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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이나 지각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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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이나 지각한 국회

박성원 편집국장

게재 2022-07-04 16:57:32
박성원 국장
박성원 국장

학교나 회사에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등교 또는 출근할 때 우리는 '지각' 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각을 하게 된 이들의 얼굴엔 미안함과 당혹감이 가득하다. 규정을 지키지 못해 조직과 구성원에 피해를 줬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도 되레 큰소리를 치는 '고액 연봉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다. 회의시간 20~30분 늦은 것은 지각 축에도 끼지 못한다. 국회 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한달 넘게 무단결근을 일삼았다.

여야의 사생결단식 정쟁으로 초래된 제21대 국회 후반기 공백 사태가 35일만에야 끝났다. 여야는 4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했다. 어렵게 타협점을 찾았지만, 그동안 산적한 현안들을 외면한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금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경제위기로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원 구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놀고먹었다.

6월부터 후반기 국회가 시작됐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단 한 건의 민생 법안도 처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낸 세금을 꼬박꼬박 받아갔다.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월 1285만원, 연 1억5426만원에 이른다. 매일 의원 1인당 42만원꼴이다. 근로자들은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해 세비 반납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국회 '지각 개원'과 '무노동 유임금'의 악순환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13대 이후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정시한 내에 개원한 적이 없다. 전·후반기 합쳐 원 구성 평균 소요 기간은 41.4일이었다. 이번 21대 국회 후반기는 35일만에 문을 열었다. 과거보다 6일 단축시켰으니 잘했다고 해야 할 지 참 난감하다.

민생·개혁 법안 처리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가 늦어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어렵게 국회 문을 연 만큼, 여야는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박성원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