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입소 짐 꾸려놓고 노부부의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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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요양원 입소 짐 꾸려놓고 노부부의 안타까운 죽음
40년 수발 남편 목조른 후 음독
  • 입력 : 2015. 06.01(월) 00:00

40년째 신체적 장애를 앓고 살아온 남편의 수발에 지친 70대 여성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에서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오랜 세월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벌어진 비극이었다. 반 평생 남편을 돌본 그녀의 몸 또한 성치 않았다. 온갖 지병이 괴롭혔고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오면서 이 상황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남편의 숨이 끊어지자 그녀는 작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약 한 줌을 쥐고 입에 털어 넣었다.

가정의 달인 5월 끝자락에 광주에서 노부부가 한 날 한 시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17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6층에서 이모(76)씨와 조모(73ㆍ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노부부의 시신은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둘째 아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둘째 아들은 매일같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오다가 이날은 이상하게 연락이 되지 않자 오후 8시12분께 경찰에 "부모님이 집전화와 핸드폰 모두 받지 않으신다. 확인 좀 해달라"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거실에서 발이 끈에 묶인 상태로 목이 졸린 흔적이 보였고 조씨는 작은방에서 구토한 흔적을 남긴 채 발견됐다. 또, 집 한켠에서는 요양원 입소를 위해 꾸려놓은 짐이 한가득 있었다.

조사결과 이씨는 40년 전 화재 사고로 양 팔과 귀를 잃고 얼굴에 심한 화상까지 입어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조씨는 지금까지 남편의 온갖 수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들어 조씨는 노환으로 인해 지병이 악화됐고 불면증과 우울증 역시 심해지면서 가족들에게 "더 이상 병간호를 못하겠다. 나도 약먹고 죽고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노부부는 아들들과 상의한 끝에 이번달 말쯤 지금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하고 광주의 한 요양원에 입소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건웅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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