁에 그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리/ 그곳에서 계절을 보낼 수 있으리라/ 나도 역시 이 지방에서 길을 잃었네~" 슬프지만 그윽한 멜로디, 중남미 특유의 선율이 기타반주에 실려 아카풀코 해안을 유영하는 듯하다. 멕시코의 민요 La Golondrina(제비)다. 본래 스페인에서 작곡되었다는데 멕시코로 넘어오면서 조국을 잃은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곡이 되었다고. 1968년 멕시코 올림픽 폐회식에서 불려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노래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연경이 작사하고 조용남이 번안해 부른 '제비'로 잘 알려져 있다.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을/ 언제나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 서리 친다 해도/...
편집에디터2021.03.18 11:59귀신잡는 개-가회박물관 소장 사람은 사람을 배반해도 개는 사람(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은 물론 목숨을 내놓고 주인을 지키는 동물은 개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성(人性) 없는 사람을 일컬어 개만도 못하다 했다. 개성(犬性)조차 없다는 뜻이다. 나는 개의 본질을 사랑과 지킴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의 개가 문을 지킨다. 터키의 캉갈은 양을 지키는 개다. 심지어 곰이나 늑대, 자칼에게서 양을 지켜내기에 신장이 1미터에 가까울 정도로 크다. 고대 이집트의 개(석상)는 성문을 지킨다. 변형된 개들도 지킴이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개는 각종 동물과 섞이거나 창조적으로 변형된다. 사자개와 계견(鷄犬, 닭개)과 고마이누(狛犬)도 각기 그들이 지켜야 할 것들, 예컨대 성문과 신격과 온갖 내밀한 사연들을 지킨다. 참고로 일본 신사의 입구를 지키는 고마이누는 고구려에...
편집에디터2021.03.11 11:03[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2021.01.24. jtk@newsis.com 반려(伴侶)는 무엇일까. 흔히 부부를 일러 반려자라 한다. 짝이 되는 사람, 짝이 되는 동무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인간의 영육이 반쪽이기에 짝을 만나 완성을 이룬다는 동양적 사고가 숨어 있다. 물론 서양도 마찬가지겠지? 반려는 나의 사랑하는 남편이요 부인이며 가족이고 동무다. 짝과 더불어 있어야 온전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반려견을 가족으로 호칭하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로운 솔로몬 왕은 자신의 인장과 신의 이름을 새긴 은반지를 갖고 있었다. 왕은 그 반지의 힘으로 모든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고 동물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자 그 반지는 '문이 여려 겹인 신전...
편집에디터2021.03.04 11:232021 한국문화재단 프로그램, 주호민 작가와 함께 하는 2021 수문장 세화나눔 올해 설날 광화문에 문배도(門排圖)가 걸려 화제가 되었다. 문짝에 붙이는 그림이라 해서 문배도라고 한다. 궁중에서부터 민간까지 널리 행해지던 세시풍속이었지만 어느 시기 단절되었던 세화(歲畫)의 하나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에서 주관한 이 행사는 정부를 비롯하여, 여러 일간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보도한 바 있다.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국외소재문화재단이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한 개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1893년 공사관 1층 태극기 위쪽에 걸린 광화문 사진이었다. 원본사진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찾아냈다. 놀랍게도 금갑(金甲)장군이 그려진 문배도였다. 금갑장군은 황금빛 갑옷을 입은 장군으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막아내는 ...
편집에디터2021.02.25 13:29아박무. 뉴시스 저 유명한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앞 구절이다. 우선 삼월까지 소개해봤다. 국어사전에는 궁중행사에 쓰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악과 무용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시기 이 노래는 춤과 반주 등 종합적인 면모를 갖추어 연행하게 되었을 것이고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로 '악학궤범'에 수록되었을 것이다. 아박(牙拍)이라는 악기를 들고 추는 춤이기 때문에 아박춤 혹은 아박무라고 한다. 따로 소개하겠지만 궁중연례악 중 최고봉이라는 수제천, 즉 정읍사라는 음악을 관현악으로 변주한 곡이기도 하다. 참고로 아박(牙拍)은 상아나 고래뼈, 소뼈, 사슴뼈 등으로 작게 만들어 두 손아귀에 넣고 박자를 맞추며 치는 악기다. 양주동의'여요전주'(1947)로부터 이 곡에 대한 해석은 차고 넘칠 만큼 시도되었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풀이들이 또한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그만큼 연구자들의 ...
편집에디터2021.02.18 12:401961년 9월 26일 전남농악 창덕궁 후원-김주현 제공 북소리 둥둥 징소리 꽝꽝/ 장구는 동당동당 각(角)은 뛰~뛰/ 깃발은 펄럭펄럭 춤은 사뿐사뿐/ 짐승 얼굴 사납고 호랑이 모자 드높네/ 집뜰 우물 부엌에서 우렛소리 땅을 울리며/ 나아갔다 물러났다 조수처럼 분주하네/ 문호(門戶)의 신령께 새로 치성을 더하니/ 숲과 시내 도깨비들 도망가기 바쁘네/ 종규(鍾馗)가 눈동자를 움켜쥐고 서서 먹고/ 피를 뿜어 불 만들어 온몸을 태우네/ 귀신도 간 있다면 떨어지고 말았을 터/ 살려달라 애걸하며 머리를 조아리다/ 후다닥 정신없이 문밖으로 도망쳤나/ 천지가 말끔하고 달과 별이 찬란하네/ 징을 치고 손 흔들어 자른 듯이 그치니/ 장사들은 진을 깨고 노래도 멈추었네/ 그제야 부엌 구석에선 삽살개가 짖어대고/ 사람 떠난 빈 울에는 적막함이 더하네 마치 현장을 보는 듯 소상하다. 광양...
편집에디터2021.02.04 11:02무안 승달산 목우암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이윤선촬영 원명이 꿈을 꾸었다. 백운산 총지사에서 소 한 마리가 내려오더니 어떤 암자에 이르렀다. 뒤따랐으나 소는 오간 곳 없고 계곡 바위 위에 소 발자국만 보였다. 그 자리에 풀을 엮어 암자를 만들었다. 목우암(牧牛庵)이라는 이름이 생긴 내력이다. 목우(牧牛)는 소를 먹여 기르거나 혹은 먹여 기르는 소라는 말이다. 풀을 엮어 만들었으니 초당(草堂)이요 백운숲 정기 받았으니 초의(草衣)일 것이다. 총지사(摠持寺)는 승달산 지맥 백운산(白雲山)에다가 정명(淨明)이 창건한 절이다. 때는 신라 성덕왕(702~737년), 서역 금지국(金地國) 사람이니 지금으로 보면 중앙아시아 어디쯤 금(gold)과 관련된 나라의 승려였던 모양이다. 인근의 법천사도 비슷한 시기에 정명이 지었다. 고려 인종 때(1131년) 원나라 임천사(臨川寺) 승려 원...
편집에디터2021.01.28 11:01동백문 베갯모, 월간민화에서 발췌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저 유명한 이미자의 다. 이미자는 1964년 이 노래를 불러 일약 국민가수로 등극하게 된다.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한다. 한산도(한종명) 작사, 백영호 작곡, 하지만 왜색풍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이게 된다.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라는 가사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붉은색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던 시대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전문 연구자들에 의하면 왜색이나 빨갱이라는 배경 보다는 박정희정권의 '한일국교정상화'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한다. 한일수교 반대, 저자세 외교논란을 미연에 차단했다고나 할까. 이 노래는 우여곡절을 거쳐 1987년 6월 항...
편집에디터2021.01.21 11:05일본 오키나와 '혹등고래 '. 뉴시스 고래 꿈을 꾸었다. 고래 뱃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은데, 집채만한 그 안에 또 하나의 마을이 있었다. 신년 벽두의 어떤 기다림이 있었던 것일까? 휴식이 필요하다는 무언의 경고였을까? 기억을 뒤져 옛 칼럼을 찾았다. 2017년 이 지면을 통해 고래 고기를 먹지 않는 흑산도 사리 사람 박유석씨 집안의 고래 이야기를 썼더라. 작년에는 한 종교 월간지에 고래의 신화세계를 다루기도 했다. 그랬구나. 고래에 대한 지극한 생각들은 왜 내 언저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았던 것일까. 깊디깊은 고래 뱃속, 넓디넓은 고래 등에 대한 무슨 함의라도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고래에게 잡아먹혔다. 뱃속을 들어가 보니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곁에서는 옹기장수가 옹기지게를 세워두고 도박구경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
편집에디터2021.01.14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