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선'으로 그려낸 그리운 일상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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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한국적 '선'으로 그려낸 그리운 일상의 풍경
나인갤러리, 7월 25일까지 우병출 작가 첫 광주전||파리, 뉴욕, 홍콩, 서울 등 세계 도시의 풍경 화폭에||수염 세가닥 두께 005호 붓으로 한국화 우수성 과시
  • 입력 : 2020. 06.29(월) 17:55
  • 박상지 기자

우병출 작 'seeing' 나인갤러리 제공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한 강가, 한적한 숲, 여유로운 어촌과 한폭의 수묵처럼 자리잡은 바닷가 등 작품 속 풍경이 낯익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가다 혹은 거리를 걷다 발견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일상 속 장면들은 진한 감동 뿐 아니라 소중함과 절실함을 동반한다. 그리움이 묻은 감동은 시선이 옮겨가는 순간순간 요동친다. 방사형으로 뻗은 가로망을 따라 늘어선 고풍스러운 빌딩들, 센 강과 녹음, 예스러운 건축물 위로 짙게 드리워진 에펠탑의 그림자, 북적이는 도로 사이사이 블럭처럼 끼워있는 듯한 노란택시들, 빌딩 숲을 배경으로 강을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유람선을 보고있으면 복잡한 도시 풍경만큼이나 떠오르는 감정들도 다양하다.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인색해야 했던 순간들, 일정을 계획할때마다 떠올랐던 설레임,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과 매분 매초 여행지에서 느꼈던 기분좋은 낯섦을 소환한다.

섬세한 필법으로 우리 삶을 지탱하는 공간을 화폭에 담아오고 있는 우병출 작가의 작품이 광주에서 전시중이다. 서울, 파리, 뉴욕 등 대도시의 풍경을 산수화처럼 생동감있고 사진처럼 현실적으로 표현해 오고 있는 우 작가는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서 명성을 얻고 있지만, 광주에서 작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7월 2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 내 나인갤러리에서는 우 작가의 도시 풍경을 담은 대표작 뿐 아니라 초기작품까지 그간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 작가의 작품은 시선과 필법에서 그만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사방팔방으로 뻗는 도로, 건물, 자동차 등 매일 마주치는 구도석에서 가끔씩 올려다 보는 풍경이 아닌 시점을 두단계, 세단계 떨어뜨려 놓은 채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다. 또 복잡하고 어지러운 구조물들을 모노톤 혹은 최소한의 색을 사용해 차분하게 표현했고 그 속에 자연적 요소인 나무나 강 하늘을 등장시켜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시도했다.

실경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깊은 밀도와 정밀한 묘사는 우 작가만의 작업법이다. 수염 세가닥 두께에 불과한 005호의 붓이 그려낸 선과 선의 조합은 숱한 시간을 거친 후에야 완벽한 도시가 된다.

1998년부터 시작된 그의 작업방식은 서양화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됐다.

우 작가는 "명암이나 색상으로는 도저히 서양화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면서 "어떤 요소로 승부를 걸어볼까 오랜시간 고민했고, 김홍도와 정선의 작품에서 '선'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암과 원근을 사용하지 않고도 사진으로 찍은 듯한 생생한 현실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선과 선의 조합 때문이다. 곧 전통동양화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입증해 보인 예이기도 하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우병출 작가의 화면은 단일한 수묵화처럼 깊은 밀도와 정밀한 묘사로 사진과 드로잉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특히 작가의 충실한 기법과 수묵풍의 새로운 감각, 즉 디지털 이미지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풀어내는 우 작가의 작업이 한국화단에 또 다른 별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선 하나를 끌어내기 위해 도시풍경을 작품에 담아왔다는 우 작가는 선으로 표현했을때 튀지 않으면서도 녹색의 근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을 향후 작업에 끌어들일 예정이다.

우 작가는 "좀 더 솔직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면서 "선, 색 등 작업에 대한 고민과 함께 내 자신이 사람들 앞에 솔직해 질 수 있는 방법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7월25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 내 나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우병출 작가.

우병출 작 'seeing' 나인갤러리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