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억압된 연대 샤머니즘 통해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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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집단지성·억압된 연대 샤머니즘 통해 풀어내
제13회광주비엔날레 1전시실 미리보기 ||광주비엔날레 역사사 1전시실 최초 무료개방||순환적 건축특징 살려 사회적공간으로 구성||매표소·관람객 편의시설 외 8명 작가 작품 설치||존 제라드·마리아밀린·민정기·이갑철 등 설치, 회화 작품 전시 
  • 입력 : 2021. 02.24(수) 16:59
  • 박상지 기자

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한달여 앞둔 2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관 제1전시실에서 공동예술감독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3회 광주비엔날레는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펼쳐진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한달여 앞두고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에 전시 설치가 한창인 가운데, 광주비엔날레 전시공간 중 1전시실이 언론에 첫 공개됐다. 1전시실은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태동한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취지를 담은 공간으로, 집단지성과 억압된 연대를 샤머니즘을 통해 풀어낸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특히 1전시실은 입구가 다양한 연령의 광주시민들이 즐겨찾는 중외공원과 연결돼 있는 건축적 특징을 반영해, 관람객의 편의시설이 갖춰진 개방형 전시실로 운영된다. 이와함께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1전시실을 최초로 무료개방함으로써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시도할 예정이다.

작품 설치를 위해 광주를 찾은 데프네 아야스 감독은 "1전시실이 이번 전시의 얼굴인 만큼 처음 들어왔을때 관람객을 환영하는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다"며 "여러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안과 밖의 경계가 민주적인 방법으로 허물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1전시실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1전시실에는 매표소와 관람객 편의시설 외에 8명의 국내외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1전시실 입구를 지나 전시공간으로 진입하면 이갑철 작가의 흑백사진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작가는 숨어있는 한국의 전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시골의 모습을 기록하거나, 아시아 각국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필름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그의 주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전통적이면서 가공되지 않은 한국의 무속세계를 필름에 담았다. 의식 중 혹은 의식 후에 나타나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과, 의식에 심취해 있는 무속인의 적나라한 모습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문경원 작가는 '사회적 공간'이라는 1전시실의 기능을 설치작품을 통해 뒷받침한다. 전시실의 중앙바닥에 설치된 그의 작품은 한폭의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카페트다. 절제된 문양의 폭신한 카페트 위에서는 비엔날레 행사 기간동안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민중미술의 선구자 민정기 작가는 그간 선보여왔던 작업들을 총망라했다. 민중미술작업 뿐 아니라 한국의 시골풍경, 반제국주의, 한국의 소박한 소시민들의 모습 등을 작품에 담아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작업을 대표할만한 작품들과 함께 무등산의 실제 지형도를 함께 선보인다. 무등산 지형도에는 연대를 통해 살아가는 광주시민들의 모습들이 촘촘하게 기록돼 있다. 작품 사이사이에는 동서남북 사방에 행운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국 샤머니즘 박물관 소장품인 돌 부적을 설치했다.

이어 오우티 피에스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우티 작가는 북극의 소수민족 출신으로, 여느 소수민족과 마찬가지로 억압과 소외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는 부족의 여성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실로 직조한 설치작품을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이 작품은 그가 속해있는 부족의 여성들이 참여해 페미니즘과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아일랜드 출신 존 제라드의 작품은 스크린을 통해 송출된다. 화면에는 거적을 둘러쓴 네명의 사람이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제한된 공간을 돌고있다. 실존하는 등장인물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은 신경망을 연구하는 작가가 대중의 움직임을 포착한 후 연결시켜 제작한, 가상의 캐릭터다.

김상돈 작가는 상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대형마트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활용해 상여를 구현해 놓은 발상이 흥미롭다. 그는 집단지성과 죽음이 어떻게 상여를 통해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집단적이고 의식적인 체계 안에서 샤머니즘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이밖에 1전시실에서는 샤머니즘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이 소장중인 부적과 제의적 회화 등을 함께 선보이면서 한국의 샤머니즘, 즉 무속의 의식 체계를 보여준다.

이와함께 이번 행사는 전시의 공간이 광주 곳곳으로 확장돼 펼쳐진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테오 에쉐투, 갈라 포라스-킴, 세실리아 비쿠냐의 신작이 선보인다. 작가들은 죽음과 사후세계, 영적인 물건이 주는 보상 등을 주요 테마로 다룬다.

개관 85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이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치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기술적·생물학적 '이미지'에 대해 설명한다.

광주 근대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에서는 시셀 톨라스 작가의 신작과 파트리샤 도밍게스의 작품이 전시된다.

13회 광주비엔날레는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 '뼈보다 단단한'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책도 펼쳐진다.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는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각국의 작가들이 광주 현지에서 참여하기 힘들지만 다양한 설문을 통해 온라인에서 교류했고 협업을 만들어 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에 작품이 설치됐고 관람객을 만날 수 있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시기간은 줄었지만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따른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성공을 약속했다.

한편 13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두차례 연기돼 오는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펼쳐진다.

김상돈 작가의 작품 앞에서 나타샤 진발라 감독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