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또 광주서 집회 신고 "폄훼는 곧 자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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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또 광주서 집회 신고 "폄훼는 곧 자금줄"
지난 5일부터 한달간 금남로, 시청, 5·18기념재단 등 4곳||'명단 공개·시장 규탄' 명분… 막말·욕설로 수익 창출 목적
  • 입력 : 2020. 06.10(수) 18:21
  • 오선우 기자
자유연대·공익지킴이센터·GZSS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6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앞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이동하는 중 5월 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나건호 기자
극우·보수단체가 또 금남로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5·18민주화운동 주간 광주 금남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광주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에 무산된 바 있다.

여전히 집회의 목적은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조서 공개'지만, 일부에서는 막말과 욕설 등이 담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행정명령 풀리자마자 집회 신고

10일 광주 동부경찰·서부경찰에 따르면,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관계자가 지난 5일 동구 본보 사옥 앞과 전일빌딩245 인근, 서구 시청 앞과 5·18기념재단 앞 등 4곳을 대상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

신고된 집회 인원은 80여 명이며, 기간은 지난 8일부터 30일 동안으로 오는 7월5일까지다. 집회를 실제로 진행할 날짜와 동선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집회 신고서에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 공개'에 더해 지난달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용섭 광주시장 규탄'을 목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계획했던 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이 시장이 부당한 이유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제출되지 않은 만큼 당장 집회를 열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집회가 진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보수단체는 지난달 8일 광주지방법원에 광주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같은 달 15일 기각된 바 있다.

●"도 넘었다" 강력 대응 예고

보수단체의 점입가경식 행보에 오월단체는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지난번 자제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공식적인 성명도 발표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대하려 했던 오월단체의 배려를 짓밟았다"면서 "저들이 광주에 왔을 때 했던 행동과 욕설·비방을 녹화한 증거물로 모욕죄 등 법조계의 자문을 받아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역사왜곡처벌법의 조속한 제정도 촉구했다.

조 상임이사는 "모든 사태의 원인은 5·18에 대한 저들의 악의적이고 몰이성적인 행태를 처벌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역사왜곡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해 맹목적으로 5·18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이들을 강력히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한 오월단체 관계자도 "행정명령도 끝나고 코로나19도 점차 누그러지는 상황에 맞춰 보수단체가 다시금 광주에서 활개를 치고 다닐 모양세"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재차 몰상식한 행동을 저지른다면 우리 오월단체는 물론 광주시민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막말·폄훼는 곧 유튜브 수입원

보수단체 등의 '5·18 폄훼 집회' 강행을 두고 또다른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5·18 왜곡·폄훼를 가장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MBC '스트레이트'는 최근 방송을 통해 "언제부턴가 보수 유튜버가 우후죽순 생겨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정부 비난부터 5·18을 비롯한 수많은 안타까운 사건·사고를 깎아내리며 가짜뉴스나 음모론을 생산하고, 피해자들을 악의적으로 몰아세우는 등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엄청난 금액의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튜브의 수익 구조를 '악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튜브는 사회적 약자들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조롱 등이 포함된 부적절한 게시물의 경우 이른바 '노란 딱지'를 붙여 광고를 제외시킴으로써 수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채팅으로 후원금을 직접 유튜버에게 전달하는 '슈퍼챗'의 경우 제재 수단이 전무한 상태다. 오히려 '노란 딱지'가 붙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비난 일색인 게시물일수록 충성심 강한 구독자들에 의한 '슈퍼챗' 후원이 봇물 터지듯 들어온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9일 기준 한국에서 슈퍼챗을 가장 많이 받은 유튜브 채널 1위는 보수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로 누적액은 약 7억7300만원이다. 2위 역시 유튜버가 전남 출신으로 알려진 보수 채널 'GZSS TV'로 약 4억34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 유튜버들이 내뱉는 막말 한 마디가 곧 수백, 수천만원으로 바뀌어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코리아는 보수 유튜버들이 악의적으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제기해 벌어들이는 엄청난 슈퍼챗 수익을 방관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