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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18 행불자·암매장 진상규명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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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정부, 5·18 행불자·암매장 진상규명 적극 나서야"

●광주교도소 행불자 발견… 과제는
"암매장 실체 확인 대단히 큰 의미"
다른 암매장 추정지도 추적 나서야
5·18진상규명위 연장·강화 필요해
관계 기관·가담자 증언 등도 절실

게재 2022-09-29 17:21:16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26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중 1구를 유전자(DNA) 검사 기법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됐던 시민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행방불명자묘역. 나건호 기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26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중 1구를 유전자(DNA) 검사 기법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됐던 시민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행방불명자묘역. 나건호 기자

최근 옛 광주교도소(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발굴된 유골이 5·18 행방불명자 염경선(당시 23세) 유공자로 밝혀졌다. 또 함께 발견된 유골 2기 또한 다른 행불자 유전자 정보(DNA)와 일치하면서, 이에 대한 추가 분석이 진행 중이다.

'암매장 진실'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의 주요 미해결 과제 중 하나였다. 지난 42년 동안 마땅한 실마리가 없었던 탓에, 이에 대한 진상규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광주교도소 발굴·확인 작업을 통해 그간 합리적 추론 단계에 머물던 암매장은 의혹이 아닌, '역사적 사실'로 입증됐다.

●여러 시도 끝에 찾아낸 진실

5·18 암매장 추정지 발굴은 2002년 첫 조사를 시작으로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첫 발굴 조사는 광산구 소촌동 공동묘지와 삼도동·광주 국군통합병원 담장 밑·황룡강 제방·상록회관 옆 도로를 중심으로 2년 동안 이뤄졌다. 소촌동과 삼도동에서 유골과 학생 교련복 등 유류품이 나왔지만, 5·18 행불자 가족과 DNA가 불일치했다.

2차 발굴 조사는 2006년 북구 문화예술회관·장등동 야산에서, 3차 발굴 조사는 2008년 북구 효령동 야산 내 묘지 조성지역에서 진행됐다. 이 또한 '5·18과 무관하다'는 결론 끝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4차 발굴 조사는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17년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과 남서쪽 감시탑 주변에서 시작됐다. 본보의 집중 보도 등으로 5·18 기념재단에 재소자·계엄군의 증언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조사 지점이 화순 너릿재와 광주천변 등지로까지 확대됐으나,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5차 발굴 조사는 2019년 12월 법무부가 광주교도소 옆 부지에 솔로몬파크를 조성하던 중, 신원미상의 유골 262기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추진됐다. 이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골들의 분석 검증을 의뢰, 지난 27일 유골 262기 중 1기가 5·18 행불자 가족의 DNA와 일치함을 최종 확인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진상규명 과제중 가장 희생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게 바로 암매장·행방불명이다"며 "그간 암매장을 추정해, 행방불명된 5·18 희생자의 시신이 묻혀있을 만한 곳을 줄곧 추적해 왔다. 이번 광주교도소 터에서 발굴된 유골은 '암매장의 구체적 실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5·18조사위를 통해 사망 경위·암매장 이유 등 관련 배경들이 밝혀지면 (암매장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조사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기점으로 그동안 성과가 나지 않았거나 시작하지 못했던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실체(발굴)도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소망했다.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 확인이 안된 유골 수십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시신 수습당시 영상. 518재단 제공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 확인이 안된 유골 수십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시신 수습당시 영상. 518재단 제공

●"규명 위해 국가적 지원 필요해"

오월단체들은 이번 광주교도소 행불자 발견으로 인해 '진상규명을 위한 발판이 마련 만큼, 국가가 이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1~7차 보상금 지급 조사 당시 행방불명자로 신고한 470여 명 중 현재까지 인정받은 행불자는 69명·인정받지 못한 행불자는 242명이다. 그 외 신고자는 신청했지만 탈락한 경우다.

이에 대해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행불자로 인정받지 못한 242명에 대해 DNA 전수 조사를 하고, 탈락한 행불자와 미처 신청하지 못한 행불자를 대상으로도 신규 신청을 받는 등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또 "이를 진행하는 5·18조사위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올해까지로 예정된 조사위의 활동은 관련 문서를 정리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 즉, 실질적인 활동이 마감된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며 "정부는 조사위가 제대로 된 보고서를 펴낼 수 있도록, 활동 기간 연장·인력 보강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규명하는데 시간이 제약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국방부 등 관계 기관과 5·18 당시 가담자들의 증언이 나올 수 있도록 국가가 관련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해숙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암매장 추정지 등은 대부분 당시 암매장을 수행했던 병사·장교들의 입과 관계 기관의 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그만큼 그들의 진술이 진상규명에 있어 중요하다"며 "이제 아픔과 분노는 차후 일이다.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정부가 마땅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지목된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 미상 유골 40여구가 발견돼 군과 경찰, 5월단체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일부 두개골에서는 구멍 뚫린 흔적이 발견돼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5·18기념재단 제공
지난 20일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지목된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 미상 유골 40여구가 발견돼 군과 경찰, 5월단체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일부 두개골에서는 구멍 뚫린 흔적이 발견돼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5·18기념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