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책없는 쌀값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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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정부의 '대책없는 쌀값정책'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2. 09.19(월) 11:14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가을이다. 연둣빛 들녘도 이미 황금물결이다. 멀리서 봐도 풍년임을 곧바로 알겠다. 큰 피해 없이 풍년을 맞았으니 농민들은 춤이라도 춰야 할까. 그렇지 못한 게 서러운 요즘이다. 쌀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추락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 시기를 맞는 농민들의 가슴은 타 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면세유, 비료값, 농자재값, 인건비 등이 폭등했지만 정작 쌀값 등 농민들의 목숨값은 폭락했다고 울상이다. 전남북, 경남도 농민들은 다자란 논을 갈아엎으며 쌀값폭락에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값이 오르는데도 왜 쌀값만은 급락할까. 이에 대한 원인으로 쌀소비문화 변화가 지목된다. 아침밥 대신 우유나 빵, 과일로 대체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쌀소비가 줄어든 요인이다. 정부의 시장격리 지연과 깔끔하지 못한 격리방식도 쌀값대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나주·화순)이 지난 18일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농협 구곡(쌀) 재고는 31.3만톤으로 전년 15.4만톤에 비해 두배가 넘었다. 이 중 전남이 8.9만톤으로 가장 많다. 구곡으로 인한 손실 2700억원 중 전남은 56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국 8곳 도지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5일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북, 경남 등 8개 도지사가 국회에 쌀값안정 대책 마련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산지 쌀값은 세 차례 시장격리에도 지난해 10월 5일 22만7212원(80㎏)을 기록한 이후 이달 현재 16만4470원(80㎏)으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7만 원선이 무너졌다. 이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년간 쌀 생산비 상승률을 감안해 최소한 21만 원대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쌀은 남아 도는데 소비처가 없으니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 때 나오던 '북한 쌀지원' 구호조차 들리지 않는다. 북한이 대풍작을 일궈 남한쌀이 필요없게 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자 눈치보느라 말도 못꺼내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신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 식량원조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배면적부터 관리하는 '생산조정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같다.

이런 마당에 귀농·귀촌, 주거환경 개선, 인프라 구축을 외친들 누가 농촌으로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농식품부 등 정부에 컨트롤타워가 없는 느낌이다. 차라리 전남도와 전남농협이 쌀값하락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담은 '정답지'를 정부에 전달해주는 게 빠르지 않을까.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