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작가, DNA로 만든 '디지털 산수화' 첫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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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이남 작가, DNA로 만든 '디지털 산수화' 첫 선
 16일부터 서울 사비나미술관서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본인 DNA 염기서열, 고전회화와 결합
  • 입력 : 2021. 06.15(화) 16:17
  • 박상지 기자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은 'DNA 산수'
고전을 차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온 이이남 미디어아티스트가 DNA 염기서열 정보를 고전회화에 결합시킨 신작을 발표한다. 16일부터 오는 8월31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는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가 진행된다.

그간 국내외 고전을 차용해 미디어아트 작업을 진행해 온 이이남 작가는 이번 전시인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에서도 여러 고전을 선보이게 된다. 다만 이번 신작들은 기존에 선보여 왔던 고전작품에 시대적 패러다임이 더해졌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됐을 뿐 아니라 '자아탐구'라는 의미도 담았다. 이를위해 서울대학교 생명과학 연구소와의 협력으로 자신의 DNA정보를 추출했다. 추출된 이 작가의 DNA 염기서열은 고전회화와 결합해 이이남 작가만의 '디지털 산수화'로 탄생했다.

이이남 작가는 "실재와 허구가 공존하는 초연결 시대 속에서 팬데믹을 겪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본질을 찾아가고자 하는 자아탐구에서 이번 신작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고전회화와 결합한 영상, 설치, 평면 작품 등 총 21점을 감상할 수 있다. 사공도(司空圖, 837-918)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전시 주제로, 전시장 곳곳에 반사체를 이용한 새로운 공간연출을 시도했다.

이 작가는 "우리는 일평생 동안 '나'라는 신체 속에 갇혀 살고 있지만, 자신을 마주할 수 없다. 자신을 본다는 것은 주변의 이미지와 주변 정보들을 통해 얻어지는 간접적 정보이지 직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러한 불완전한 성찰 속에서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중 한 구절인 '형상 밖으로 훌쩍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손을 쥔다'는 표현은 온전한 나를 보고 싶은 욕망을 투영하고 있다"며 전시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가는 또 동양 회화의 핵심적인 개념인 '시화일률(詩畵一律)'에 주목했다. '시화일률'은 '시와 그림은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중국 북송대의 시인인 소식(蘇軾, 1037~1101)은 중국 당대의 대표적인 문인화가 왕유(王維, 699-759)의 시에 대해 "시 속에는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는 시가 있다"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개념이다. '시화일률'은 곳곳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표현됐다. 시와 그림의 경계가 없듯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관람객을 작품 속에 끌어들이며 작품과 관객을 하나로 연결시킨다는 의미다.

또 다른 작품인 '뿌리들의 일어섬'은 이를 위해 작가 자신과 가족들의 DNA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작품으로, 결국 가족 단위로 형성된 인류 전체로 연결한다. 초연결 시대의 공동체와 인류의 유기적인 관계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자아의 뿌리와 근본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한편 이이남 작가는 최근 2021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과 서울시와 협업해 기후 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알렸으며, 벨기에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개인전을 열어 벨기에 시민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개인전 이후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마드리드, 라트비아를 비롯해 중국, 스페인, 인도, 워싱턴, 러시아 등 국내외에서 전시와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