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의 여의도 칼럼 8>"대선주자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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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여의도 칼럼 8>"대선주자 윤석열"
김정현-정치 평론가
  • 입력 : 2020. 06.28(일) 13:57
  • 편집에디터
김정현 정치평론가
미래통합당에서 최근 볼턴을 국정조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실성 없는 소리다. 거액의 돈을 지불하면 몰라도 대한민국 국회가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국정조사에 부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볼턴의 책은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자기 관점에서 서술했을 뿐으로 신뢰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같은 방에서 일어난 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정반대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아무 생각 없이 볼튼이라도 불러보자고 주장하는 발상이다. 미래통합당은 한반도 문제에 털끝만큼도 공감능력이나 이해가 없는 네오콘 볼턴을 지렛대로 21대 국회에서 남북, 북미관계를 정치쟁점화하려 할 것이다. 원구성협상과 연계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미래통합당의 궁색한 처지만 보여줄 뿐이다. 이러니 점점 국민들로 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내밀한 부분까지 까발려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우리는 이미 대북송금특검으로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지불해 본 경험이 있다. 백해무익이다.

미래통합당에서 요즘 대권주자감으로 '윤석열'과 '백종원'이 느닷없이 소환됐지만 답답한 이야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점입가경으로 여기에 두 사람이 충청권 출신이라는 지역색까지 덧칠해진다.

미래통합당 사람들은 우리가 설마 '백종원'을 대선주자로 생각하겠냐고 하지만 백종원처럼 국민들에게 인기있는 대선주자가 나와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지금 대선주자가 이낙연 외에 누가 있느냐"고 할 정도다. 지금 미래통합당에서는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김태호, 안철수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단체로 디스 당하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경우는 좀 미묘하다. 실현가능성도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지만 야권의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주로 친여 인사들의 공격 때문에 떴는데 최근에는 추미애 장관과 대척점에 서 있다. 만약 공수처가 출범하고 윤석열총장의 거취에 변화가 온다면 그는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미래통합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야권의 희망으로 한때 진보진영의 각광을 받던 윤석열 총장과 진중권 교수가 떠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검찰조직 입장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면 될수록 오해를 받을 것이다. '검찰당(檢察黨)' 취급을 받을 것이 뻔하다. 게다가 공수처까지 출범하게 되면 검사들이 일차적으로 공수처의 최대고객이 될 수 밖에 없다. 검찰개혁의 내부 동력이 외부요인에 의해 약해질 우려가 큰 것이다.

자칭 '검찰주의자'라는 윤석열은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불행하게도 자의반 타의반 윤석열이 정치를 안할 가능성보다 하기 싫어도 할 가능성이 더 높은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의 살아온 길을 볼 때 그는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만 세상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 한 차기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이 황교안 대표를 제치고 2등으로 나온 적도 있다. 윤 총장 본인도 자신을 대선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대안신당 대변인이던 나는 "현직 검찰총장을 어떤 이유에서든 대선후보군에 포함시키는 여론조사는 옳지 않다. 검찰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검찰을 '정치검찰'로 만드는 일이고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을 위해서도 바람직 하지 않다. 칼을 쓰는 사람에게 권력까지 쥐어준다면 그 이상 위험천만한 일은 없다. 모두가 자제하기 바란다"고 논평한 적 있다.

나는 개인 윤석열을 위해서나 검찰조직을 위해서나 이 논평은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검사 윤석열의 능력은 입증됐다고 하더라고 대선주자 윤석열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검찰총장으로서 인기가 많다고 바로 대통령선거로 직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차곡차곡 국정능력을 쌓아왔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이미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대화하고 있다. 곧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또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북의 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 북미관계도 다시 한번 질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선 바이든을 향해 외교를 펼쳐야 할지 모른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일본의 아베 교체 가능성 등 동북아 정세도 유동적이다. 모두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 모든 것을 차기 대통령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미래통합당이다.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볼턴이니 백종원이니 하면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임기가 남은 현직 검찰총장이고 검찰을 가장 잘 알면서 검찰개혁을 내부에서 이뤄내야할 책임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대선판에 윤석열을 불러내는 것은 윤석열 본인이나, 검찰을 위해서나 좋지 않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