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청년이 민주당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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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021년 청년이 민주당에게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1. 06.29(화) 13:36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친노(친노무현)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여당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내년 대선 끝난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유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쪽 사람들로는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6·11전당대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우려대로' 마무리됐다. '이준석 돌풍'은 현상이고, 집권여당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이준석 당 대표는 85년생, 36살이다. 헌정사상 교섭단체 정당에서 나온 첫번째 30대 당 대표다. 70년대 YS(김영삼), DJ(김대중) 이후 50년 만의 세대교체다.

이 대표는 26살때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낡은 이미지를 씻기 위해 젊고 개혁적인 이 대표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그런 그가 10년 뒤, 여의도 정가에 돌풍을 몰고 보수정당의 깃발을 들었다. 그를 당 대표로 만든 주역은 다름아닌 2030세대였다. 젊은 이준석의 그릇에 2021년 청년들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자산의 불평등, 기회의 불평등, 집권여당의 '내로남불', 정치권의 주류를 형성한 586운동권의 기득권화. 2030세대들이 '신불평등시대'로 여길만하다. 4·7재보선과 6·11전대에서 정치전면으로 나온 이유다. 지금의 정의는 불평등에 맞서는 것이다. 정치판을 한번 갈아엎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5년전, 이들은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던 세대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촛불을 들고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젠 돌아섰다.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하는 3포에, 무너지는 사다리, 부의 대물림,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허탈감과 절망감만 남았다. 분노세대로 바뀌었다. 분노의 투표는 오늘의 불평등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2030세대는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주역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16대 대선은 '인터넷 선거혁명'으로 기록된다. '노풍'(노무현 바람)이 인터넷 소통광장에서 되살아나 막판 대선판을 뒤집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이들의 결집이 없었다면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노무현의 이름은 특권 타파와 반칙없는 사회, 탈권위, 지역주의 극복, 수평적 리더십의 상징이었다.

'노풍'을 만들고 '이풍'(이준석 돌풍)을 만든 청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는 없다. 탈이념 세대로 도덕성 이슈에 민감하며 반기득권층이고, 실용주의 경향이 강하다. 공정과 정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제 1가치였다. 그래서 항상 불공정과 불의에 맞서 가장 맨 앞줄에 서 왔다.

2021년, 집권여당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민주당은 2018 지방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촛불혁명으로 압승했다. 2020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K방역 성과로 이겼다. 사실 당이 한게 별로 없다. 무엇을 해 이겼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도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무능하고 오만했다. '조국 구하기'는 '부모 찬스'를 인정하는 행태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당 소속 서울과 부산시장은 성비위를 저질렀다. 부도덕한 사건으로 4·7재보선이 치러졌지만, 당은 반성 대신 '무공천' 당헌까지 바꿔 후보를 냈다. '우리가 옳아, 너는 적폐세력이다'라고 대변되는 내로남불은 정치불신을 키웠다. 지금은 180석 가까운 안전 의석의 병풍 안에 갖혀있다.

당내 주류 정치세력인 586운동권은 또 어떻게 비춰질까. 군사독재에 항거해 승리한 민주화 세대지만, 지금은 부와 명예, 권력을 다 가졌다. 17대 국회부터 진출해 21대 국회까지 20년 가까이 권력의 핵심을 꿰차고있다. 청년들에겐 기득권이란 이름의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변화를 가로막는 존재는 아닐까. 민주화세대에 등을 돌리는 이유를 민주당은 곱씹어봐야 한다.

2030세대는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정치인식이 한층 높아졌다. 강력한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정치 주역으로 부상했다. 대통령을 만들어 본 경험도 있다. 지난 2020년 총선때 20~30대는 국내 유권자 비율의 34%를 차지했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대선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 언제든 '대리만족'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는 다시 표출될 것이다. 정치실종에 책임져야 하는 민주당과 586운동권의 위기이다. 청년들은 여의도 정치권에 또 하나의 촛불을 들고 맨 앞줄로 나오려 하고 있다. '정치를 되살려라. 효능감을 보여달라. 내년 대통령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이제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답할 차례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