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현장 누비는 '광주서부경찰 女 투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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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강력범죄 현장 누비는 '광주서부경찰 女 투캅스'
'경력 21년 베테랑' 배주연 형사||'위험' 무릅쓰고 형사과 지원||'검도 국대 출신' 정선아 형사||어릴적 키워왔던 '형사의 꿈'||지난 8월부터 마약 사건 전담||"서로에 둘도 없는 최고 파트너||팀원 전원 女 강력팀 만들고파"
  • 입력 : 2022. 09.29(목) 16:14
  • 강주비 인턴기자
광주 서부경찰 형사과 강력5팀에서 근무 중인 정선아 형사(왼쪽)와 배주연 형사. 강주비 인턴기자
"저희를 시작으로 지역의 '여형사' 계보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광주 서부경찰 로비에서 만난 배주연 형사와 정선아 형사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서로를 '둘도 없는 파트너'라고 칭하는 이들은 서부경찰에 단 둘뿐인 '여형사'다. 지난 8월부터 서부경찰 형사과 강력5팀의 일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베테랑인 배 형사는 21년 전 경찰로서 첫발을 뗐다. 당시만 해도 여경은 매우 생소했기에 '경찰이 되겠다'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그러나 '사람들을 가까이서 돕고 싶다'는 신념 하나가 그를 경찰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배 형사는 "20여 년 전에는 여경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여성에게 경찰의 문이 매우 좁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열 번 두드리면 안 열리는 문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했다"고 말했다.

배 형사는 경제팀, 여성청소년계, 교통과 등 거의 모든 수사과를 거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제 그에게는 '여경' 대신 '실력 있는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런 배 형사에게도 '형사과'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했다.

배 형사는 "21년이나 근무했지만 형사과에 들어가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부경찰 형사과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바로 지원했다"면서 "가족들이 형사과는 '위험하다'며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경에게 형사과 문은 자주 열리지 않다는 걸 알기에 기회가 있을 때 가야 했다"고 답했다.

배 형사의 굳은 의지에 결국 가족들도 손을 들었다. 그는 지난 8월부터 마약 사건을 전담하는 강력5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련한 배 형사라도 혼자 힘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팀워크'가 중요한 강력 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여형사'로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다. 배 형사는 '그 역할을 정 형사가 해주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정 형사를 바라봤다.

정선아 형사는 지난해 경찰에 입문해 올 8월 배 형사와 함께 강력5팀으로 발령받았다. '검도 국가대표 출신', '무도 특채' 타이틀을 가진 정 형사는 2020년 치러진 '제16회 경찰청장기 전국일반검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이기도 하다.

통상 국가대표 선수들은 은퇴 후 코치나 감독이 되는 수순을 밟지만, 정 형사는 경찰이라는 조금 색다른 길을 택했다. 그 배경에는 정 형사의 '어릴 적 꿈'이 자리하고 있다. 정 형사는 "한때 경찰을 꿈꿨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 꿈을) 자연스레 접게 됐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 경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무도 특채 공고가 나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 형사는 말 그대로 '발로 뛰는' 형사다. 발령 후 첫 마약 구속 사건을 맡았을 때 피의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새벽 2시에 호텔 지하 주차장부터 18층까지 샅샅이 뒤졌다. 또 그 주변 구석구석을 탐문하며 CCTV를 분석해 추적 수사를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약 투약이 추정되는 피의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두 사람은 이제 '여경'이나 '여형사'가 아닌 그냥 '형사'로서 자연스레 강력5팀에 녹아들고 있다.

배 형사는 "남자들끼리만 있다가 갑자기 여자와 같이 일하게 되니 팀원들도 불편한 게 없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늘 배려해줘서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어 배 형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업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피의·피해자 신변과 인권 보호가 그렇다"면서 "지금은 단 두명뿐이지만, 훗날 모든 팀원이 여성인 강력팀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정 형사 역시 "이제 막 시작해 부족한 점이 너무 많지만, 5년 동안 갈고 닦아 베테랑 형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광주에서 활동 중인 여형사는 총 5명(본청 마약수사대 1명·동부서 강력팀 1명·서부서 강력팀 2명·북부서 형사팀 1명)이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