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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는 오페라 이후 이탈리아의 영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명성은 온 유럽에 퍼져 섭외 1순위 작곡가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특히 베르디는 뛰어난 문학작품을 골라 오페라화했는데 세익스피어의 문학작품 외에도 빅토르 위고, 알레상드르 뒤마, 당시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쌍벽을 이루던 프리드리히 쉴러(Fridrich von Schiller, 1759~1805)의 작품이 베르디의 손을 거쳐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쉴러의 ‘군도’, ‘돈 카를로’, ‘간계와 사랑’은 베르디의 오페라로 승화된 주요 작품이며 이번에 ...
2025.06.12 10:35전통회화(繪畵) 중 한국을 대표할 만한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고르라면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 단순히 그림의 장르나 형태로만 고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난처해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산수나 풍경이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관, 여백의 미나 담담한 선과 색채에 드러나는 감정선, 한이나 흥, 정 따위의 정서 구조, 기호나 도상이 가지는 회화적 구조 따위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서나 철학, 미의식, 삶의 태도들 말이다. 말하자면 국보로 지정된 추사의 ‘세한도’를 가장 한국적인...
2025.06.12 10:19최근, 국내외 미술계는 한국 현대미술의 경계를 확장해 온 강서경(1977~2025년) 작가의 부고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개념과 서사적 요소를 현대적 시점으로 재해석하여, ‘개인’과 ‘공동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성찰을 지속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를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이화여자...
2025.06.08 17:29장성군은 올해 ‘장성방문의 해’를 맞아 역사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3월 첫 선정 인물은 춘원 임종국(1913~1987) 선생이었다. 선생은 민둥산이던 축령산에 나무를 심으며 숲을 가꿔 ‘조림왕’이 됐다. 4월 인물엔 만암스님(1876~1957)이 선정됐다. 스님은 백양사에 고불총림을 설립하는 등 인재 양성과 왜색불교 척결에 앞장서며 한국불교의 기틀을 다졌다. 5월 역사 인물에는 김동수(1958~1980) 열사가 선정됐다. 열사는 1980년 5·18 때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켰다.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민원동 2층에서 공수...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29 17:58국가의 상징으로 다룰 만한 것들이 여러 가지다. 한 나라의 정체성, 역사, 문화, 철학, 정치체계를 시각적, 청각적, 개념적으로 대표하는 요소들이 그것이다. 공식적 법령에 명시된 것과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것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국새(國璽) 이외 나라의 새(國鳥), 나라의 나무(國樹), 국기(國技), 대통령기, 조선왕조실록이나 훈민정음 등의 국가도감 등 거론할 만한 것이 많다. 대한제국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변천 과정을 거쳐 국가상징으로 여길만한 국장(國章)들이 거론되거나 주장됐다. 법령 정...
2025.05.29 17:56날이면 날마다 새날이지만 이제 조금 남은 그날이 정말 기다려진다. 선택인 듯하지만 우리에겐 절실한 심판이기에 늘 봐왔던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라 건국한다는 진정한 마음을 담아 다시금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가는 그날이기를 기대한다. 좋은 날은 항상 꿈꾸듯 밀려온다 했다. 그래도 여기는 어쩔 수 없는 인간 세상이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를 위한 세상일지라도 그게 절로 품에 안겨 오던가. 그저 꿈꾸는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고 내일은 조금 더 나다운 방향이기를 기...
2025.05.29 14:49‘창작판소리 윤상원가’ “사방은 칠흑같이/ 쥐죽은 듯 적막할 제/ 시민군들 어느결에/ 총을 꼭 껴안고는/ 살풋 잠이 들었구나 그때여 윤상원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느라/ 담배 한 대 피워무니/ 지나간 젊은 날들/ 회한이 밀려온다~” 예사롭지 않은 선율, 진양조장단이라 더욱 장중하다. 노래하는 이의 후골(喉骨)이 박사 고깔의 끝자락처럼 떤다. 노래를 넘고 장단을 넘어 마치 세상의 끝 지점에 이르고야 마는 애절함이 울대에 닿은 까닭이리라. 이윽고 노래는 ‘소리 내력’의 한 구절로 이어진다. “어머니~/ 고향에 돌아가요/ 죽어도 나는 돌...
2025.05.22 17:48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관하여 안나 카림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은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로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루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로 이제 당시 동양의 변방인 대한민국 5월 광주의 끔찍한 만행은 한강의 활자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사건으로 주시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기억하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광주가 낳은 시대 정신으로 이제 세계가 광주를 품고 광주가 세계에 고할 수 있는 ...
2025.05.22 09:15“멀리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희어진 머리를 깨닫지 못하고 돌아왔네/ 새 터의 마을은 풀에 묻혀 집은 간데 없고/ 옛 묘는 이끼만 끼어 발자국마다 수심에 차네/ 마음은 죽었는데/ 한은 어느 곳으로부터 일어나는가/ 피가 말라 눈물조차 흐르지 않네/ 이 외로운 중(僧) 다시 구름 따라 떠나노니/ 아서라, 수구(首丘)한다는 말 부끄럽구나” 초의선사가 58세(1834년)에 고향을 찾아와 읊은 노래다. 대선사이니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정진해 불도를 이뤘을 듯싶지만, 고향과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일까. ...
2025.05.15 15:16친일은 반성해야 마땅하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한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것이 정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안도 사람은 예우 대상이다. 우리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섬, 완도 소안도다. 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0여㎞ 떨어져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를 옆에 두고 있다. 배는 화흥포항에서 탄다. 여객선 이름도 ‘대한민국만세’에서 따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붙여져 있다. 화흥포를 출발한 배는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까지 50분 만에 데려다준다. 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15 15:11또 다시 5월에 흠뻑 젖어간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광주 시민들의 가슴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앞서간 영혼들을 기리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핑계 삼아서라도 아직도 채 이루지 못한 꿈을 안타까워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수년 전에 한 작가의 ‘숨 쉬는 꽃’이라는 조형물이 민주광장 분수대에 한동안 설치되어 있었다. 광주 시민들의 응어리가 그날의 현장에서 꽃으로 승화한 듯한 당시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주화의 열망을 상징하는 것이겠지만 이제 이 잔인한 5월도 단지 붉디붉은 꽃으로만 피었다가 시들어가고 마는 것에 그쳐...
기필코 살만한 세상 만들자!2025.05.15 14:54‘집, 당신의 집은 무슨 의미인가?’, ‘너와 나에게 완벽한 집이란 무엇이며 어디 있는가?’, ‘집이란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감각을 전해주는 공간인가?’ ‘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국 예술가는 서도호 작가일 것이다. 미술관 안에 반투명한 천으로 만든 집,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외 곳곳의 한국 전통 가옥집을 옮겨 놓은 듯한 야외 설치작품 ‘틈새의 집’, ‘다리를 놓은 집’, 빌딩옥상에 별똥별처럼 꽂혀 있는 집, 이동식 호텔로 말하자면 캠핑카처럼 차 위의 호텔 ‘틈새 호텔’ 등 작가는 ‘이동성’을 생각해 ‘자신만...
2025.05.11 17:44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짝사랑은 상호적인 사랑 즉, 서로 간의 호감을 표현하는 가역적인 사랑의 행동과 반대이다”라고 말했다. 사랑의 일반적인 시작은 첫 만남부터 불이 튀기는 상호적인 애정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사랑의 마음과 표현 이후 이에 대한 상대의 호감 형성과정을 걸치면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문학 작품과 야사 등에서는 다양한 사랑의 과정 중에서 시작을 짝사랑, 그리고 이후 열렬한 구애를 통한 해피 ...
2025.05.08 17:47“무릇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 캄캄하고 막혀서 갑갑하게 지나다가, 갑자기 넓고 훤한 곳에 터져 나와 손을 펴고 발을 펴매 그 마음이 시원할 것이니, 어찌 한마디 참된 소리를 내어 제멋대로 외치지 않으리오. 그러므로 우리는 의당 저 갓난아기기의 꾸밈없는 소리를 본받아서 저 비로봉(毗盧峯) 산마루에 올라가 동해를 바라보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하고, 장연(長淵, 황해도의 고을) 바닷가 금모래 밭을 거닐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하며, 이제 요동 벌판에 와서 여기서부터 산해관(山海關)까지 1천 2백리 사방에 도무지 한 점의 산도 없이...
2025.05.08 17:15윤동주의 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로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모통이 어둠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으젓한 양처럼/ 하로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
2025.05.01 15:54