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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남도의 황금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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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남도의 황금 들판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게재 2022-09-28 13:16:04
박찬규 센터장
박찬규 센터장

가을의 남도는 어디를 가나 들판이 황금물결을 이룬다. 기후적으로 정말 축복의 땅이 아닐 수 없다. 본래 농촌은 사계절 중 가을이 가장 풍성하다. 올 가을은 일조량이 풍부해서 벼 이삭이 영그는데 가장 좋은 환경조건이었다. 우려했던 태풍도 남도의 땅에는 접근하지 않고 지나가면서 어느 해보다 풍년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남도는 지금 어느 곳을 가더러도 풍성한 가을을 맛볼 수 있어 좋다. 필자가 남도를 예찬할 수 있는 것은 몇 해 전에 22개 시·군을 도보로 여행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장성에서 시작해서 남도 한 바퀴를 돌고 여수 향일함에서 끝맺는 도보여행이었다. 9월 중순에 시작하여 10월 초순까지 도보로 남도의 구석구석을 찾아서 다녀보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아름답고 풍성한 땅임을 알게 되었다. 남도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밭둑에는 감나무가 심어져 있어 가을이면 감이 익어가고 고구마가 굵어지면서 흙을 밀어내고 두둑에는 금이 가는 모습이 보이면서 가을이 깊어진다는 표시를 한다. 지금도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불타오르는 느낌을 갖는다. 황금 물결치는 남도의 들판을 지나는 여행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살찌게 만든다.

농로가 포장되어 있는 논둑길을 걷다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고 농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논이 경지 정리가 되어있고 저수시설이 편리해서 천수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논농사는 남도의 어느 곳에서나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올해 모내기철에는 강수량이 적어서 걱정했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에 비가 적당히 내려 물 걱정을 덜었다. 앞으로 보름 후면 벼베기가 시작된다. 농부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는 시기가 된 것이다.

다만 논농사가 풍작을 이루고 수확을 앞둔 계절인데도 한 가지 걱정이 앞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작황이 좋아 목표하는 수확량보다 증산이 예상되다보니 쌀값이 너무 많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농부들은 1년 농사를 지어 오로지 벼를 수매한 돈으로 한해를 살아가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쌀값이 하락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농민들의 주 생산물이 쌀임을 감안하면 생산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큰 쌀값의 불확실성이 농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풍작을 이루고 있는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면 농민의 마음이 부자가 될 듯도 한데 실제로는 허탈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물론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과 환경보전, 농촌 유지 등 공익을 창출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직불금 제도가 있고 쌀의 시장격리를 통한 쌀값 안정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의 고충이 적지 않다.

하지만 농민은 일반적으로 단순 노동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토지를 기반으로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 노동으로 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는 점이 도시 노동자와 큰 차이를 가진다. 또한 대부분의 공산품은 고정자산 사용에 대한 비용을 인정하여 판매가격을 매긴다. 반면에 농산물은 고정자산인 경지면적 사용에 대한 비용계산을 안하고 당 해년도의 생산량과 소비자 물가를 기반으로 한 경제논리로 농산물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매년 변동 폭이 크고 불안정하다. 이제는 쌀 가격도 그동안 도외시되어왔던 농민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할 때가 되어야 한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조설비나 공장이 없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남도의 특성은 공업화를 이룬 도시에 비해 뒤처졌다고 볼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 기후변화 시대에는 농업이 주는 선물이 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자연환경에 맞게 농작물의 재배가 성하고 먹거리의 가치가 오르면서 시간이 갈수록 농촌 마을의 수입도 안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귀촌해서 가을에 맛보는 황금들판의 벼이삭을 바라보는 재미만큼이나 농민들의 마음도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