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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장오>호랑이도 고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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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장오>호랑이도 고향이 있을까!

김장오 영광 부군수

게재 2022-01-25 12:55:43
김장오 영광 부군수
김장오 영광 부군수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을 강타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범 내려온다'의 인기에서 보듯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함께한 영물(靈物)이다. 호랑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으며, 우리나라 건국신화를 비롯해 설화와 그림 등 미술품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민간신앙, 풍수, 설화 속에서 귀한 동물로 여겨진 반면 호환(虎患)이라 하여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농지 개간으로 서식지를 잃은 호랑이와 충돌하여 사람과 소가 물려 죽는 일이 빈번해지자 호랑이 사냥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해 운영했다. 호랑이와 표범 사냥을 강제하기 위해 호랑이와 표범 가죽을 나라에 바치는 호피(虎皮)공납제를 실시했다. 한국 호랑이가 한반도 이남에서 사라진 것은 언제일까?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휘보의 지방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야생 호랑이는 일제 조선총독부가 1915년부터 1942년까지 시행한 해수구제정책(害獸驅除政策)에 따라 1924년에 전남지역에서 6마리가 잡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남한지역에서는 관찰되지 않고 1936년 경북과 충북 그리고 1942년에는 경남에서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이 보고돼 이때까지 남한지역에 호랑이가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한 지역에서 멸종한 한국호랑이 실물 모습을 보고 싶다면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가야한다. 이곳에는 1908년 영광 불갑산에서 농부가 포획한 호랑이를 일본인 히라구찌씨가 당시 논 50마지기 값인 200원에 사들여 일본 도쿄 시마쓰 제작소에서 박제로 만들어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한 한국 호랑이 박제가 있다. 이 호랑이 박제는 13년생 암컷으로 추정되며, 뒷머리의 황갈색 바탕에 검정색 줄무늬가 있고 왕(王)자가 선명한 전형적인 한국 호랑이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가슴 쪽에서 엉덩이까지 길이 160cm, 앞발 뒤꿈치에서 머리까지 높이 95cm남짓에 몸무게 180kg으로 추정하고 있다. 곰 발바닥처럼 뭉툭한 네발 사이사이에 나온 갈고리 발톱, 송곳처럼 날카로운 위아래 어금니 4개가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는 이 호랑이 박제는 남한에 있는 호랑이 박제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자 유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 호랑이 박제가 전시되어 있으나 이들은 모두 동물원에서 사육하다 폐사한 호랑이를 표본으로 박제한 것들이다.

영광 불갑산은 해발 516m의 전남 서해안 명산으로 북으로 태청산과 장성 백양산으로 이어져 호남정맥 백두대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쪽으로는 함평 무안을 거쳐 목포 유달산까지 이어지는 호남지역 영산기맥의 중심부에 위치한 명산이다. 전라남도는 영광군과 함께 예전에 호랑이가 활동했던 불갑산을 201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광군은 이곳 불갑산 곳곳에 호랑이 모형을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불갑산 호랑이가 그리운 것이다. 미군은 '동료를 적진에 남겨 놓지 않는다'는 신조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동료를 고향땅으로 데려온다고 한다. 호랑이의 해를 맞아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박제로 전시하고 있는 한국 호랑이가 고향인 영광 불갑산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단상(斷想)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