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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이요? 추가금만 더 내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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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미성년이요? 추가금만 더 내면됩니다"

●택시 타는것 만큼 쉬운 ‘차량대여’ 해보니
미성년자 확인 후에도 “상관 없다”
사고 나더라도 “개인 합의 보면돼”
화순 사고 국민청원 21만명 돌파
카셰어링·재대여 등 여전히 성행

게재 2020-10-19 17:11:35
19일 익명을 보장하는 소셜 미디어 개인 채팅방에서 미성년자 신분으로 차량 대여를 시도한 결과 쉽게 차를 빌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해당 대화 내용 캡쳐본.
19일 익명을 보장하는 소셜 미디어 개인 채팅방에서 미성년자 신분으로 차량 대여를 시도한 결과 쉽게 차를 빌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해당 대화 내용 캡쳐본.

"미성년자요? 네 괜찮습니다. 이용하실 거면 주변 지하철역이나 학교 이름 말해주시면 돼요."

19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 개인 렌터카 대여 브로커는 문의자가 '무면허', '미성년자'라는 사실보다는 어떤 차종을 원하는지가 더 중요한 듯 능숙하게 차량 대여 절차를 진행했다.

불과 얼마 전인 지난 추석 연휴 기간, 화순에서 무면허 상태로 렌터카를 빌려 운전을 하던 중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한 10대들을 엄단해달라는 국민청원(이날 오후 3시 기준 21만3253명)의 분노가 채 식지 않았음에도 청소년들 대상 무면허 차량 대여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접속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익명을 보장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지역명과 렌터카만 검색하면 곧바로 '#미성년자', '#고딩', '#무면허가능', '#나이제한X' 등의 해시태그를 단 채팅방이 줄줄이 나타난다.

실제 이날 오전 한 개인 렌터카 대여 채팅방에서 "미성년자인데 차량을 빌릴 수 있냐"고 문의하자 답변은 "괜찮다"였다.

문의자의 정확한 나이가 몇 살인지도 묻지 않았다. 그저 가까운 차고지를 확인하려는 듯 주변 지하철역과 학교명을 물을 따름이었다.

사고 가능성에 대해 묻자 "긁히는 것은 딱히 상관없고 사고가 나면 개인 합의를 보면 된다"라고 답했다.

해당 행위는 대부분 브로커가 카셰어링 어플 등 차량 공유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 혹은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빌린 타인의 운전면허와 명의를 이용해 빌린 차량을 무면허나 미성년자들에게 다시 재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1일 화순 청소년 무면허 교통사고의 경우도 가해 청소년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촉한 불법 렌터카 브로커에게 차를 빌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일반적으로 업체에서 차량을 대여할 때는 영업소를 직접 방문해 직원과 대면 계약 후 차를 수령하는 절차를 거친다.

반면 카셰어링은 처음 이용 시 운전면허와 결제 수단 등 본인 확인 인증을 거치는 한 번의 회원가입 절차를 완료하면 렌터카처럼 이용할 때마다 계약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렌터카 영업소가 문을 닫으면 차량 대여를 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카셰어링은 가까운 대여 장소를 검색해 해당 장소로 가면 24시간 비대면 대여가 가능하다.

대여 장소 역시 공공기관 주차장이나 지하철역 부근 등에 위치해 접근성도 높다.

차종에 따라 가격대는 다르지만 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적게는 1만원 내외부터 5만원 내외 금액이면 24시간 대여도 가능하다.

한 마디로 부모님이 잠든 사이 열쇠와 차량을 몰래 끌고 나와 거리를 달리던 과거의 청소년들과 달리 현재의 미성년자들은 이와 같은 '편의성'을 악용, 용돈만으로도 부모님 혹은 타인의 신분을 이용해 빌린 '주인이 없는 차'로 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영업소를 두고 운영하는 렌터카 업체에도 미성년자들의 차량 대여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에서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58)씨는 "미성년자가 차를 대여하러 문의하는 일은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있는 것 같다. 가게에 찾아와 다짜고짜 문의를 하곤 한다"며 "면허증을 철두철미하게 검사하고 있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무면허 미성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이모(44)씨는 "물론 알고 빌려주는 업체들도 있겠지만, 요즘 학생들이 체격이 워낙 좋지 않은가. 형제자매가 닮았다면 형이나 언니 면허증을 가져와 가끔 헷갈리게 할 때도 있다"며 "미성년자, 특히 건장한 남고생이 형의 면허증을 들고나온다면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까지 10대 청소년 무면허 교통사고는 총 3301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91명이 사망했으며 4849명이 다쳤다. 이 중 미성년자가 '렌터카'를 몰다가 발생한 사고는 총 405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722명이 부상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