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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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석면의 공포
  • 입력 : 2021. 06.17(목) 16:59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광주시가 환경부지침에 따라 석면 슬레이트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슬레이트 건축물 전수 조사에 나선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노후된 슬레이트에 함유된 석면이 비산돼 호흡기를 통해 흉막 등에 붙어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이어서다.

 광주 전역 석면 슬레이트 건축물에 대한 전수 조사는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2013년 기준 광주 지역 슬레이트 지붕 건축물은 모두 1만6000여 동(주택 1만1000여동)에 이른다고 한다. 슬레이트 지붕은 농촌근대화를 기치로 1971년부터 본격화된 새마을운동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속성 근대화의 폐해로 변하면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우려되는 사안이 있다. 지난 9일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은 참사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에서 석면 해체 공사가 건물 붕괴 사고를 낸 업체가 재하도급받아 이뤄진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나서다. 불법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석면 해체가 처리되지 않았을 경우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닿은 지점이 있다. 광주지역 폐렴사망률이 전국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는 연구보고서다. 전남대학교병원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광주광역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8개 특별·광역시의 보건 의료 지표를 비교·분석한 정책 연구보고서 '2020 광주시민의 올해의 건강' 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광주의 폐렴 사망률은 25.3명(10만명당)으로 전국 8곳 중 가장 높았다. 대전 22.8명, 대구 20.9명, 인천 20.1명, 서울 15.5명, 부산 13.4명, 세종 12.9명, 울산 11.6명 순이었다. 시는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폐렴 발생 최고 도시가 된 이면엔 타 도시에 비해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광주 특성'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광주 지역의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구는 재개발 33곳, 재건축 13곳 등 모두 46곳에 이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 곳에서 해체됐거나 해체될 석면량은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광주시가 2012년부터 54억원을 투입해 2950동의 주택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교체했다고 한다. 남아있는 물량만 1만 3000여동에 달해 갈길이 먼 상황이다. 광주시가 석면 건축물 전수 조사를 통해 체계적 관리도 해야겠지만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슬레이트 지붕 교체 예산을 증액하는 한편 석면 해체 제거사업장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현장 관리 감독 강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