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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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택배 없는 날
  • 입력 : 2020. 08.11(화) 17:07
  • 박상수 기자
한국 사람들처럼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 시장분석업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 평균 4.5회 모바일 쇼핑 앱에 전속하고, 이 중 2.6회는 실제로 구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선진적인 택배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택배 배송 서비스는 세계 최고다. 밤 11시 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 배송되는 새벽 배송 서비스도 있다. 선진적인 택배 배송 서비스 덕에 우리는 집안에 앉아서 편안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고된 일상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택배 산업은 재벌 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다. 2018년 기준으로 CJ대한통운(45%), 롯데글로벌로지스(12%), 한진(12%), 로젠(8%), 우체국(8%) 5개 사가 전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택배 업체들은 택배 기사를 직접 고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급 계약제다. 택배 기사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고 개인 소유 화물 차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업체가 택배 물량을 주지 않아 개인사업자로 전환됐다. 개인사업자지만 스마트폰 위치 정보 등을 통해 업체의 지배를 엄격하게 받는 특이한 구조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30~40% 급증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 택배 기사들은 하루 14~15시간 근무한다. 배송 물량도 하루 평균 300개, 한 달이면 1만 여 개에 달한다. 가히 살인적인 노동 강도다. 이로 인해 올 들어서만 전국에서 4명이 과로사했다. 그러나 일을 적게 하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등바등 매달릴 수밖에 없다. CJ 대한통운의 경우 배달 한 건 당 800원. 로젠 택배 등 다른 회사는 건 당 700원, 750원이 노동자들 몫이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국내 4개 택배사가 오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다. 택배 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광복절·일요일까지 쉬고 17일 출근하면 쏟아질 물량 걱정에 택배 기사들은 휴식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택배가 조금 늦게 오더라도 우리가 이해하고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야 한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