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 현장에서 오롯이 전하는 국가폭력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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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현장에서 오롯이 전하는 국가폭력의 실상
27일 '2020 유엔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현장답사||매년 6월 진행… 증언자와 함께 5·18 사적지 살펴
  • 입력 : 2020. 06.28(일) 16:29
  • 최원우 기자
지난 27일 '2020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을 기념해 '국가폭력 현장답사'가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옛 상무대 영창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2020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을 기념해 시민들이 1980년 5월 광주의 민주화 현장에서 증언을 통해 국가폭력의 실상을 체험해보는 장이 열렸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이날 오후 국가폭력 생존자와 가족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국가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인식을 돕기 위한 '국가폭력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센터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6월 국가폭력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980년대 고문과 국가폭력이 자행된 장소를 답사하며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국가폭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날 현장답사는 시민·자원활동가·외국인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센터에 집결해 답사에 앞서 국가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가 '국가폭력 개념과 역사'를 주제로 강연을 펼쳐 요즘 세대 청·장년층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국가폭력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도왔다.

김희송 교수는 "5·18 당시에는 소위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이에 따른 국가폭력이 수도 없이 존재했다"며 "신군부는 부당한 군부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순수하게 일어났던 광주시민들에게 빨갱이 프레임을 씌워 무자비하게 학살했다"고 설명했다.

강연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단체로 버스를 타고 5·18 사적지인 옛 상무대 영창, 옛 국군통합병원, 전일빙딩245를 순차적으로 돌아봤다.

현장답사에는 5·18 당시 고문생존자인 김춘국씨와 양동남씨가 동행해 80년 당시의 처절하고 숨 막혔던 상황을 참가자들에게 직접 풀어냈다.

당시 27세의 나이로 5·18에 참여했던 김춘국씨에게 옛 상무대 영창은 항거조차 하지 못한 채 고문 등 국가폭력의 악명을 몸소 체험했던 피로 물든 장소로 기억되고 있었다. 군인들의 추적을 피해 숨어 살다가 더는 도망칠 여력이 없자 자수해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꺼냈다. 김씨는 이후 5개월간 옛 상무대 영창에 수용됐다.

김씨는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징역 3년을 선고받는데 그쳤을 그 때 나는 재판을 통해 내란죄로 무려 15년을 선고받았다. 비정상적인 재판과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하늘이 무너져내린 것만 같았다"며 "억울하게 5개월 동안 영창에서 고초를 겪은 것은 물론, 석방된 후에도 9년 동안이나 감시를 받으며 힘든 삶을 살았다"고 했다.

또 다른 생존자 양동남씨는 '옛 국군통합병원은 영창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오고 싶어했던 곳'으로 기억했다. 양씨는 5·18 당시 부상을 당해 쓰러진 상황에서 다짜고짜 그를 잡아가려는 군인들에게 심하게 아픈 척 연기함으로써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양씨는 "병원에 이송되면서도 아픈 게 낫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면서 "그만큼 영창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고, 나에게 있어 병원은 살기 위한 희망의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현장답사의 마지막은 최근 개관한 전일빌딩245 자유 관람으로 이어졌다.

참가자 김승빈(23·여)씨는 "그동안 5·18 등 국가의 무자비한 만행에 대해 잘 몰랐고 관심도 가지지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직접 겪은 분들의 설명을 듣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국가폭력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센터 관계자는 "센터는 국가폭력 생존자와 그 가족을 위해 치유·재활 프로그램 제공, 고문·국가폭력 트라우마에 관한 연구·조사, 고문·국가폭력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가폭력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엔은 1984년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하고 1987년 이를 정식으로 발효했으며, 1997년 6월26일을 '유엔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로 정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