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장인이 아닌 소비자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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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명작은 장인이 아닌 소비자가 만든다'
곽지혜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2. 07.31(일) 17:59
  • 곽지혜 기자
한 분야에 오랜 시간 종사하며 기술을 연마하고 그 일에 정통한 이들을 우리는 '장인'이라 부른다. 명인, 명장, 장인 등 사회가 부여한 자격에 의해서 이들을 부르는 명칭 또한 다양하다.

광주 동구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동구명장명인장인협의회 회원들을 차례로 만나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자로서 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별 다를게 없어요. 오래해왔으니까요"였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싶어서,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일을 시작하고 기술을 연마하게 되는 등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지금 명인, 명장,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데는 '끝끝내 그 일을 해내온 시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일지언정,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모습은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신념과 끈기, 열정. 그들이 수십년간 갈고닦아온 기술에는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든지 없든지 그들이 보내온 시간은 충분히 조명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그들이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조금 더 효율적이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거나 더 많은 경제적 여유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는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인들이 갖는 가치는 간신히 알려지고 이어져 왔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여전히 몇대를 걸쳐 이어온 식당에 손님들이 줄을 서고 손으로 직접 만든 공예품의 가치가 명품만큼이나 높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명작은 장인이 아닌 소비자가 만든다'는 말이 공감되는 이유다.

공예, 문화, 생활 등 오랜시간 구축해온 가치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에 앞서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이유로 누구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지금은 오히려 문화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무료로 개방된 국립박물관이나 전시에는 관심이 없다. 무료로 진행하는 전통공예 체험활동 등에도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싼값을 주고 찾아갈 수 있는 곳에 몰려든다.

최선을 다한 작품이나 사람이 대접받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