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82> 혹독한 기후… 베트남 영웅들을 키운 '달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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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위의 인생
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82> 혹독한 기후… 베트남 영웅들을 키운 '달랏'
여름도 여행! 연중 내내 봄, 1,500m 고산 도시 베트남 달랏
  • 입력 : 2022. 08.04(목) 17:09
  • 편집에디터

호텔에서 바라본 달랏 시 풍경. 차노휘

여행이라는 길

여행(旅行)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꼭,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만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일 것이고 설렁 자의가 아니더라도 '떠남'으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기도 할 것이다. 차마고도에서 오체투지로 6,000km를 가는 여정이 있는가 하면, 전세기를 타고 미리 꽉 짜놓은 일정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해치우고 오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극과 극의 여행 방법이지만 이 둘의 공통점은 익숙한 장소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익숙한 장소는 '일상을 영위하는 곳'이며 '이 세상'에서 '베이스캠프' 삼아 살고 있는 곳일 것이다.

천상병은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라고 하면서 '이 세상'을 '소풍'이라고 비유했다. '소풍'을 소풍답게 하기 위해서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할 진대, 그래서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은 이렇게 말한 듯하다.

"여행한다는 것은 방랑한다는 뜻이다. 방랑이 아닌 것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여행의 본질은 의무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없고, 소식도 전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이웃도 없고, 이렇다 할 목적지도 없는 나그넷길인 것이다. 좋은 나그네는 자기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모르는 법이다.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여행자는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다."

길거리 식당. 차노휘

사뭇, 한 줄기 바람과 같은 구도자를 연상시키는 이 구절은 그저 마음(욕망)을 비우는, 천상병의 '소풍 길'로 내게는 읽힌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구도자일 수는 없다. 여전히 나는 한 발은 익숙한 장소에, 다른 발은 낯선 곳에 두고는 의식 또한 두 세계를 오가면서 욕망을 계산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여행자인 나는 이번 여름에, '지극히 현실적인 여행지'를 여름 특집으로 네 번에 걸쳐서 연재하려고 한다. 코로나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고 유류세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금, 비교적 인접하기 쉬운, 베트남에 있는 달랏(Da Lat)이라는 고산도시에 대해서 나는 소개를 할 것이다.

역시나 오토바이. 차노휘

달랏

달랏은 행정구역으로 남부에 속한다. 지형적으로 베트남 중부는 위에서 아래까지 길고 폭이 좁으며 대표적인 산맥 쭝선(Trường Sơn)이 남쪽으로 뻗어 있다. 베트남 중부의 산맥 줄기에 위치한 고원이라는 점에서 행정구역과 상관없이 달랏은 중부의 여러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베트남 중부는 북부나 남부에 비해서 혹독한 기후로 유명하다. 매우 건조하고, 섭씨 40도로 무더우며 습기도 적다. 때문에 중부 지방의 토지는 메마르고 토양이 적어서 쌀농사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홍수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잦은 편이라 사람이 살기에 척박하다. 대부분 쌀농사에 종사하는 베트남 사람들과 달리, 중부 사람들은 쌀농사를 지을 수 없다. 중부 사람들은 거친 기후와 자연 조건 때문에 힘들게 생활한다. 이곳의 큰 도시인 다낭(Đà Nẵng), 카인호아(KhánhHoà), 람동(Lâm Đồng)을 제외한 나머지 성(城)들은 경제 발전이 매우 더디다. 주로 한국으로 오는 이주노동자 또한 이곳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험악한 자연환경이 꼭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산간 고원 지역이기 때문에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서 베트남 고유의 미풍양속이 잘 지켜지고 있다. 기후와 환경은 오랫동안 이곳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과 섞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옛날부터 먹거리나 기타 자원이 풍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약 정신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곳 출신 베트남 영웅들 또한 많다. 혹독한 기후가 이곳 사람들의 정신을 강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거리. 차노휘

해발 1,500m 랑비앙(Lâm Viên) 고원에 자리 잡고 있는 달랏은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베트남 국내 여행지 중 최고로 뽑힌다. 날씨 또한 연중 '봄'이다. 호찌민 시에서 약 3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버스로 6시간 30분에서 8시간 정도 소요된다. 프랑스 식민지 정부가 '달랏'이라고 정식으로 사용하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과일 값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베트남에서 온대지방의 과일과 채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관광산업이 발달했고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라틴어로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을 뜻한다는 '달랏'으로 가기 위해서 나는 2022년 7월 27일 아침 7시에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 항공기 전세기로 달랏까지 직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노휘〈소설가, 도보여행가〉

길거리 과일. 차노휘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