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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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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홍어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게재 2021-04-07 17:03:24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요즘 흥행 중인 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가 생김새가 비슷한 홍어와 가오리를 코와 몸통의 모양, 생식기의 유무 등으로 능숙하게 구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창대는 "홍어 다니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다니는 길은 가오리가 안다"라고 말한다. 이에 정약전은 세상의 지혜를 다시 깨우친다. 그리고 창대의 머릿속에 있는 '물고기 지식'을 책으로 정리하는 자산어보 집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흑산도로 유배를 온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통해 흑산 홍어를 여러 차례 언급한다. 후대에 흑산도가 홍어의 본고장이 될 것이라고 정약전은 알았을까?

흑산 홍어는 자산어보에 '큰 놈은 넓이가 6 ~ 7자 안팎으로 암놈은 크고 수놈은 작다고 했다. 모양은 연잎과 같고, 빛은 검붉고, 코는 머리 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기부는 크고 끝이 뾰족하다 했다. 수놈은 양경(陽莖)이 있다. 그 광경이 곧 척추다. 모양은 흰 칼과 같다. 그 양경 밑에는 알 주머니가 있다. 두 날개에는 가는 가시가 있어서 암놈과 교미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합한다.'라고 기록됐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암놈이 낚싯바늘을 물고 엎드릴 적에 수놈이 이에 붙어서 교합하다가 낚시를 끌어올리면 나란히 따라 올라오기도 한다. 결국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놈은 간음 때문에 죽어 음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그래서 어부가 수컷을 잡으면 우선 홍어 '거시기'부터 잘라버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됐다는 속설이 있다.

맛에 대한 기록도 있다. '홍어는 동지가 지나야 잡히고 입춘 전후에 살찌고 제맛이 나며 2~4월이 되면 맛이 떨어진다'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식담에 '날씨가 차면 홍어 생각, 따뜻하면 굴비 생각난다'란 말이 있다. 특히 홍어잡이가 꽃이 필 무렵인 3월까지가 절정이라고 한다. 힘든 유배지에서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제작하며 위안을 삼았다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신선한 자극을 원하는 전국의 식도락들을 위해 신안 흑산도를 권하고 싶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삭힌 홍어와 막걸리 한잔 걸친 뒤 이른 봄 보리싹과 함께 끓인 '홍어애(간 또는 내장) 국'으로 속을 달래기 딱 좋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