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음식, 상상만 해도 당기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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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미래를 위한 음식, 상상만 해도 당기지 않나요?
ACC복합3관서 8월4일까지 ||현재·미래음식 고민 미디어 아트로 표현 ||ACC복합3관서 작가 13명 작품 전시
  • 입력 : 2019. 06.27(목) 17:36
  • 양가람 기자

해킹 푸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주최해 열리고 있는 'ACT페스티벌2019'에서 이색적인 전시가 눈길을 끈다. 지난 22일부터 8월4일까지 ACC문화창조원에서 진행되는 '해킹푸드'다. 해킹푸드란 음식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대안을 찾는 과정이다. '푸드&테크놀로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음식을 탐구한다.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미래 음식에 대한 고민'을 예술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ACT 기획팀은 매년 12월 페스티벌을 진행해 왔다. 이번 ACT 쇼케이스는 8월 4일까지 무료로 관람할수 있다. 그동안 이 행사는 일주일여동안 진행돼 왔으나 광주세계선수권대회와 ISEA(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행사 등이 맞물려 기간을 크게 늘렸다.

ACC복합3관에서 미디어아트 작가 13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ACT레지던시 작가 뿐 아니라 ISEA 초청 작가 4명의 작품도 포함됐다.

△ISEA 작가

프라우드 적, '잘 자요, 그대' 중 일부분. 독성 물질로 방부처리 된 휴대전화.

혼성듀오 프라우드(Fraud)의 '잘 자요, 그대'와 '행복할 권리'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몰래카메라로 찍혀 유출된 정보는 완전히 삭제되기 어렵다. 프라우드는 '죽지 않는 미디어'를 미이라화 하고자 일련의 '데이터 장례식'을 치렀다. 전시장에는 휴대전화, 차키, CD 등 기억장치들이 방부처리되어 매달려 있었다. 작가는 원래 전시를 찾는 관객들의 물품을 직접 방부처리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했으나, 독성물질을 다루는 위험부담 탓에 취소됐다. 전시실 입구에 근조 화환을 세워 '행복추구권'이 사라진 현실을 풍자했다.

그 밖에도 이색적인 전시가 눈에 띄었다. '식물연결'은 인간과 비인간과의 관계를 탐구한다. 센서에 대고 크게 호흡하면 어두웠던 전시장에 불이 들어오고 식물들이 광합성을 시작한다. 최신 기술의 힘을 빌려 자연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표현했다. '보이지 않는 층위'는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 구조를 연구한다. 센서를 통해 인위적인 도시와 자연을 포함해 다양한 공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ACT레지던시 작가-한국

-한국 작가

한국의 시각예술 작가인 얄루는 미역을 소재로 창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얄루미역가든'에서는 마스크팩 모양 스크린을 통해 미역의 생명력을 연출했다.

작가 얄루는 미역을 소재로 기발한 작품을 선보였다. 가상현실(VR) 기계를 착용하고 관람하는 'VR미역국'은 미역의 희생을 표현했다. VR미역국은 BTS의 '피땀눈물' 안무에 영감을 받아 벤쿠버출신 커버댄스 그룹 Yours Truly의 동작을 모션캡쳐데이터화했다. VR 속에서 미역요정들은 춤을 추고 있다. 중간 중간 팡팡 터지는 물방울과 핏방울들이 피와 땀, 눈물을 상징한다. 작품명 '미역가든'은 한국의 효자 수출품인 마스크팩 모양의 스크린 속에 미역의 생명력을 연출했다. 아시아 식문화의 핵심이기도 한 미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작가 전민제는 SNS 속 음식 사진에 주목한다. 식사 전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위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작가는 이 행위에 숨은 욕망과 탐욕을 데이터로 구현해냈다. 작품명 '#shapeofgreed'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색깔별로 구분해 음식 이미지 위에 덧씌웠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미지들이 축적돼 색깔 구별이 어려워진다. 식(食)에 대한 인간의 탐(貪)을 데이터의 역동성을 활용해 기발하게 표현했다.

작가 언해피서킷은 인간의 음식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를 선보인다. AI에 요리 데이터를 입력하면, AI는 새로운 레시피를 내놓는다. 작가는 그 레시피를 활용해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실제 음식을 맛본 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다고 평했다. AI 알고리즘에 사용되는 신경망은 사람의 언어를 처리하는 신경망이다. 작가는 'AI의 레시피 학습은 결국 인간성 학습'임을 강조하면서 다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들 가운데 '해킹푸드의 정체성과 가장 맞닿아 있는 전시'라고 평가받는 박은영 작가의 '키친 메이커를 위한 요리책'.

작가 박은영의 '키친 메이커 위한 요리책'은 '해킹푸드'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장 극찬했던 작품이다. 특히 작가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볼 수 없느냐고 도슨트에게 물어온 외국인들이 많았다. 작가에게 부엌은 단순히 조리하는 공간이 아닌 '집 안의 실험실'이다. 직접 만든 조리대 틀 위에서 여러가지 창의적 실험들이 펼쳐진다. 귤껍질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컵, 젤라틴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숟가락 등은 최근 문제되는 플라스틱의 대안책이 될 수도 있다.

- 아시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막창자꼬리 인간'은 대만 작가 폴 공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인간의 흔적기관이자 초식동물에게 있는 막창자꼬리를 최대한 발달시킨다면 인간은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이 가정에 대해 폴 공은 다음과 같은 메뉴를 제안한다. 에피타이저는 무궁화, 메인은 날고기, 디저트는 벌꿀 밀랍. 쉽게 제거되고 있는 인간의 맹장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일본 작가 노리유키 주니는 증강 현실을 활용해 미래 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VR기계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마치 심해에서 식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 작가 노리유키 주니는 증강 현실을 활용해 미래의 식탁을 구현했다. 특수 장비가 설치된 식탁 위 음식들이 3D로 움직인다. 굳이 VR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마치 해저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대만 작가 팅 통 창의 '인간 막걸리'가 그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한국 문화 중 하나는 무속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막걸리다. 팅 통 창은 면봉으로 무당의 박테리아를 직접 체취해 막걸리를 제조했다. 막걸리 제조기 위엔 무당의 신당을 떠올리게 하는 장난감들이 올려져 있다. 인간의 박테리아를 가장 잘 체취할 수 있는 장난감 등 일상 용품을 활용했다.

복합3관에 전시된 13개의 작품들은 약 1시간에 걸쳐 관람할 수 있으며, 그동안 하루 평균 200~300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

오예나 ACT페스티벌 도슨트(26·여)는 "국내외 관객들 모두에게 반응이 참 좋다"며 "그동안 페스티벌 주제는 일반인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음식을 주제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쉽고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의는 1899-5566.

글·사진=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garam.y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