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 "노태우 국가장이라니…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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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 "노태우 국가장이라니… 말도 안된다"
‘내란죄’ 국립묘지 안장 불가 ||국가장 배제 규정은 없어 ||오월단체 “국립묘지 안장 ||국가장 등 절대 안 된다”
  • 입력 : 2021. 10.26(화) 17:19
  • 김혜인 수습기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국가장이라니요! 국민을 학살한 사람에게 그런 예우가 말이 됩니까. 국민을, 광주를 뭐로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합니까! 정치적 판단이라니, 국민 정서를 뒤로한 정치적 판단이 존재합니까!"

26일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과 관련해 '국가장'(國家葬)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족의 의사와 정부 절차를 거쳐야 해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국가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전두환, 노태우는 12·12 군사반란 등의 판결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예우가 박탈됐다'고 알고 있는 광주·전남인들에게 모욕과도 같은 발언이었다. 국립묘지 박탈은 곧 국가장을 치르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거나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 장례위원회 아래 집행위원회가 장례 절차를 총괄 진행하며 집행위원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게 된다.

국가장은 국가가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국가의 명의로 거행한 장례 의전이다. 국가장의 장례 기간은 5일 이내로 하고 이 기간에는 조기(弔旗)를 게양한다.

지금까지 치러진 국가장은 지난 2015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뿐이다.

이전에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국민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렀다.

국장과 국민장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논란이 거듭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를 계기로 국장·국민장을 구분하지 않고 장례절차를 국가장으로 통합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과 전씨의 경우 국립묘지 안장은 가능성이 작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형법 제87조에서 90조까지의 '죄를 범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두 사람은 내란죄로 복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최종 권한은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갖고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을 고려해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씨와 노 전 대통령은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됐기 때문에 국가장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도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갑)이 '국가장법 일부개정법률안'(가칭 '전두환 국가장 배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형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등을 위반해 형이 확정된 사람은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질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법은 1년이 넘도록 계류 중이다.

지역민들의 반응은 매우 격했다.

서구 금호동에 거주하는 정진형(46) 씨는 "국민을 학살한 이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진행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며 "그렇다면 전두환의 장례도 국가장으로 치르겠다는 말이 된다. 지금 시대가 국민을 배제한 정치적 판단이 존재하는 시대인가"고 반문했다.

광산구에 사는 김연서(57)씨는 "정통성 없는 쿠데타 세력에게 국가장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으며, 여수시민 강요한(27) 씨도 "반대한다. 대통령 예우도 박탈당했는데 왜 국가장을 해야 하나. 국가장 진행은 예산 낭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월 관계자들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국가장은 절대 반대다. 5·18 당시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고 죽어갔다. 그 학살의 책임자가 사망했다고 나랏돈으로 장례를 치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광주가 반대하고 5월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도 "국립묘지에 안장하거나 국가장으로 치른다면 오월 가족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며 "현재 법률상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5월과 광주 시민이 그렇게 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고 성토했다.

김혜인 수습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