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네 번째 기록-해수면 상승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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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네 번째 기록-해수면 상승에 관하여'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1. 07.14(수) 15:07
  • 편집에디터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2021년 새해가 밝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상반기가 지나고 바캉스의 계절인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작년처럼 올해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름 휴가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시원한 물놀이 없이 이번 여름을 지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해양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제공해준다. 해양의 수산자원으로 우리는 식량과 에너지를 얻고 해양 길은 나라 사이에 물자 이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해양은 주변 환경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하고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과학적 측면에서도, 해양은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어 전 지구 에너지 균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후 요소이다. 특히, 우리 삶의 터전 한반도를 삼면으로 둘러싸고 있는 바다의 소중함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해양이 최근 급격해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어느 기후 요소들보다도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해양에서는 대기에서 발생하는 폭염(heatwave)과 유사한 해양 폭염(marine heatwave)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해양 온난화 영향으로 해양 산성화 현상이 나타나 해양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양에서는 최근 해수면 상승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문자 그대로 해양의 수면(Sea level)이 과거에 비해 점차 상승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원인에는 지구 온난화 영향에 따른 해수의 열팽창 또는 극지방 대륙 빙하의 융해에 의한 담수 유출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해양에 다양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지만 필자는 단연 해수면 상승이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 대양과 동해의 해수면 상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전 세계 해수면의 평균 상승률은 연간 2~2.6㎜ 정도이며 동해는 이보다 약 1㎜ 정도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 나온 연구 결과에서는 해안지역의 해수면 상승률이 대양에 비해 4배(약 9㎜) 정도 빠르다고 보고됐다. 물론 "연간 1㎝도 안되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리 큰 일이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해수면 전체가 평균적으로 연간 수 ㎜씩 상승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부피의 변화이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5차 보고서에서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00년이 되면 해수면이 0.63m까지 상승(불확실성 고려할 경우 0.94m 상승)될 것이라 한다. 한반도 해수면의 경우, 2100년이 되면 최대 0.73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 국토의 일부가 침수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해수면 상승으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물론 우리의 후손들이 딛고 설 땅의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 것이며, 해일/범람에 따른 침수나 홍수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이는 해수면 상승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피해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고되었으며 국토의 대부분이 1m보다 낮은 투발루, 몰디브, 마셜 제도와 같은 서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2100년이 되면 아예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이 국가의 존폐를 위협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이 당장 한반도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협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 해야 하며, 전 지구 및 한반도 해수면 상승률 감소를 위해 탄소 중립 선언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올해 여름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게 된다면 한 번쯤은 해양의 소중함과 해양 보존의 필요성을 마음속에 새겨 보기를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