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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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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홍어'

박수진 정치부 차장

게재 2021-09-12 17:39:18

코끝이 찡해진다. 이내 혀까지 얼얼해지며 희열마저 느껴진다. 큼큼함과 톡 쏘는 감칠맛이 일품인 '흑산도 홍어'의 맛이다. 홍어는 남도 대표 음식으로 '홍어가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관혼상제에 빠질 수 없는 음식으로 꼽힌다. 홍어와 묵은지,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인 '홍어삼합'은 식도락가들이 손에 꼽는 별미가 된지 오래다.

자타공인 최고의 맛으로,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흑산 홍어는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중 저술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실려있다.

흑산도 홍어하면 우이도 홍어장수 문순득과 정약전이 만나 문순득의 표류 체험담을 토대로 저술한 표해시말(漂海始末)이 떠오른다. 문순득은 홍어를 사기 위해 태사도에 들렀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되면서 유구(일본 오키나와), 여송(필리핀), 오문(마카오)과 중국을 거쳐 3년 2개월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문순득의 파란만장했던 표류담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다시 홍어를 거래하기 위해 흑산도에 들렀다가 정약전을 만나 보고들은 바를 전해주었고, 정약전은 '표해시말'이라는 기록으로 남겼다.

문순득의 표류기는 정약전의 동생인 정약용에게도 전해졌으며, 여송국에서 사용하는 화폐의 유용함을 전해들은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조선의 화폐 개혁안을 제안하게 된다. 또한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제자인 이강회(李綱會)를 우이도로 보내 문순득을 만나게 하였고, 운곡선설(雲谷船說)을 집필하게 한다.

당시 실학자들도 문순득의 표류담을 통해 동아시아 각국의 문물과 언어, 선박 제조 기술 등을 바라볼 수 있었다.

최근 흑산도의 홍어잡이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11호로 지정됐다. 흑산 홍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김약행의 '유대흑기(1770년)'를 감안하면, 흑산도 홍어잡이 어업은 최소 250년 이상의 역사성을 가진 전통어업기술로 인정받은 셈이다.

앞으로 홍어잡이 기술이 체계적으로 보전·관리돼 후손들에게 물려줄 고귀한 문화유산으로 길이 남았으면 한다. 더불어 남도 대표 음식인 홍어의 우수성과 감칠맛이 전국적으로 퍼져 소비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