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고개 숙인 가을축제…줄줄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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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코로나에 고개 숙인 가을축제…줄줄이 취소
코로나19에 지역축제 '올스톱'||가을축제 38건 중 26건이 취소||개최 축제도 비대면·대폭 축소
  • 입력 : 2020. 09.14(월) 16:47
  • 김진영 기자
전남지역 가을 축제가 코로나19에 된서리를 맞았다. 장성군이 오는 10월 에정된 '황룡강 노란꽃잔치'개최를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장성군 제공
전남지역 가을 축제가 코로나19에 된서리를 맞았다. 지역축제가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지자체의 시름이 깊다. 가을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됐고 계획대로 열리는 축제도 비대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열리거나 대폭 축소해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 된서리 맞은 가을 축제

영광군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제20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불갑산 상사화 축제는 영광군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다. 지난해에만 22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122억원에 달한다.

애초 영광군은 공식행사를 취소하고 오는 18일부터 10월4일까지 꽃 관람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특산품 판매관과 할매장터 등을 운영하는 한편 상사화 영상과 사진을 제작해 축제 홈페이지에 올리겠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결국 '꽃 관람 기간'마저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자칫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비를 제외한 예산은 전액 반납했다. 아예 관광지 입장을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벌써 꽃 구경을 위해 불갑사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져 결국 축제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불갑사 일주문을 경계로 진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들지 않으면 아예 관광지 진입을 전면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장성군 역시 오는 10월 예정된 '황룡강 노란꽃잔치'개최를 전면 취소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만 명이 넘는 방문이 이어진 대표적 가을축제다. 황룡강 일원을 수놓은 10억 송이 가을꽃이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성군은 축령산 편백산소축제(10월)와 백양단풍축제(11월)도 마찬가지로 취소됐다.

장성군 관계자는 "전남지역 가을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는 와중에 가을축제를 강행할 경우 풍선효과로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올 가을을 축제보다 코로나19 방역에 장성군의 모든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라고 했다.

● 전남 가을축제 대부분 사라져

전남도에 따르면 9월과 10월 예정된 가을축제 38건 중 26건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진도와 해남 울돌목 일원에서 열리던 명량대첩축제는 명량대첩 전승일인 오는 11월1일 소규모 기념행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도 대표축제인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 순천 푸드앤아트 페스티벌 등도 취소됐다.

강진군은 48년 만에 처음으로 10월 예정된 강진 청자축제 취소했고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도 취소했다. 지난해 6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축제 당시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한 화순 국화축제도 올해는 문을 닫았다.

10월 개최 예정이던 '제19회 광양전통숯불구이축제'도 내년 축제를 기약하게 됐다. 영암 2020 마한축제, 무안군 YD 페스티벌, 진도문화예술제와 진도아리랑축제 등도 취소를 결정했다.

정남진장흥키조개축제는 지난 5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10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최근 이마저도 취소됐다. 지난 4월 한차례 연기된 화순고인돌문화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가을로 연기됐지만 결국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 "꽃 베어라" 불황보다 무서운 코로나

지역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자체들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지역축제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수입원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여전해 쉽게 축제를 열수도 없는 형편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지난 13일 불안을 호소하는 마을 청년회에서 아예 관광지를 전면 폐쇄하고 심어져 있는 꽃도 모두 베어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내년 축제 개최와 자연 훼손 문제로 현재는 입장을 통제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각 지자체는 '언택트 축제' 방식 도입과 내년 축제 발전방안 모색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강진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식 등을 모두 취소했지만 축제 예산은 그대로 두고 규모를 축소해 기념품 판매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코로나19가 우려되지만 경제적 파급효과 탓에 쉽게 지역축제를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리고 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