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품(65) 골동품 판매상 (12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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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정일품(65) 골동품 판매상 (127/1000)
  • 입력 : 2020. 07.01(수) 13:36
  • 박상지 기자

"원래 저는 '김'가입니다. 30년 전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처음으로 골동품을 판매한 사람이 저였어요.

사업장 이름이 '정일품'인데, 그때부터 이웃 상인들을 비롯해 손님들이 저를 '정일품 사장'으로 부르고 있어요. 제 이름은 의미없죠. 그래서 그냥 '정사장'입니다.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전자 덕 입니다. 아버지는 안목이 탁월하고 손재주가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그 재주를 제가 닮았죠. 남들이 버린것, 하찮게 여기는 것을 수리해 복원해 내는 것도 제 일 중 하나입니다. 제 일에 저는 자부심이 커요. 망가진 골동품을 수리해 복원하는 일은, 잃어버린 역사와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주는 것 만큼이나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거든요.

초등학교시절부터 역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역사란 '오래된 미래'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죠. 미래가 궁금할때면 옛 것을 눈여겨 보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유물에 관심이 높아졌죠.

20리가 얼마나 먼길입니까? 친구집에 오래된 골동품이 있다고 하니, 20리를 걸어서 골동품을 보러간 적도 있어요. 골동품은 초등학교때부터 모아왔어요. 교복을 입고 골동품 가게를 왔다갔다 하면, 사장님이 유물에 가까운 골동품을 보여주면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죠. 그때의 경험과 기억으로 골동품 상점을 열게 됐습니다.

제가 모아왔던 골동품으로 30년 전 예술의 거리에 장사를 처음 시작했어요. 가지고 있는 물건 중 가장 좋은것만 '시집' 보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파는 것이 장사지만, 나처럼 골동품을 좋아하는 사람, 옛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월의 더께가 쌓인 골동품을 관찰하는 일이 저는 참 즐겁습니다. 세월의 더깨를 입은 색을 맛보고 나면 현대적으로 가공된 색은 재미가 없어요.

곰삭아가는 아름다움이 굉장하거든요. 거기까지 도달하는 쾌감을 맛보고 나면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는거죠. 하나 둘 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정일품 상점'이 세개까지 늘었어요. 제 상점이 자리잡게 되면서 다른 상인들도 이곳으로 들어오게 됐고, 자연스레 중앙초등학교 앞 일방로를 따라 골동품 상점가가 형성됐어요.

좋은 물건을 매입하기 위해 전국팔도에 숨어있는 소장가를 찾아다녀요.

골동품 판매는 개인보다는 주로 박물관과 거래해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느끼고 있는 것은, 광주가 가지고 있는 DNA가 아주 좋다는 겁니다.

특히 문화예술적 DNA가 탁월해요. 이 DNA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광주시민으로서 무척 아쉽습니다.

30년 전만해도 광주는 인구수 대비 양담배 소비가 가장 많았던 곳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양담배는 고급담배였죠.

그런데 광주사람들은 문화에 대해선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요. 맛집이 없어진 것처럼 광주만의 문화 DNA가 없어지고 있는게 안타깝습니다.

문화적으로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광주만의 '그림박람회'를 하루 빨리 개최해야 합니다. '광주급'이 아닌 '전국급' 박람회를 말하는 거지요.

국내 최고 그림박람회를 개최하려면, 인적자원이 있어야겠지요. 전국의 미술 수재들을 모으고 키워낼 수 있는 국립미술대학 신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