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다이의 여름별장 외관. 차노휘 유럽의 집과 건물을 자세히 보면 창 모양이 다르다. 한국의 창문 형태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다면 유럽은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길다. 창 하나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건축 면적에 비해 창문 개수도 적다. 유럽은 건축 자재가 돌과 벽돌이 주재료이다. 이 단단한 벽이 지붕을 떠받치는 형태이다. 벽 중심의 건축물은 가로로 널찍하게 창을 내면 벽돌의 하중을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창의 가로 폭을 줄이고 대신 세로로 길쭉한 창을 내게 된다. 뿐만 이런 형태의 창문 모양은 세금 때문이기도 했다. 그 당시 영국은 세금을 걷기 위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그 중 하나가 '창문세'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앙숙인 영국이 창문세를 거둬 국가 재정을 충당하는 게 꽤나 부러웠다. 그는 창문세를 도입하되 창문의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영국과 달리 창문 ...
편집에디터2022.09.22 16:29죽림사원. 차노휘 베트남 사람들 70%가 불교신자이다. 그 뒤를 가톨릭(20%), 까오다이교(5%) 그리고 민간 토속신앙이 잇는다. 다소 생소한 까오다이교는 20세기 초에 생긴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신생종교이다.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듯 불교, 가톨릭, 도교, 유교, 이슬람 다섯 신을 모신다. '높은 곳을 보게 되(높은 곳을 가게 되)면 진리를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까오다이(高台)' 또한 '높은 곳'이라는 의미로 신이 있는 곳 즉, '천국'을 가리킨다. 인류구원의 날에 천안이 나타난다고 믿는데 '천안(天眼)'은 지구본처럼 생긴 둥근 '눈'이며 이 종교의 심벌마크이다. 불교 또한 지난한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수난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틱꽝득(석광덕, 1897~1963)' 스님의 소신공양을 들 수 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부처에게 공양...
편집에디터2022.09.01 16:32랑비앙 라다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차노휘 달랏 시내에서 12km 떨어진 곳에 달랏의 지붕이라고 하는 산 두 개가 있다. 두 산은 락즈엉현에 위치한 두옹산(Núi Ông)과 바산(Núi Bà)이다. 바산은 해발 2,167m, 옹산은 해발 2,124m이다. 달랏시 중심에서 바라본 바산은 왼쪽에 있고, 옹산은 오른쪽에 있다. 이 두 산을 묶어 사람들은 랑비앙( Langbiang)이라고 부른다. 랑비앙은 꼬호족의 전설에서 끄랑(K'lang)과 호비앙(H'biang)의 이야기에 나오는 두 사람의 이름을 합성한 것이다. 랑비앙 입구 매표소 그리고 지프. 차노휘 옛날 이 산악지대는 소수민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 중 라트족(tộc Lát) 족장에게 '끄랑'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두옹산으로 사냥을 갔고 그곳에서 열...
편집에디터2022.08.18 15:43호텔에서 바라본 달랏 시 풍경. 차노휘 여행이라는 길 여행(旅行)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꼭,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만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일 것이고 설렁 자의가 아니더라도 '떠남'으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기도 할 것이다. 차마고도에서 오체투지로 6,000km를 가는 여정이 있는가 하면, 전세기를 타고 미리 꽉 짜놓은 일정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해치우고 오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극과 극의 여행 방법이지만 이 둘의 공통점은 익숙한 장소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익숙한 장소는 '일상을 영위하는 곳'이며 '이 세상'에서 '베이스캠프' 삼아 살고 있는 곳일 것이다. 천상병은 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편집에디터2022.08.04 17:09〈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 '빅버드'. 차노휘 미국 영화 영화(영상 작품)는 제작과정에 창조적 요소와 기계·기술적 요소 그리고 경제적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을 책임지는 제작자와 스튜디오·카메라·녹음·현상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하며 작품을 감독하는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배우·촬영기사·미술가·음악가·편집자가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관객과 연결시키려면 배급처와 영화관이 필요하다. 광고가 따라야 하고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도 있어야 한다.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에야 대중전달의 기능이 발휘되고 거기에서 상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 관객에게 심리적 영향을 줌으로써 예술적 또는 오락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자본'이 ...
편집에디터2022.07.21 15:35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시티. 차노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간의 문화적, 예술적, 오락적 활동은 그 사회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의 지식인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으로써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1933년 개봉된 이후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고전 영화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 그 중 한 작품이다. 현대까지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킹콩과 대조적인 상징성을 띠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출현시킴으로써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보다 2년 앞서 세상에 태어났다. 1929년 공사를 시작하여 1931년 완공된 그 빌딩은 높이 381m, 그 당시 세계 최초의 마천루였지만 세계무역센터가 지어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 2001년에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진 이후로는 다시 뉴욕에서 가...
편집에디터2022.07.07 16:13하이라인의 산책로. 차노휘 첼시는 새것과 오래된 것이, 분방함과 엄격함이 그리고 욕정과 슬픔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인 것 같다. 거리를 걷다보면 동성애자들의 상징인 무지갯빛 깃발이 꽂힌 아파트나 상점이 자주 눈에 들어오고 한때 성시를 이루었을 나이트클럽은 코로나 여파로 굳게 문 닫혔지만 화랑들은 여전히 아티스트들의 자유분방한 기운을 가득 채우고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만든 첼시 마켓은 뉴욕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맛집들이 모여 있다. 1890년대 뉴욕 비스킷 컴퍼니가 공장으로 사용했던 곳을 새로 인테리어를 해 1997년 문을 연 음식 백화점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 예술가들의 역사를 간직한 첼시 호텔도, 히말라야 불교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루빈 미술관도 한 해 동안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작품 판매고를 올리는 가고시안 갤러리도 가볍게 방문할 수가 있다. 그런...
편집에디터2022.06.23 16:21맨해튼 한인상가거리. 차노휘 음식이라는 정체성 장기간 해외에 머물다보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2018년 12월 말, 스쿠버다이빙 다이브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이집트 다합에서 두 달 정도 머물렀을 때였다. 출국할 때 혹시 몰라서 김치를 조금 싸가긴 했지만 며칠 만에 없어졌다. 그곳에서 비빔밥과 육개장을 요리하는, 이집트 청년이 운영하는 아시안 식당이 있었다. 가격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데 가끔 먹으면 한국음식의 그리움을 달랠 수가 있었다. 어느 날, 오전 다이빙을 끝내고 비빔밥을 먹으러 갔을 때였다. 음식 속에 한 뭉텅이 고양이털이 있는 게 아닌가. 사장이 새 비빔밥을 다시 내주었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무슬림들은 고양이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식당 어디나 길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지만 쫓아내지 않는다. 다만 손님이 싫어하면 종업원이 물분무기를 주고는 고양이를 향해...
편집에디터2022.06.09 16:48뉴욕 차이나타운. 차노휘 이민자의 역사 1903년 1월 13일, 한국인 최초 미국 이민자가 하와이 사탕수수 밭으로 향했다. 미국감리교 선교사들이 적극 알선한 결과였다. 그들 중 상당수(남녀 50명과 노동자 20명)가 감리교 교사나 통역사였다. 자연스럽게 교회가 이민 생활의 중심이 되었고 조국이 식민지가 되자 신앙심만큼이나 애국심도 강조되었다. 뉴욕 차이나타운. 차노휘 그 뒤 미국은 한동안 아시아계 이민자를 받지 않다가 1965년 이민법 개정으로 유럽계뿐만 아니라 비유럽계, 그러니까 아시아나 중남미, 아프리카 이민자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원인에 대해 『마이너 필링스』의 저자는 "소련과 이념 경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비서구권 국가에서 일렁이는 공산주의의 물결을 막아내려면 인종차별적인 짐 크로법의 이미지를 지우고 재부팅해 미국 민주주의의 우월성...
편집에디터2022.05.26 16:111층 28.65m의 푸른 고래 . 차노휘 '꿈'이 만들어낸 박물관 이런 곳에서 하룻밤 머물러 보는 것은 어떨까. 아프리카 코끼리 부대가 달리고 코끼리의 조상인 워렌 마스토돈(Warren Mastodon)이 진흙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높이 15m인 바로사우로스(Barosaurus)가 발밑에 있는 어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천적인 알로사우루스와 한 판 승부를 벌이는가 하면 에서 보던 4.5m 높이에 15m 길이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가 먹잇감을 찾기 위해 눈을 희붐하며 활보하는 그런 곳? 이것이 좀 시시하다면 '인도의 별'이라 불리는 563캐럿의 사파이어나 31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운석 아니하이트를 찾아나서는 모험이라면? 우주 대폭발(빅 뱅)이나 지진이 일어난다면? 정말 그런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가 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
편집에디터2022.05.12 16:14유리로 된 구겐하임미술관 천장. 차노휘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푸른 생선 뱃속이 이런 모습일까. 구겐하임 미술관 1층에 누워서 천장을 멍하게 보고 있으려면 여럿생각이 든다. 고래 뱃속에서 3일간 있었다는 성경 속 요나 같기도 하고, 요나가 머물렀던 고래뱃속을 생명탄생공간으로 상징화한 모 문학작품의 자궁 안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 무덤 같기도 하다. 푸른 조명이 굴곡진 안쪽의 로턴다(Rotunda)라 불리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나선형 곡선에 은근히 스며들어 있을 때면, 흡사 6개의 아가미(1층부터 6층)가 자체 발광하는 것도 같다. 물을 들이켰다가 내뱉을 때마다 야광빛 아가미가 꿈틀거리면서 등뼈가 있는 공간으로 휴, 숨이 차오를 것 같은 뻥 뚫려 있는 중심 공간. 마침 그곳에 긴 스크린이 걸려있고 흑인 뮤지션이 스크린 속에서 전위적인 음악을 장송곡처...
편집에디터2022.04.28 17:03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요즈음 항공편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제, 스페인 마드리드로 목적지를 정했다면 오늘은 터키 이스탄불로 바꾸는 식이다. 그제는 호주 시드니로, 이틀 전에는 뉴욕으로… 여행기간은 50일. 추천항공노선과 가격이 제시되면 다시 '최저가' 순서로 줄 세운다. 환승을 한 두어 번 해야 하는 최저가격 항공요금도 만만치는 않다. 포스트코로나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약이 망설여진다. 코로나 이전에는 떠나기 3개월 전부터 항공과 숙박요금을 미리 계산한 것과는 다른 태도이다. 빈번하게 목적지를 바뀌지만 검색 도시는 과거에 다녀왔던 곳으로만 한정한다. 경로의존성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한번 갔던 곳에서 대처 능력이 더 탁월할 거라는 환상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코로나를 의식하고 있다. 그...
편집에디터2022.04.14 15:41제주여객터미널. 차노휘 제주의 시작이자 끝인 섬, 제주올레 18-1 추자도(18km) 걷기 추자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등 사람들이 사는 4개의 섬과 38개의 무인도가 모여 있는 군도이다. 1271년(고령 원종13)까지 후풍도(候風道)라고 불리었으며 제주로 갈 때 거센 바람을 피하던 섬이었다. 예전에는 전라남도에 속해 있다가 제주도 행정구역으로 들어온 것은 100년 정도 된다. 추자도 올레는 추자도의 가장 큰 두 섬,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지난다. 두 섬을 추자교가 연결한다. 추자도 여행자센터. 차노휘 올레의 마지막 여정 나는 바람이 강해서 파고가 높은 날 추자도에 도착했다. 2주일 전부터 추자도 행 배편을 예약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전날에도 상추자도로 가는 9시 30분 쾌속선을 타기 위해 제주여객터미널로 걸어가고 있을 때 출항할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
편집에디터2022.03.24 16:42섬은 가끔 제 스스로 텔레파시를 보내 사람을 유혹한다. 섬 스스로 고독이란 DNA가 있어 견디는 일이 극에 달하면 먹먹하고, 무료하고, 한 없이 나약한 영혼을 불러댄다. 올해 겨울, 제주도가 그랬다. 하릴없이 먼 곳을 응시하는 일이 많던 내 안에 바람 한 점이 훅 들어왔다. 나는 또 길을 나섰다. 천천히 랜딩기어가 작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제주도가 나를 불렀다는 것을 확신했다. 바람과 막막함, 낯선 풍경들이 미리 말을 걸어왔다. 말쑥한 건물과 건물사이, 햇살이 튀어 오르는 돌담과 돌담 사이, 도랑과 도랑 사이에 거리가 펼쳐졌다. 때로는 북적거리며 사람들이 걷고 때로는 적막이 머물기도 했다. 처음과 끝을 연결하듯 반복적인 루트를 제공하듯 조용히 드러누워 있는 거리였다. 수많은 거리를 통과하여 내가 당도한 곳은 섬 안의 섬 우도였다. 푸르다 못해 시퍼런 우도 바다 우도(牛島) -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송악산과 한라산이 보이는 들판 길. 차노휘 정이 있는 곳 모슬포 운진항에서 17분이면 도착하는 가파도. 가파도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람'이다. 오래 전 그곳에 처음 갔을 때 태풍이 불기 직전이었다. 택시 아저씨가 추천해 준, 이미 그 아저씨가 전화까지 해준 '춘자네' 집만 믿고 막배를 타고 갔던 그 날. '춘자네' 아주머니는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서야 당신의 집은 '시커먼 낚시꾼들'이 많다며 다른 집을 소개해주었다. 그 다른 집은 지금은 반찬이 많기로 유명해진 식당이 딸린 숙소였다. 까다롭게 보이는 그곳 주인보다는 정감 있게 나를 안내해주었던 '춘자네' 아주머니를 잊지 못한 나는 그곳에 가면 상동포구 인근에 있는 '춘자네 집'에서 요기를 한다. 아마도 그분은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조용히 들어가서 별 특징 없이 먹고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곳에 들렀...
편집에디터2022.02.24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