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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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건축사를 위한 변명
  • 입력 : 2021. 07.27(화) 15:44
  • 이용규 기자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참사에서 건축사가 된서리를 맞았다. 재개발 주택사업지구라 시공사·철거 업체·감리 등 많은 관계인들이 얽혀 있어 철거 관리·감독을 맡은 감리로서 자유로울수 없었다. 이 여파는 광주시의 후속 대책에서 그럴듯한 포장으로 배척되는 수모로 이어졌다.

건축은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거주하고 체험하는 장소이자 생활 공간이다. 이 공간을 짓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지휘자 역할을 하는 건축사는 건물이라는 공간을 창조하고 이 공간에 전기·소방·통신·기계 등을 배치하며 디자인을 유지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건물을 기획·설계·시공하는 건축사의 직능은 여러 사물의 원리를 알아 기술자들을 관할하는 총괄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의 건축사에 대한 인식은 사업자, 그 이상도 아니다. 학동 감리 소홀의 문제는 더욱 관계를 악화시켰다. 그럼에도 20일전 안전 관리를 문제로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북구 운암동 재개발 현장은 감리의 역할이 컸다. 작업 중지 상태로 공사 재개 절차를 밟고 있는 이 현장은 광주시의 해체 지침에 따라 건축물 구조 기술사의 검토 날인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북구에서는 감리의 검토 날인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감사를 의식한 갑질행정으로 밖에 볼 수없다. 동구의 해체계획서 심의에선 지침에도 없는 건축물 구조기술사까지 상시 배치를 조건으로 허가후 업자 반발로 수정하는 혼선을 초래했다. 지침을 하달한 광주시는 현장의 실상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운암동 사례에서 보듯 용역 계약 등 제반 사항을 파악하고 접근해야함에도 이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건축사와 같은 전문직인 의사와 변호사가 개인 문제를 가지고 전체가 책임을 지는 일은 없다. 건축사들은 억울하지만 허가권과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행정과의 대립시 향후 불이익이 우려돼 벙어리냉가슴으로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은 문화도시를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각 문화의 지층들이 서로 켜켜이 판을 짜듯 나가야 만이 문화도시 토양을 만들어갈 수 있다. 광주 곳곳이 아파트 성벽으로 쌓아지고 있는 데 주택정책을 다루는 부서는 도시 경관과로 바뀐 지 오래다. 도시 경관이라고 함은 건물이 모아져 도시 공간과의 조화를 이루며 지역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비전과 건축정책, 가이드라인이 수반됨이 없이 간판만 바꾸고 아파트 층수를 30층으로 내린다고 해서 도시의 품격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환경과 건물 높이가 맞아야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 광주의 건축문화를 주도하는 건축사는 행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광주답게 도시를 만들어가는 최첨병임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