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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화재진압·구조작업, 상상 초월하는 사투"

현장노동자들의 폭염나기 ①소방대원
폭염 속에 불길과 맞서야
공기호흡기 보호장비 30kg
두꺼운 방화복, 땀 비 오듯
전국 6대뿐 회복지원차 절실

게재 2021-07-29 17:40:37
화재진압 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뉴시스
화재진압 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뉴시스

29일 새벽 3시,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서 울리는 화재신고 전화에 15년 차 구조대원 김치현 반장의 하루가 시작됐다.

"컨테이너 건물에 불이 번졌습니다."

한마디에 이날 당직을 선 구조대원들은 한겨울에나 입을법한 두꺼운 옷감의 방화복을 껴입는다. 화재진압 및 구조작업 등에 필수적인 공기호흡기와 절단기·조명등의 장비를 몸에 들러메면 무게만 30㎏에 육박한다.

폭염경보와 열대야가 열흘 가량 이어진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무거운 구조장비에 두꺼운 방화복까지 껴입고 이들은 불길에 맞선다. 태양이 뜨면 내리쬐는 불볕더위까지 더해 타오르는 화재 현장은 뭐라고 형언할수 없는 고통의 장소가 된다. 이른바 '온도'와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흘리는 땀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김 반장은 "여름철 구조작업 후 방화헬멧을 벗으면 땀이 물처럼 한 바가지 쏟아지는 정도"라며 "흐르는 땀에 눈이 따가웠던 적도 다반사다. 오늘이야 불이 금방 꺼졌지만, 화재진압이 몇 시간 계속되면 거의 탈진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보통 구조대원들은 소방호스로 물줄기를 뿌리며 불이 난 건물 안으로 조금씩 접근해간다. 물을 뿌리면서 몸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래도 화재 현장에서 방화복 바깥에 닿은 열기는 외부 복사열까지 더해 500도가 넘는다.

구조대원들이 체감하는 방화복 내부의 온도는 평균 폭염의 날씨를 훨씬 웃도는 50도 수준. 온열질환을 넘어 화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다.

김 반장은 "온도 체감은 덥다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목덜미,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의 강도가 가장 세다"며 "불길에 살결이 쓰라려 아픈 적도 많다"고 말했다.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김치현 반장.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김치현 반장.

이어 "구조대원이 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불길을 보면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구조'하는 것이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화재현장은 긴급하므로 발걸음을 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그래도 여름철 지원받는 아이스 조끼 등 냉방물품이 열기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되는 올 6월부터 29일까지 광주에서 진압이 완료된 화재현장은 122곳에 이른다. 구별로 나누면 △광산구 46건 △북구 35건 △서구 23건 △동구 9건 △남구 9건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온열질환을 격은 소방대원은 17명. 같은 기간 공상자는 3813명이 발생했고 22명이 순직했다.

최근에는 쿠팡물류센터, 울산 상가화재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하면서 의료체계 구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름에는 폭염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는 구조대원들을 위해 화재진압 후 현장에서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회복지원차'도 전국에 고작 6대뿐이다. '회복지원차'는 내부에는 냉·난방기와 공기청정기, 심신회복실, 침대, 산소호흡기 등이 갖춰진 차량이다.

이마저도 광주·전남 소방본부가 보유한 '회복지원차'는 없으며 화순에 있는 호남 119특수구조대가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약간 기능은 떨어지지만 '회복지원이 가능한 차량' 역시 전남본부에 4대가 있으며 광주본부엔 없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국 소방청 규모와 비교하면 '회복지원차' 6대는 턱없이 모자란 개수이긴 하다. 현재 가까운 지역 권역별로 공유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김치현 반장의 도움으로 기자가 직접 방화복을 입어보고 있다.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김치현 반장의 도움으로 기자가 직접 방화복을 입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